화장품 회사 연구원, '인공 피부 센서' 개발자와 열띤 토론

입력 2015.12.04 06:30

[2015 바이오 미래포럼] 산·학·연 연결해준 '데모데이' 행사
첨단기술 시장성 타진하는 계기 돼 "활용도 높은 기술, 지원 아끼지 않을 것"

경희대 전자전파공학과 김선국 교수는 미래창조과학부(미래부)의 지원을 받아 인공 피부 센서를 개발했다. 심박동이나 체온, 습도 등을 재는 센서를 장착한 패치를 피부에 붙이는 방식으로 사용하는데, 두께가 450㎛(0.45㎜)에 불과한 초박형(超薄型) 배터리를 사용하기 때문에 쉽게 구부러져 상처가 났을 때 사용하는 습윤 밴드처럼 몸에 쉽게 붙일 수 있다. 지난 1일 서울 강남구 한국과학기술회관에서 미래부 주최로 열린 '2015 바이오 미래 포럼' 성과 발표장에서 김 교수는 온도 센서를 붙인 패치를 소개했다. 이 패치를 열이 있는 아이 몸에 붙이면 아이의 체온이 실시간으로 스마트폰에 자동 저장된다. 김 교수는 "체온이 일정 온도 이상 올라가면 알람이 울리도록 설정해 놓으면 엄마가 열이 나는 아이를 돌보느라 잠을 설칠 필요가 없다"며 "체온계로 재면 그 순간의 체온 밖에 알 수 없지만 이 기술을 이용하면 아이의 체온이 밤새 어떻게 바뀌었는지 한 눈에 알 수 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여러 위치에서 측정해 오차를 줄이는 방법, 센서를 휘게 하는 기술, 온도 외에 습도, 심장박동, 수소이온 농도(pH), 혈중 산소포화도를 잴 수 있는 센서에 대한 특허도 출원했다.

[2015 바이오 미래포럼] 산·학·연 연결해준 '데모데이' 행사
미래부가 지원한 연구 결과를 기업관계자, 투자자들에게 소개하는 데모데이 행사 중 국내 한 화장품 회사 연구원이 경희대 전자전파공학과 김선국(오른쪽) 교수로부터 인공피부 센서에 대해 설명을 듣고 있다. / 신지호 헬스조선 기자
◇연구자가 생각 못했던 아이디어, 기업서 조언

바이오 미래 포럼의 부대행사 중 하나인 '데모데이'에서 김 교수의 기술에 특히 관심을 보인 회사 관계자가 있었다. 국내 한 화장품 회사의 연구원이었다. 이 연구원은 "피부의 생체 신호를 이용한 화장품이나 미용기구 개발은 프랑스의 로레알 같은 큰 회사에서 이미 연구하고 있을 만큼 성장 가능성이 큰 연구 주제"라며 김 교수에게 '한 번 붙이면 얼마나 오래 측정할 수 있는지' '오래 붙였을 때 피부 트러블이 생기거나 땀 때문에 오차가 생기지는 않는지' '피부 습도나 피부속 멜라닌 색소의 농도 측정도 가능한지' 등을 꼼꼼하게 물었다. 김 교수는 "피부 보습 상태나 멜라닌 농도는 센서만 바꾸면 충분히 가능한데 이미 원천 기술은 개발돼 있다"며 "연구 단계에서는 생각하지 못했던 아이디어를 기업체의 조언을 통해 구체화할 수 있어 앞으로의 연구에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데모데이는 연구자가 개발한 기술을 관심 있는 벤처 투자자나 기업과 연결시키는 행사다. 미래부 생명기술과 이승윤 사무관은 "그동안 정부가 지원한 연구의 결과물이 나와도 이를 산업화하는 데에는 별 관심이 없었다"며 "데모데이는 미래부가 지원한 원천 기술을 직접 세일즈하는 자리"라고 말했다.

◇"연구자들 '연구'와 '개발' 차이점 잘 몰라"

[2015 바이오 미래포럼] 산·학·연 연결해준 '데모데이' 행사
데모데이에서 만나 토론 중인 연구자와 투자자들.
기업 관계자가 먼저 찾아와 관심을 보였다는 점에서 김 교수의 연구는 운이 좋은 케이스다. 데모데이 행사에서 연구 결과물을 접한 벤처 투자자들은 "아직 연구자들은 시장, 즉 기술 상용화 분야에 대해서는 잘 모른다"며 "연구개발(R&D)에서 연구(Research)와 개발(Development)을 혼동하는 것 같다"고 입을 모았다. 연구는 초기 개발 단계에서 성과물을 만드는 것으로 '밑빠진 독에 물 붓는 것'처럼 성패 여부와 상관 없는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중요하다. 반면 개발은 연구 결과물을 상업화하는 것으로 실패 확률과 시행착오를 줄여 시장에서 인정을 받는 게 중요하다는 것이다. 국내 바이오 벤처에 400억원 정도를 투자하고 있는 LB인베스트먼트의 박중건 상무는 "시장과 연계성 없는 논문이나 특허는 투자자 입장에서 큰 의미가 없다"며 "국내 연구 결과를 보면 연구를 위한 연구가 많다는 느낌이고 아직은 어떻게 이용할지에 대한 전략은 많이 부족해 보인다"고 말했다.

◇"활용 가능성 있는 기술 개발, 적극 지원할 것"

데모데이 행사에서 우리나라의 연구 현실에 대한 쓴 소리가 많이 나왔지만, 한 가지 분명한 점은 바이오 기술의 미래에 대해서는 투자자들이 누구보다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는 것이다. KB인베트스먼트 신정섭 이사는 "바이오 기술에 대한 벤처 투자는 2000년 전체 투자액의 2%에 불과했지만 지난해에는 가장 많은 투자액이 몰린 분야에 올랐다"며 "향후 바이오 기술을 활용한 미래가 밝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정부도 활용 가능성 있는 연구에 대한 지원을 늘리고 있다. 미래부는 현재 30여 가지 이상의 연구과제를 지원하고 있는데 특히 기업에 대한 지원이 늘었다. 이승윤 사무관은 "활용 가능성이 있는 원천 기술을 개발해야 실제 산업화로 이어진다는 것을 경험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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