걱정하느라 업무 능력 떨어지면 '경증', 중독 등 다른 정신질환 동반되면 '중증'

입력 2015.11.25 05:00

'걱정 많은 병' 범불안장애

불안장애의 대표적 유형
신체 증상 나타나면 '중등도'
경증은 상담만으로 완화돼

불안장애에는 여러 유형이 있다. 그 중에서도 온갖 일에 대해 끊임없이 걱정하는 '범(汎)불안장애'가 대표적이다. 20명 중 한 명은 평생에 한 번 이상 범불안장애를 앓는다고 한다. 그만큼 우리 가까이에 있는 병이지만, 증상이 워낙 다양해 정작 자신이 범불안장애라는 것을 모르는 경우가 많다. 경희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백종우 교수는 "대부분의 환자가 신체 증상이나 우울증·불면증 등 2차적인 문제가 생긴 후에야 병원에 오는 편"이라며 "정확히 어떤 증상이 범불안장애에 해당하는 지를 알아둘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 통계에 따르면, 범불안장애가 발병하고 1년 안에 정신건강의학과를 찾는 경우는 3분의 1에 불과하다.

불안감 측정 자가진단
사진=신지호 헬스조선 기자
◇범불안장애 단계별 특징

범불안장애 환자의 70% 정도가 치료 시작 후 두세 달 안에 낫는다. 다만, 증상이 심해질수록 2차적인 문제가 잘 동반되고 치료 기간이 길어지므로 빨리 병원에 가는 게 중요하다. 범불안장애는 정도에 따라 경증(輕症), 중등도(中等度), 중증(重症)으로 나뉜다. 단계별 증상 사례 및 치료법은 다음과 같다.

▷경증=큰 일 앞두고 집중력 저하

취업준비생 양모(28·서울 강동구)씨는 몇 년째 9급 공무원 시험을 준비 중이다. 세 차례나 시도했지만 매번 필기 단계에서 떨어졌다. 학원에서 모의고사를 보면 항상 점수가 잘 나와서 같은 반 학생들 중 상위권에 해당했는데, 이상하게 실제 시험 날만 되면 과도하게 긴장한 탓에 결과가 좋지 않았다고 했다. 시험장에 들어서는 순간부터 '시험에서 떨어지면 어쩌지' 라는 막연한 불안감이 느껴지기 시작해 손발에 식은땀이 나고, 심장이 세게 뛰어 집중력이 떨어진 것이다. 양씨의 사례에 대해, 백종우 교수는 "누구나 큰 일을 앞두면 불안감을 느낄 수는 있지만, 양씨처럼 불안감 탓에 집중력이 저하돼 일의 수행 능력까지 떨어진다면 경증의 범불안장애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학업·업무 수행 능력이 떨어지지 않더라도, 일어나지 않은 일에 대해 하루에도 몇 번씩 걱정하는 게 3~6개월 지속된다면 경증 범불안장애다.

이를 방치하면 일상생활이 힘들 정도로 불안감이 심해진다.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등 전문가에게 상담 치료를 받는 것만으로도 완화된다. 중요한 일을 앞뒀다면, 베타차단제처럼 심박수가 빨라지는 것을 막아주는 약을 복용하기도 한다. 이와 함께 불안한 생각을 하지 않도록 운동·영화 감상·악기 연주 등 흥미를 느낄만 한 활동을 하는 게 도움이 된다.

▷중등도=불면증 등 일상생활 지장

주부 심모(47·서울 강남구)씨는 지난해부터 두통·구역감·근육통 등이 느껴졌다. 내과에 갔다가 "특별한 문제가 없다"는 말만 듣고 돌아오는 일이 잦았다. 이런 증상은 스트레스를 받을 때마다 심해졌고, 3개월 전부터는 없던 불면증까지 생겼다. 큰 병원을 찾은 심씨는 정신건강의학과 진료를 권유받았다. 심씨를 진료한 강남차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서호석 교수는 "심씨의 딸이 지난해에 남녀공학 고등학교에 진학했는데, 남학생들로부터 험한 일을 당할 것을 불안해하기 시작한 후부터 이런 증상이 생긴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심씨는 딸이 걱정되는 마음에 하루에도 수차례씩 전화를 걸었고, 딸이 혼자서 집에 오지 않도록 수업이 끝나기 30분 전부터 학교 앞에서 딸을 기다렸다고 했다. 심씨처럼 불안한 마음 때문에 통증·불면증 등 신체 증상이 생기고, 일상생활을 하기 힘들다면 중등도 범불안장애다. 이때는 약물을 2주 이상 복용하거나, 인지행동치료를 받아야 한다. 동반되는 신체 증상이 많을 경우 몸을 이완하는 방법을 익히는 뉴로피드백 치료를 시행하기도 한다.

▷중증=중독·우울증 동반, 죄책감 느껴

한모(38·서울 노원구)씨는 지난해에 다니던 직장을 그만뒀다. 입사 초부터 직장 동료들이 자신을 따돌릴 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았는데, 사직서를 내기 얼마 전부터는 밤새도록 ‘오늘은 회사에서 어떤 잘못을 했는가’에 대해 생각하느라 괴로웠다고 한다. 한씨는 일을 그만둔 후 불안감을 해소하기 위해 온라인 게임을 했고, 게임을 안 할 때는 술에 의존했다. 결국 한씨는 우울증이 동반돼 자살을 시도했고, 가족에 의해 병원으로 옮겨졌다. 백종우 교수는 “한씨가 학창 시절에 따돌림을 당한 경험이 있는데, 이때부터 대인 관계에 대한 거부감을 갖고 있다가 업무 스트레스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범불안장애로 이어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트라우마가 있거나, 과도한 스트레스를 지속적으로 받으면 범불안장애가 심해질 수 있다. 우울증이나 약물·니코틴·알코올 중독 등 다른 정신질환이 동반된 경우 중증 불안장애다. 한씨의 경우 병원에 입원해서 항불안제·항우울제 등을 복용하고, 상담·인지행동치료를 병행했다.

◇자가진단으로 불안감 측정 가능

평소 불안감을 잘 느끼는 사람이라면 ‘불안감 측정’ 자가진단을 해보는 게 좋다. 미국의 정신과 의사 벡이 고안한 방법으로, ▲나쁜 일이 일어날 것 같은 두려움을 느낀다 ▲가끔씩 심장이 두근거리고 빨리 뛴다 ▲편안하게 쉴 수가 없다 등 총 21개 항목에 점수를 매겨, 합산 점수로 불안감의 정도를 파악할 수 있다. 총점이 22점 이상이라면 병원 진료를 받아보는 게 좋다.

만약 병원가는 게 부담된다면 상담 전화를 이용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각 지방자치단체에서 운영하는 ‘정신건강 위기 상담(1577-0199)’이나 보건복지부의 ‘보건복지콜센터(129)’로 전화하면 전문가에게 자신의 불안 증세에 대해 상담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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