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온 '뚝' 떨어지면 혈압은 '쑥' 오른다… 겨울철 혈관 비상

    입력 : 2015.11.11 04:00

    [H story] 혈압의 敵 추위

    기온 1도 내려가면 수축기혈압 1.3 올라
    추위 탓에 교감신경 활성화… 혈관 수축
    겨울 심뇌혈관 사망자, 여름보다 24% 많아

    고혈압 환자인 김모(69·분당구)씨는 지난해 여름부터 새벽 운동을 시작했다. 매일 오전 6시에 일어나 집 주변 공원을 한 시간씩 달렸다. 운동이 혈압 관리에 효과적이라고 들었기 때문이다. 김씨는 날씨가 급격히 추워진 지난해 11월 말 여느 때처럼 새벽 운동을 나갔다 갑자기 정신을 잃고 쓰러져 병원으로 실려갔다. 낮은 기온 탓에 혈압이 급격히 상승, 뇌 혈관이 터진 게 원인이었다. 김씨는 바로 수술을 받았지만 2주 뒤 사망했다.

    '혈압을 높이는 주범'을 말하라면 많은 사람들이 먼저 떠올리는 것이 나트륨 섭취, 흡연, 스트레스다. 하지만 낮은 기온(氣溫) 역시 빼놓을 수 없는 혈압 상승의 주요 원인이다. 서울성모병원 순환기내과 정해억 교수는 "많은 사람들이 낮은 기온이 혈압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잘 모르고 있다"며 "새벽운동을 하다가, 가을·겨울철 무리한 산행을 하다 급사하는 사람의 대부분은 낮은 기온으로 인한 혈압 상승이 원인으로 작용한다"고 말했다.

    겨울에는 특히 혈압 관리를 철저히 해야 한다. 갑작스럽게 혈압이 상승해 심뇌혈관질환(뇌졸중·심근경색 등)이 생기고 급사(急死) 위험도 높아진다.
    겨울에는 특히 혈압 관리를 철저히 해야 한다. 갑작스럽게 혈압이 상승해 심뇌혈관질환(뇌졸중·심근경색 등)이 생기고 급사(急死) 위험도 높아진다. / 신지호 헬스조선 기자
    낮은 기온은 혈압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친다. 기온이 1도만 떨어져도 수축기혈압(심장이 수축했을 때 혈압)이 1.3㎜Hg, 이완기혈압(심장이 이완했을 때 혈압)이 0.6㎜Hg 올라간다. 서울의료원 순환기내과 원경헌 과장은 "고혈압 환자는 물론 평소 120㎜Hg 미만의 정상 혈압을 유지하던 사람도 낮은 기온에 갑자기 노출되면 혈압이 200㎜Hg 이상으로 급증, 생명을 위협하는 뇌졸중이나 심근경색이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2014년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대표적인 고혈압 합병증인 '심뇌혈관질환'으로 사망한 사람 수는 여름철인 6~8월(1만2499명)보다 날이 추워지는 9~11월(1만3829명), 12~2월(1만5557명)에 각각 10%, 24% 더 많았다.

    계절에 따른 혈압변화 / 수축기혈압 수치 상승에 따른 사망률
    기온이 낮아지면 혈압이 높아지고, 심뇌혈관질환까지 이어지는 이유는 뭘까? 원경헌 과장은 "따뜻한 실내에 있다가 갑자기 10도 이상 차이 나는 바깥 공기에 노출되면 교감신경이 활성화되며 혈관이 갑자기 수축한다"며 "결국 혈관 속 통로가 좁아져 혈압이 급격히 오른다"고 말했다. 혈압이 갑자기 오르면 약했던 혈관이 터져 뇌출혈 등이 생긴다. 혈관 내피가 찢어져 그 안에 뭉쳐있던 찌꺼기(피떡)가 혈액으로 흘러나올 수도 있는데, 이것이 뇌혈관을 막으면 뇌경색, 심장혈관을 막으면 심근경색이 된다.

    낮은 기온에 대비해 혈압 관리만 잘해도 가을과 겨울철 중장년·노인층의 사망 위험이 크게 줄어든다. 분당서울대병원 순환기내과 박진주 교수는 "몸이 갑작스럽게 차가운 외부 공기에 노출되지 않게 하고, 고혈압 환자는 혈압약을 꾸준히 복용하는 등 혈압을 낮추는 수칙을 철저히 지켜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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