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카와의 전쟁…관음증의 역사는 길고도 깊다

입력 2015.10.17 22:00

관음증은 매춘과 더불어 섹스산업의 양대 기둥
경찰이 ‘몰카(몰래 카메라)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엿보기’는 예로부터 몰염치한 범죄로 지탄을 받았다. 우리 풍속에는 ‘지지뱅이’와 ‘꾀쇠아비’라는 도청꾼이 있었다. 지지뱅이는 밀회 장소인 물레방아간이나 뽕밭에 숨어 있다가 정사를 나누는 남녀를 협박해 돈을 뜯어냈다. 꾀쇠아비는 남의 집 처마 밑이나, 주막에서 사람들의 은밀한 대화를 엿듣고 잇속을 챙겼다.

‘몰카와의 전쟁’은 ‘매춘과의 전쟁’만큼이나 어려운 싸움이다. 몰카가 포르노의 주류를 이루고, 인터넷을 통해 침실을 24시간 생중계하면서 섹스 장면까지 보여주는 사이트가 호황을 누리는 것에서 알 수 있듯이 관음증(觀淫症)은 성욕에 버금가는 인간의 본능적 욕구이기 때문이다.

관음증은 매춘과 더불어 섹스산업의 양대 기둥이라고 할 수 있다. 다양한 방법으로 관음증 욕구를 자극하는 섹스상품이 발달해왔는데, 미국의 뒷골목에는 핍필름(peep film)이라는 독특한 영화관이 있다. 이른바 ‘엿보기 영화관’이다. 영화관마다 어둡고 커다란 홀이 있다. 홀에는 한 사람이 들어갈 수 있는 박스가 나란히 늘어서 있다. 박스에 들어가 25센트짜리 동전을 넣으면, 스크린에 미녀들이 옷을 갈아입거나 목욕하는 장면이 펼쳐진다. 물론 연출된 것이지만, 남성들은 이를 지켜보면서 자위행위로 욕구를 해소한다. 관음증을 상업화한 영화관이라고 할 수 있다
창문 밖에서 지켜보고 있다
창문 밖에서 지켜보고 있다
관음증 영화관이 최근 들어 가정에까지 파고들고 있는데, 일부 국가에서 훔쳐보기 쇼 프로그램이 인기를 누리고 있다. 네덜란드 방송의 훔쳐보기 쇼에 출연했던 여성 참가자가 성인잡지 <플레이보이>의 표지 모델로 캐스팅되고, 독일 방송의 대표적인 훔쳐보기 쇼 프로그램인 ‘빅 브러더스’가 인기를 끌자, 유럽 전역으로 확산되고 있다.

영국의 <채널 4>는 쇼에 출연을 희망한 지원자들에게 1억2000만원의 상금을 내걸었는데, 엄격한 심사를 거쳐 선발된 지원자 10여 명은 외부와 완전 단절된 주택에서 36일간 함께 생활했다. 이들의 모습은 12대의 카메라와 마이크를 통해 그대로 생중계되었는데, 에로틱한 장면까지 여과 없이 노출되었다.

관음증을 자극하는 섹스상품은 고대부터 ‘빅 히트’
관음증을 자극하는 고전적 수법은 은밀한 노출이다. 고대 그리스·로마 시대부터 유흥가의 매춘부들은 창문을 활짝 열어놓고 목욕을 했으며, 일본의 기녀들은 허벅지와 사타구니가 훤히 드러나는 복장을 하고, 2층 난간에 몸을 기대고서 손님들을 유혹했다. 기녀들은 부유해 보이는 길손이 지나가면 가로막고 서서 노래를 불러주고 팁을 받아 챙겼는데, 이를 ‘껍데기 벗기기’라고 했다.

관음증을 유발하는 대표적 섹스상품은 원나라 시기 중국의 윤락가에서 탄생했다. <동방견문록(東方見聞錄)>에 따르면 도성에서 공개적으로 매음을 하며 살아가는 창기들이 2만5000여 명에 달했다. 100명, 1000명 단위로 특별 파견된 관리가 창기들을 감독했으며, 무수한 상인과 여행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창기의 수가 이렇게 방대해도 수많은 상인과 여행객의 수요를 만족시킬 수 없었다는 기록을 통해 당시 베이징에 윤락업이 번성했음을 알 수 있는데, ‘요자(窯子)’라는 매춘부들의 숙소가 빅 히트 상품이었다.

도자기를 굽는 가마처럼 생겨서 요자라 부른 매춘부 숙소의 벽에 구멍을 뚫어 나체로 노래를 부르거나 손님과 잠자리 갖는 광경을 지나가는 행인들이 엿보게 만들었다. 구멍으로 음탕한 장면을 엿보다가 억제할 수 없으면 문을 두드리고 화대를 치른 후에 침대에 올랐으니 대단한 관음증 마케팅이다.

관음증은 다른 사람의 성교 장면이나 성기를 몰래 보면서 성적 만족을 느끼는 성도착증이다. 관음증 환자의 상당수는 성관계는 하지 않으면서 다른 사람의 나체나 성행위 장면을 몰래 보거나 회상하면서 자위행위를 통해 성욕을 해소한다. 일반적으로 남성에게 많고, 15세 이전에 발병하여 만성화되는 경향이 있다.

원인은 어린 시절에 우연히 성적인 흥분을 불러일으킨 장면을 반복적으로 보려는 충동에 의한 것과 스릴과 흥분이 있는 불안한 상황에서만 성적인 쾌감을 느끼는 것이다. 또한 아동들은 성장과정에서 이성의 부모에게 사랑 받고자 하는 욕구를 느끼게 되는데, 남자아이는 이러한 욕구에 대한 처벌로 자신의 성기가 거세되지 않을까 하는 거세불안을 느끼게 된다.

거세불안을 느끼게 되면, 성기의 접촉을 통한 성행위와 성적인 절정이 억제된다. 성호르몬 장애나 대뇌 장애로 기인하기도 한다. 또한 사춘기에 하는 자위행위는 자칫 관음증을 촉발시키는 작용으로 나타날 수 있으며, 성적 능력이 부족한 경우 관음증에 걸릴 위험성이 높다. 왜소콤플렉스나 조루 등으로 상대를 성적으로 만족시켜 주지 못하거나, 파트너에게서 ‘아니 벌써했어’, ‘어머 자기 건 귀엽다’ 같은 성적 모멸감을 입었을 경우 직접적인 성행위를 기피하고 관음증으로욕구를 해소하는 경향을 보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파트너가 있음에도 자위행위가 잦거나, 포르노를 보며 성적 욕구를 해소하는 빈도가 높고 성기능에 다소의 장애가 있다면 전문의의 상담을 받아야 한다.

관음증과 노출증의 묘한 상호작용
관음증과 더불어 인간에게 내재된 욕망의 하나가 노출증이다. 따라서 관음증과 노출증은 동전의 양면처럼 상호작용을 통해 서로를 자극한다. 관음증 환자인 그가 전쟁에서 승리한 후 귀국하자, 왕비를 비롯한 600여 명의 후궁들이 상의를 벗은 채 길가에 줄지어 늘어서서 그가 지나갈 때마다 스커트를 걷어 올려 자신의 성기를 보여 주면서 정중하게 맞이했다고 한다. 왕의 관음증과 왕의 총애를 받으려는 여성들의 노출이 빚은 합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이처럼 관음증과 노출증은 묘한 인과관계가 있는데, 몰카 피해의 주요 현장인 화장실이 과거에는 ‘노출의 현장’이었기 때문이다. 상수도 시설은 물론이고 화장실이 없었던 중세 유럽에서는 서민들은 아무 곳에서나 볼일을 보았으며, 귀부인들은 ‘뚫린 의자’라는 이동식 변기를 사용했다. 연회나 행사가 자주 벌어지는 궁정에는 수백 개의 뚫린 의자를 방마다 배치해 놓았는데, 18세기에 들어서서야 남들의 시선을 차단하는 곳으로 옮겨졌다고 한다.

이런 이유로 17세기까지 유럽의 남성들은 ‘점 있는 엉덩이’, ‘수풀이 우거진 여인’, ‘엉덩이가 큰 여인’ 등의 별명으로 귀부인들을 불렀는데, 일부 여인들은 일부러 자신의 풍만한 엉덩이나 매력 있는 사타구니를 공개하기 위해 요의를 느끼지 않음에도 뚫린 의자로 향해 치마를 걷어 올려 남성들을 유혹하기도 했다.



김재영 원장
김재영 원장
김재영

남성 성기능 장애, 발기부전 등 남성수술 분야를 이끌고 있는 강남퍼스트비뇨기과 원장. 주요 일간지 칼럼과 방송 출연 등을 통해 건강한 성(性)에 대한 국민인식도를 높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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