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양의 포르노 기원은 윤락녀 홍보집, 동양의 춘화도는 세자 성교육 자료집

입력 2015.08.15 22:00

김재영의 파워 남성학

동서양을 막론하고 포르노 그래피는 그 역사가 길다. 인터넷 시대에 더욱 다양해진 포르노물을 지혜롭게 대하는 방법은 없는 걸까.
노트북에 춘화도가 띄어져 있다.
노트북에 춘화도가 띄어져 있다.

지난 6월 25일 헌법재판소가 '아동·청소년의 성 보호에 관한 법률(아청법)' 조항에 대해 내린 합헌 결정은 포르노업계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이른바 미소녀 취향의 포르노물이 철퇴를 맞았기 때문이다.

포르노 산업은 1974년 미국 성인잡지 <허슬러>가 여성의 헤어누드를 처음으로 게재하면서 급속하게 팽창했다. 흔히 포르노라고 부르는 포르노그래피(pornography)는 전쟁에서 잡힌 적국의 여성(prone)과 묘사 또는 그림(graphy)이라는 의미의 합성어이다. 고대 사회의 남성들은 전쟁에서 포로가 된 여성을 성적 노리개로 여겼고, 그녀들을 활용해 병사들의 사기를 북돋웠다. 이후 여체의 묘사만이 아니라 성욕을 자극시킬 의도로 표현된 글이나 그림, 사진, 영화까지 모두 포르노라고 부르게 되었다.

우리나라에 포르노가 유입된 것은 고려시대로 중국의 사신을 통해 '춘화도(春畵圖)'가 처음 들어왔다. 이후 조선시대에는 중국에 사신으로 간 관료와 수행원들이 대량으로 구매해 전파했다. 당시 북경의 책방에서는 우리나라 사신들의 소맷자락을 은밀히 끌어 깊숙이 보관하고 있던 춘화도를 보여 주었다고 한다.

궁중의 춘화도 불시검사와 되살이 색출
사신들에 의해 조선팔도에 전해진 춘화도가 범람하자 궁중에서는 불시에 궁녀들의 처소를 검색해 춘화도를 색출하기도 했다. 춘화도가 궁녀들의 동성애를 자극한다고 여겼기 때문이다. 또한 춘화도를 이용해 내시들의 성적 능력을 검사하기도 했다. 조선 초까지 일부 내시 중에는 발기는 물론이고 성적 능력이 회복되는 '되살이'가 심심치 않았기 때문이다.

춘화도가 조선시대를 풍미했다면 구한말에는 그림과 사진 그리고 음란소설이 혼합된 포르노 서적이 베스트셀러를 장식했다. 당시 신문에는 연일 포르노 서적 광고가 게재되었는데, '이것 참 훌륭한 진화(珍畵), 진서(珍書), 진사진(珍寫眞)이라오. 밤의 쾌락을 맛볼 남녀에게 권합니다. 가을밤 긴데 한번 보시오' 같은 광고문구로 독자들을 유혹했다.

더불어 '발광하는 조루 그만' '혼자서 속 태우던 한을 풀었다', '역방한 여성들이 깜짝 놀라', '처가 좋아하며 애교를 부려', '애절초절하던 조루가 다 낫다'같은 카피의 성기능용품 광고도 지면을 도배했다. 이런 시대상의 영향을 받아 1918년 <조선미인보감>이라는 책이 출판되었는데, 605명의 기생에 대한 인물평과 이력이 사진과 함께 수록된 기생일람표였다.

춘화도는 본디 '춘궁화(春宮畵)'로 불렸는데, 태자의 처소인 춘궁에서 연유한다. 즉, 중국 후조의 해양왕 이후 태자의 성교육을 위해 중국의 왕실에서 만든 교재였다. 춘화도는 '비희도(秘戱圖)'라고도 불렀다. 최상의 비희도는 이른바 거울을 이용한 오동병풍이었다. 수양제가 개발한 것으로 전각의 사방에 거울을 달아 궁녀와 성행위할 때, 사방에 음탕한 모습이 비치도록 하는 것이다. 오늘날 러브호텔에 물침대와 더불어 대형거울이 필수품인 것이 이때부터 연유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부적화 혼수품으로 발달한 일본의 춘화도
춘화도는 일본으로 건너가 발전하게 되는데, 딸을 시집보낼 때 춘화를 반드시 혼수품에 넣어 보냈다. 이를 마쿠에라(枕繪)라 하는데, 말 그대로 베갯머리에 두고 보는 책이란 뜻이다.

또한 춘화도는 부적으로도 애용되었다. 만물의 조화이며 생명이 잉태되는 성행위를 그린 춘화도는 신비한 힘을 갖고 있다고 믿었기에 무사들이 부적으로 애지중지했다. 에도시대 무사들은 갑옷과 투구를 보관하는 상자에 춘화를 함께 보관했으며, 중일전쟁이나 러일전쟁 때는 국가에서 병사들에게 춘화도를 나누어 줄 정도였다.

한편 중국에서는 민란을 봉기한 지역이나 모반을 획책한 인물의 출생지 등에 춘화도를 묻었는데, 이를 압승이라고 했다. 또한 병풍의 안쪽 면에 여러 가지 성교하는 장면을 그려 넣으면 화재를 피할 수 있다고 여겼는데, 이를 '피화도(避火圖)'라고 했다.

서양의 포르노 산업은 15세기 중엽 구텐베르크가 유럽에 금속활자를 보급하면서 번성했다. 금속활자로 인쇄술이 발달하자 베네치아의 약삭빠른 상인들은 인기 있는 윤락녀들의 이름과 주소, 취향, 서비스 내용, 가격을 적은 리스트를 제작해 막대한 수입을 올렸다. 당시 베네치아에는 관청에 알려진 윤락녀만 1만1600명에 이르렀기에, 고객 입장에서는 누가 어떻게 봉사해 주는지, 또한 가격은 어떻게 차이가 나는지 궁금했기 때문이다.

포르노 산업도 인터넷 시대의 개막과 함께 변화하고 있다. 잡지나 도서 같은 책자형이 온라인 동영상으로 바뀐 것은 물론이고, IT(정보통신) 기술과 접목해 실시간으로 다양한 섹스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기 때문이다. 포르노업계는 새로운 시대 상황에 적응하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는데, '명문대 마케팅'과 더불어 이른바 '포르노영화제'로 이슈를 만들어 내고 있다.

이른바 3대 포르노영화제는 일본의 AV(성인용 비디오, Adult Video)업계가 주관하는 'AV오픈', 미국의 라스베가스에서 개최되는 'AVN어워드', 스페인에서 열리는 '닌파어워드' 등이다. 이들은 영화제와 스포츠 이벤트를 결합한 것이 특징이다. 단순히 포르노영화와 배우를 심사하는 데 그치지 않고 최대 집단 섹스, 초대형 자위 도구 도전 등 다양한 섹스 이벤트를 통해 대중의 호기심을 자극하고 있다.

이렇듯 포르노업계가 좀더 자극적이고 독특한 소재의 개발을 지향하고 있는데, 결코 바람직스럽지 않다. 포르노는 성에 대한 왜곡된 가치관은 물론이고 콤플렉스까지 불러일으키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남성들이 갖고 있는 조루가 가장 대표적인 폐해다.

안 그래도 은밀히 치르는 자위행위 시 포르노의 자극을 받으면 속전속결 습관이 누적되어 조루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또한 포르노에 등장하는 배우들의 대물(큰 성기)에 심각한 콤플렉스를 갖게 되어 성적 자신감을 잃는 경우가 적지 않다. 따라서 포르노는 성적 권태기를 극복하는 자극제로 적절하게 활용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김재영 원장
김재영 원장
김재영

남성 성기능 장애, 발기부전 등 남성수술 분야를 이끌고 있는 강남퍼스트비뇨기과 원장. 주요 일간지 칼럼과 방송 출연 등을 통해 건강한 성(性)에 대한 국민인식도를 높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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