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2015.05.15 09:00

한때 집에 있는 치약들이 전부 쓰레기통으로 직행할 뻔한 일이 있었다. 사건의 발단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퍼진 '치약의 비밀'. 해당 글에 따르면 튜브형 치약 아래쪽에는 검정, 파랑, 초록, 빨강 띠가 있는데, 이 색은 치약 성분에 따라 결정된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초록띠는 순수 천연물질, 파랑띠는 천연물질과 의약품 혼합물, 그리고 검정띠는 순수 화학물질로 만들어진 치약을 의미한다는 것이다.

치약들
치약들
뉴스에나 나올 법한 진지한(?) 사진에 영어로 쓰인 이 글은 사람들 사이에서 무한한 신뢰를 얻었고 빠른 속도로 퍼져나갔다. 내용을 접한 사람들은 화장실로 달려가 사용하던 치약을 꺼냈다. 치약을 확인한 후 초록띠를 본 사람은 내심 안도했고, 검정띠를 본 사람은 불매운동을 하겠다고 씩씩댔다. 왜 이런 중요한 비밀을 숨겼냐는 것이다. 하지만 치약 회사는 눈물 나게 억울할 뿐이다.

사실 치약 아래쪽에 있는 띠의 정체는 성분표시선이 아닌 '아이마크'이기 때문이다. 아이마크란 쉽게 설명하자면 절취선이다. 치약을 생산하는 과정에서 기계가 치약 용기를 정확하게 자르기 위해 그려놓은 선일 뿐 성분을 나타내는 것이 아니다. 실제로 아이마크는 치약뿐 아니라 튜브 형태로 된 대부분의 제품에 그려져 있다.

그렇다면 왜 색이 다를까? 그 이유도 알고 나면 조금 허무하다. 그냥 제품이랑 어울리기 때문이란다. 내용물 성분과 관계없이 디자인을 고려해 검정이 어울리는 치약에는 검정선을, 초록색이 어울리는 치약에는 초록선을 그어놓은 것이다. 그러니 이제 근거 없는 낭설에 아까운 치약 낭비하지 말고 그 시간에 이 한번 더 제대로 닦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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