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 한류 현장 인하대병원 국제진료센터
외국인 환자 증가… 4년 새 두 배, 러시아·동남아 등 국적도 다양해져
癌·심뇌혈관질환 등 중증환자 많아… 협진 필요한 科 통합, 편의성 높여

러시아 사할린에 사는 멜레스키나 스베틀라나(여·49)씨는 2012년 갑상선암 수술을 받은 뒤 정기검진을 위해 6개월마다 인하대병원을 찾는다. 그녀는 2011년 인하대병원에서 자궁근종 수술을 받은 적도 있다. 러시아 현지에서 자궁을 모두 들어내자는 얘기를 들었던 스베틀라나는 외국의 병원을 수소문한 끝에 인하대병원에서는 복강경으로 자궁근종만 제거할 수 있다는 소식을 들었다. 그녀는 사할린에서 비행기로 약 3시간 거리에 있는 인하대병원에서 수술을 받았다.
스베틀라나는 갑상선암 병력이 있는 어머니 탓에 자신도 갑상선암에 걸리지 않을까 항상 두려웠다. 자궁근종 수술 관리 차 인하대병원에 왔던 그녀는 건강검진을 받았고 초기 갑상선암을 발견했다. 2012년 이 병원 외과 조영업 교수의 집도로 진행된 수술은 성공적이었다. 성대나 신경을 건드리지 않아 목소리도 그대로고 음식물을 삼키는 데에도 지장이 없었다. 정상 조직은 그대로 살려 수술 후 갑상선호르몬 약을 먹지 않아도 됐다. 지난 달 병원을 찾은 스베틀라나는 "이번에는 딸도 함께 와 여드름 치료를 받았다"며 "의료진의 수준이 높고 친절하며 음식이나 문화 등 감성적인 부분도 신경을 쓰는 게 느껴져 주변에 건강에 문제가 생긴 사람들이 있으면 주저 없이 인하대병원을 추천한다"고 말했다.
◇외국인 환자 4년 새 2배 늘어
인하대병원을 찾는 외국인 환자가 매년 증가하고 있다. 2010년 1만1800여명이던 외국인 환자 수가 지난해 2만3500여명으로 4년 새 2배로 늘었다. 건강검진이나 관광을 왔다 잠깐 들르는 사람들보다 암이나 심뇌혈관질환처럼 중증 환자가 많이 늘었고, 국적도 초기에는 러시아에 한정됐지만 최근 카자흐스탄, 우즈베키스탄, 키르키즈스탄, 아르메니아, 중국, 미국, 몽골, 동남아시아 등으로 확대됐다.
인하대병원 국제진료센터를 이끌고 있는 박흥재 소장은 미국 의사면허가 있는 신경과 전문의로 미국에서 20년 이상 진료를 했기 때문에 영어가 유창하다. 필요하면 박 소장이 직접 의사와 환자 사이의 통역에 나선다. 이외에도 러시아어 3명, 영어 2명, 중국어 1명 등 언어권 별 코디네이터가 병원에 상주하면서 해외 진료 상담, 화상 상담은 물론 환자가 병원에 와서 진료를 받고 출국할 때까지의 전 과정을 돕고 있다.
◇JCI 재인증으로 '환자 안전' 인정 받아
인하대병원은 외국인 환자들이 마음 놓고 병원을 찾을 수 있도록 2010년에 JCI(국제 의료기관 인증위원회) 인증을 획득했고 2013년에 재인증을 받았다. 올해 초에는 보건복지부의 의료기관인증도 2회 연속으로 받았다. 이는 환자를 안전하게 돌보며 제대로 된 의료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것을 국내외적으로 인정받았다는 의미가 있다. 박흥재 소장은 "2010년 처음 JCI인증을 받을 때 구축한 안전시스템을 재인증 심사 때까지 체계적으로 정착시켰기 때문에 더 까다로워진 2차 인증기준도 쉽게 통과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맞춤형 전문센터 속속 개소
인하대병원은 3월 중순 심뇌혈관센터, 뇌신경센터, 여성전문센터, 척추센터, 통증센터 등 협진이 필요한 진료과목을 센터로 통합했다. 환자들은 이곳저곳을 찾아 헤맬 필요 없이 원스톱으로 진료와 검사를 받을 수 있게 됐다. 특히 심뇌혈관센터는 보건복지부가 지정한 인천권역 센터로 365일 24시간 교수급 전문의가 원내에 상주한다. 여성전문센터는 유방·갑상선외과, 산부인과는 물론 성형외과 의료진이 소속돼 있어 유방암 수술의 경우 환자 중 유방 재건수술을 원하는 환자가 있다면 치료계획을 짤 때부터 이를 고려할 수 있다. 외국인 환자들도 전문센터에서 내국인 환자와 동일한 진료를 받는다.
김영모 인하대병원장
"JCI 인증… 국제적 수준 갖춰"

“우리 병원은 인천국제공항에서 차로 15분 거리입니다. 의료 수준은 국제 의료기관 인증위원회(JCI)에서도 높이 평가한 만큼, 적극적으로 외국인 환자를 유치할 계획입니다.”
김영모<사진> 병원장은 “인하대병원이 한 단계 도약하기 위해서는 외국인 환자 유치가 필수”라고 말했다. 2010년에 이어 2013년 받은 JCI 인증과 ‘의료 한류’ 열풍 덕에 기본 조건은 충족됐다. JCI 인증은 환자 안전과 의료의 질이 국제적인 수준임을 의미한다. 1300개에 달하는 세부 평가 항목에서 합격점을 받기 위해 병원 전체가 노력했다. 김 병원장은 “우리 병원은 인천공항에서 가장 가까운 대학병원으로 러시아 연해주나 중국 북동부 지역에서 반나절이면 입원이 가능하다”며 “지리적 이점을 살리고 의료 서비스의 질을 유지하면 외국인 환자들이 훨씬 많이 올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