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재원의 음악과 함께하는 건강 산책>
프란츠 슈베르트 ‘겨울 나그네’ 작품번호 89번
Franz Peter Schubert ‘Winterreise’ Op.89

겨울 나그네’는 33세의 젊은 나이에 사망한 뮐러의 시에서 영감을 얻어 작곡한 것으로서 원제를 직역하면 ‘겨울여행(Winter Journey)’이다. 이 작품은 어둡고 절망적인 분위기에 휩싸여 있다. 회색빛 겨울 이른 새벽, 실연의 쓰라림을 안고 희망을 상실한 채 정처 없이 길을 떠나는 젊은이의 애절한 연가가 담겨 있다.

스산한 겨울 들판을 헤매는 그의 마음은 절망에서 차차 방심 상태로 변한다. 이는 죽음을 앞둔 사람의 무심한 상념이다. 물론 이 주인공은 스스로 생명을 버리지는 않는다. 하지만 차가운 현실과 환상의 교차 속에서 시달리면서 동구 밖에서 구걸을 하는 늙은 떠돌이 악사에게 겨울 나그네 길을 함께 떠나자고 제안한다.

이 가곡은 같은 뮐러의 시에 곡을 붙인, 슈베르트의 4년 전 연가곡 ‘아름다운 물방앗간의 처녀’의 서정성과 차이가 많다. 이는 아마 가난과 병에 시달리고 주위에 아무도 없는 당시 슈베르트의 심정을 애절하게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슈베르트는 이 작품에 깊은 애정을 갖고, 죽음 직전까지 이 가곡을 짓는 데 몰두했다. 자신의 죽음을 예감하고 생의 최후의 걸작을 마지막으로 정성스럽게 손질했던 것 같다.

‘매독’이라는 죽음의 병에 걸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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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사라

작은 키에 통통한 몸매를 지닌 착하고 여린 슈베르트는 아버지가 교장으로 있던 시골학교에서 보조교사로 일하다 20세가 되던 1817년 집을 떠나 시인이자 친구인 프란츠 폰 쇼버의 집에 머무르게 된다.

쇼버는 평소 사창가를 즐겨 찾았다고 전해진다. 이 시기를 거치면서 슈베르트는 매독에 감염된 것으로 추정된다. 매독은 슈베르트를 사망으로 몰아넣은 감염병이다.

매독의 최초 발병은 교향곡 제8번 ‘미완성’이 완성된 1822년이었다. 31세의 젊은 나이에 세상을 떠나기 전 10여 년 가까이의 시간을 슈베르트는 매독의 고통 속에서 견뎌야 했다. 슈베르트는 그로 인해 이듬해 입원했다.

치료 후유증으로 탈모가 심해 가발을 쓰고 다녔고, 심한 두통에 시달리게 된다. 이때부터 그는 스스로 죽음을 예감했다. 또 그 전에 쓴 가곡 ‘죽음과 소녀’를 주제로 현악4중주 ‘죽음과 소녀’를 작곡하게 된다.

합병증 고통에도 불탄 창작열

그 후 병이 재발되면서 여러 합병증이 그를 더욱 괴롭혔다. 당시 그의 주치의는 신경열(神經熱)로 진행됐다는 진단과 함께 차(茶), 발포성 고약과 겨자포대 등으로 치료했다. 그 후 슈베르트는 고통 속에서 머리의 열기와 무력감을 호소했고, 저녁이 되면 갑자기 헛소리를 하면서 의식장애가 나타나 다음날까지 계속됐다고 한다.

이런 증상으로 한때 그의 사망원인이 장티푸스라는 주장도 있었다. 의사 슈바이스 하이머는 “슈베르트의 병이 장티푸스처럼 3주일간 계속됐다”는 견해를 기록했다. 그러나 장티푸스 진단에 부합되지 않는 증상으로 최후까지 의식이 보존된 사실, 발열과 설사가 없었던 사실 등이 제시되고 있다.

당시의 불분명한 진단인 신경열은 장티푸스뿐만 아니라 헛소리 불면증 사망 전의 의식장애 등 현저한 뇌증상을 수반하는 모든 종류의 열성 질병을 포괄하는 것이다. 이로 미루어 슈베르트의 사인은 뇌동맥 폐색에 기인한 증상과 유사한 데가 많다. 이러한 관점에서 보면 이전부터 앓던 성병 후유증의 일종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러한 증상 속에도 그는 항상 불안에 찬 창작열에 사로잡혀 있었으며, 마침내 1828년에는 유명한 3개의 최후 피아노 소나타와 함께 ‘겨울 나그네’를 발표하게 된다. 슈베르트는 다가올 죽음을 예감한 듯 가난에 시달리며 고독한 삶을 살면서 이작품을 완성한 이듬해에 가난과 병 속에서 세상을 떠났다.

‘겨울 나그네’는 놀라울 만큼 원숙한 낭만주의 서막을 알리고 있다. 선율은 더 부드러워졌으며 반주는 교묘하고 복잡한 기법으로 시정을 수놓고 있다. 가사 역시 노래에 못지 않게 극도의 심리적 묘사를 시적으로 알알이 표현하고 있다.

성악과 반주가 아주 세련되게 조화를 이루고 있어 훗날 낭만파 예술 가곡의 경지를 한 단계 승화시키는 걸작으로 자리매김하게 된다. 연가곡 ‘겨울 나그네’는 크게 두 부분으로 나뉘어 있는데 제1부 12곡은 베토벤의 죽음을 알게 되기 조금 전인 2월에 완성되었고, 제2부는 그해 가을에 완성했는데, 그 때문인지 제2부는 더욱 어둡고 전체적으로 무거운 분위기가 감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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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디히트리 피셔디스카우(바리톤), 제랄드 무어(피아노), (DG, 1967): 이안 보스트리지(테너) 2 레이 오프 안스네스(피아노), (EMI, 2000): 토마스 쿠아스토프(바리톤) 3 찰스 스펜서(피아노), (RCA, 1998): 마 티아스 괴르네(바리톤) 4 그래함 존슨(피아노), (Hyperion, 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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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재원

오재원

한양대구리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 대한천식알레르기학회 국제이사.
한양대 의대 키론오케스트라 지도교수이며, ‘오재원 교수의 오페라 이야기’ 블로그를 운영하고 <의사신문>, 월간지<휴플러스> 등에 클래식 이야기를 연재하면서 고전음악의 이해를 돕고 있다.
저서로는 클래식 음악 가이드 베스트셀러인 《필하모니아의 사계 1·2권》, 《한국의 알레르기 식물》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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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재원의 음악과 함께하는 건강 산책 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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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재원의 음악과 함께하는 건강 산책 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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