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아암, 완치율 높지만 5000만원 넘는 치료비 부담… 마라톤 하며 아이들 도울 수 있어 행복해요"

  • 김수진 헬스조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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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 2015.01.07 06:00

    [Health & People] '소아암 환우 돕기 마라톤대회' 여는 이동윤 원장

    2002년 시작, 올해 12회째
    작년까지 3억3000만원 기부

    "운동은 좀 하세요? 제가 드리는 약만 먹지 말고 하루에 30분씩이라도 꼭 운동을 하셔야 합니다." "여사님, 1주일에 세 번 스트레칭 하셨어요? 이 병은 운동을 해야 낫는 병이에요."

    서울 서초구에 있는 한 외과의원에서 진료를 받는 환자들이 반드시 듣는 말이 있다. "운동을 하라"는 것이다. '달리는 의사'로 알려진 이동윤 원장(64)은 환자들에게 의학적인 처방 외에 반드시 운동과 관련된 조언을 한다. 마라톤을 권유할 때도 마라톤의 건강 효과, 부상 방지법 등을 친절하게 알려준다.

    이 원장은 고등학생 때부터 매일 오전 5시에 일어나 1시간씩 달렸던 마라톤 마니아다. 그의 마라톤 이력은 화려하다. 1997년 처음 마라톤 풀코스(42.195㎞)를 완주한 이후 175차례 이상 풀코스를 달렸다. 개인 최고 기록이 3시간 7분대로 아마추어 마라토너로서는 수준급 실력이다. 100㎞를 뛰는 울트라마라톤과 산악마라톤에도 여러 번 참가했다.

    ‘소아암 환우 돕기 마라톤대회’를 개최하는 ‘달리는 의사들’ 이동윤(가운데) 회장에게 달리기는 개인 건강만을 위한 운동이 아니라, 소아암 환자들에게 희망을 나눠주는 사랑의 수단이다. 맹추위 속에 서울 한강시민공원을 달리고 있는 이동윤 회장.
    ‘소아암 환우 돕기 마라톤대회’를 개최하는 ‘달리는 의사들’ 이동윤(가운데) 회장에게 달리기는 개인 건강만을 위한 운동이 아니라, 소아암 환자들에게 희망을 나눠주는 사랑의 수단이다. 맹추위 속에 서울 한강시민공원을 달리고 있는 이동윤 회장. / 신지호 헬스조선 기자
    건강을 위해 시작한 마라톤이지만, 이 원장에게는 남다른 의미가 있는 운동이다. 자신이 아닌 다른 사람의 건강을 위해 나눔을 실천하는 매개체가 된 것이다. 매년 5월 첫째 주 일요일이면 '소아암 환우돕기 서울시민마라톤대회'가 열린다. 언론사도 지방자치단체도 아닌 회원수 650여명의 '달리는 의사들'이 주최하며, 올해 대회가 12번째다. 2002년 이 대회를 처음 만든 이가 당시 '달리는 의사들' 회장이었던 이동윤 원장이다.

    "1997년 시작된 외환위기 탓에 사회 분위기도 각박해졌지요. 서로 격려하는 분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우리 회원들에게 즐거움을 주는 마라톤이 떠오른거죠." 이 원장은 "소아암은 제대로 치료하면 완치가 잘 되는데, 4000만~5000만원이 넘는 비용 때문에 치료를 받기 힘든 아이들이 많다"며 "힘든 시기를 겪는 어린 암 환자들과 그들의 부모에게 용기를 주고 싶어 소아암 환우 돕기 마라톤대회를 만들었다"고 했다. 달리기는 지극히 개인적인 운동이지만, 언젠가 사회의 주역이 될 아이들을 위해 함께 달리면 개인이 아닌 사회 전체의 운동이 될 수 있다는 게 그의 믿음이었다.

    2002년 5월 한강시민공원 광진지구 축구장에서 열린 첫 대회에 참가한 인원은 500명 남짓. 참가비 전액과 후원금을 합해 500만원이 모아졌다. 대회 운영비도 남기지 못한 적자 대회였지만, 이 원장은 이 돈을 모두 삼성서울병원 소아암 환우 모임인 '참사랑회'에 기부했다.

    이 원장은 2005년 2회 대회 때부터는 대회 홍보와 후원금 모금을 위해 부지런히 언론사, 기업을 찾아다녔다. 주변 사람들에게 부지런히 전화도 돌렸다. "이동윤이 전화를 했다고 하면 돈 내놓으라고 할까봐 사람들이 무서워했죠."(웃음) 그런 노력 덕분에 대회 참가자와 후원자가 늘어, 지금은 기부금이 매년 4000만원 정도가 된다. 작년까지 11차례 대회를 치르면서 기부한 금액은 3억3000만원 정도다.

    이동윤 원장은 소아암 환자와 찍은 사진이 한 장도 없다. "원장님께서 후원하신 아이와 사진을 하나 찍을 수 있게 해달라"고 요청했지만, 그는 손사래를 쳤다. "그 사진을 넣을거라면 기사를 쓰지 말라"고도 했다. 아이들이 상처를 받을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또 한 가지의 이유는 "아픈 아이들을 앞세워 우리 마라톤대회를 알리고 싶지 않다"는 것이었다. 이원장은 그렇게 되면 소아암 환우 돕기 마라톤대회의 순수한 의미가 퇴색된다고 했다.

    이동윤 원장은 진로를 걱정하고 있는 대학생·직장인을 위해 각계 각층의 인사(人士)를 초빙해 꿈과 삶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청년 꿈살리기 포럼'을 2011년 만들었다. 현재까지 총 21차례 포럼이 열렸으며, 강연은 재능기부 형태로 이뤄진다. 올해부터는 중학생과 초등학생을 위한 포럼도 시작할 예정이다.

    "기부 문화가 활성화된 데다 달리기의 건강 효과가 널리 알려진 덕분에 우리 마라톤대회와 포럼에 참가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어 기분이 아주 좋습니다." 이 원장은 "꽃 피고 바람 좋은 5월, 함께 달리고 싶다면 여의도 한강공원에서 만납시다"라며 활짝 웃었다. 올해 대회는 5월 10일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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