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정교합’이라고 하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덧니가 있거나 벌어진 삐뚤빼뚤한 치열을 생각한다. 가지런한 치아도 부정교합일 수 있다는 생각은 하지 못한다. 부정교합은 충치, 치주질환(잇몸질환, 풍치)과 함께 3대 구강질병에 속할 정도로 흔하다. 연구 논문마다 차이가 있으나, 부정교합의 유병률은 낮게는 30%에서 높게는 90%에 이를 정도다.
교합이란 입을 다물었을 때 위∙아래의 치아가 서로 맞물리는 상태를 말한다. 거울을 보고 ‘이’ 하면서 치아를 다물었을 때, 어금니가 서로 맞닿아서 윗 앞니가 아래 앞니를 살짝 덮는 상태면 정상교합이다. 치아가 아무리 가지런하게 배열돼 있어도 상∙하 치아가 기능적으로 제자리에 위치하지 않는다면 부정교합이다. 그 중에서도 아래쪽 앞니가 안보일 정도로 윗 앞니가 덮고 있다면 과개교합, 앞니가 서로 닿지 않고 공간이 생기면 개방교합이라고 한다. 위 치아보다 아래 치아가 바깥쪽으로 나와 있는 경우는 반대교합이라고 한다.

부정교합 때문에 발생하는 치아건강 문제는 시간을 두고 서서히 진행되기 때문에, 환자들이 잘 인지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부정교합으로 인한 문제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정기적인 치과 검진이 꼭 필요하다. 가장 흔한 문제는 구강위생 상태 불량으로 인한 충치다. 일반적인 치과 검진에서 충치가 잘 보이지 않는 경우가 많아 자신도 모르게 충치가 상당히 진행될 수 있다. 치열이 가지런하지 않기 때문에 양치질이 쉽지 않다. 치열 사이로 음식물이 잘 껴서 칫솔질로 잘 빠지지도 않고, 플라그와 치석이 잘 생긴다. 잇몸 질환과 풍치도 잘 나타나는 편이다. 부정교합으로 인해 특정 치아에 힘이 집중되면 그 치아는 과도한 힘을 버티지 못하고 주변 잇몸 조직이 약해진다. 치아가 한쪽으로 기울어진 경우, 그쪽의 잇몸뼈가 소실돼 치주질환이 생기기도 한다.

부정교합이 있을 경우 해당 치아로 음식물을 제대로 씹기 힘들다. 치아는 소화 기능을 담당하는 1차적인 조직인데, 씹는 기능(저작,咀嚼)의 저하가 소화 기능의 장애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치아로 씹기 힘들면, 혀와 입술 근육이 그 역할을 대신하려고 한다. 음식을 씹거나 삼킬 때, 혀가 앞니에 비기능적인 힘을 지속적으로 가하거나 입술 근육을 부자연스럽게 움직이게 된다. 치아에 비기능적인 힘이 전달되면 해당 치아의 뿌리가 흡수되면서 치아 자체가 약해지는 경우가 많다. 이런 상황이 반복되면 부자연스러운 얼굴 모습이 나타나기도 한다. 부정교합이 있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주걱턱, 무턱, 돌출입, 안면 비대칭, 긴 얼굴 등 얼굴 모습의 부조화가 많이 발생한다. 부정교합과 턱관절 질환은 어느 것이 다른 것의 원인 또는 결과라기보다는 복합적으로 관련성을 맺으면서 함께 나타나는 경향이 더 많다. 부정교합과 턱관절 질환의 관련성은 많은 연구들에서 밝혀져 있다.
또 하나의 큰 문제는 자신감 또는 자존감 약화다. 삐뚤빼뚤한 치아 때문에 잘 웃지 않거나, 친구들을 사귀는데 소극적인 아이들을 많이 본다. 학창시절의 이러한 자존감 결여는 사회생활까지 이어질 수 있다. 최근의 연구에 의하면 부정교합이 있는 사람보다는 정상교합이 있는 사람이 사회적인 리더로 여겨지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회사 면접 시에 부정교합이 있을 경우 면접관들이 더 낮은 점수를 주는 경향이 있다는 연구도 있다. 부정교합은 단순하게 심미적인 문제점을 유발하는데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사회 생활 전반에 영향을 주고 있다고 받아들여져야 할 것이다.
/ 손명호 대한치과교정학회 공보이사 및 바른이봉사회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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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한치과교정학회는 1959년 치과교정학에 대한 학술적인 연구를 교류할 목적으로 설립됐으며, 3200여명의 치과의사가 가입돼 있다. 부정교합과 치아교정 치료에 대한 국민들의 인식을 향상시킬 목적으로 대국민 홍보사업을 시행하고 있다. 2012년부터 치과의사들의 사회적인 책임을 수행하기 위해 사단법인 바른이봉사회를 설립, 치아교정 치료가 꼭 필요한 상황이지만 경제적인 형편 때문에 치료를 받지 못하는 청소년들을 위하여 무료로 치아교정을 해주는 사업을 시작했다. 치과교정학의 발전을 위한 연구지원 및 치과교정학을 공부하는 내외국인들에게 장학사업을 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