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을 바꿔야 다이어트에 성공한다
맞선을 보았던 수많은 여자들은 물론 어머니조차 한번쯤은 나의 성적 기능이 시원치 않을지 모른다고 생각했을 것이란 것을 알고 있던 나는 아버지를 만나는 날에는 내가 아버지 마음에 들지 않을 거라는 사실 때문에 항상 슬픈 마음으로 돌아오곤 했다.
아버지는 특히 내가 뚱뚱한 아이라는 걸 가장 못마땅했을 것만 같았다. 그래서 서른다섯 살이 되는 날 다이어트를 시작한다.
- 은희경, 《아름다움이 나를 멸시한다》 중에서
다이어트를 결심하는 사람 중에 정말 뚱뚱한 게 불편하기 때문인 사람이 얼마나 될까. 사람들은 대부분 세상이 나를 뚱뚱하게 보기 때문에 다이어트를 한다.
기성복이, 부모가, 이성이 보는 눈에 따라 나의 뚱뚱함이 결정된다. 은희경의 작품은 이런 생리를 잘 드러내고 있다. ‘뚱뚱’의 의미는 사전 그대로 ‘살이 쪄서 몸이 옆으로 퍼진 모양’을 의미한다. 하지만 뚱뚱함이 곧 의학적으로 ‘BMI(체질량지수) 25 이상’이라는 ‘비만’을 말하는 것은 아니다.
단지 주관적인 판단일뿐이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BMI와 무관하게 자신이 뚱뚱하다 생각해, 다이어트를 위해 본능과 싸운다. 이는 비만・뚱뚱함이 의학의 문제가 아닌 문화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의복, 가구, 행동양식은 비만 기준에 영향을 끼친다. 그래서 비만을 ‘문화연관증후군’(Culture Bound Syndrome・CBS)이라고 한다.
의학적으로 비만이라고 볼 수 있는 문학 표현은 모파상의 소설 《비곗덩어리》에서 찾아볼 수 있다. 이는 말 그대로 지방이 많은, 의학적으로도 비만인 상태를 말하는 것으로 보인다.
《 땅딸막한 몸은 몽실몽실 비곗살이 쪄서 전신이 동글동글했다. 손가락도 살이 쪄서 마디진 곳은 짧은 소시지를 염주같이 엮은 것 같았다. 살갗은 반들반들 윤이 나고, 유방이 커서 옷이 찢어질 것만 같았다.》
비만과 뚱뚱함의 문제가 이렇게 문화와 다른 사람의 판단을 기준으로 하면 어김없이 생기는 폐단이 있다. 은희경의 소설《아름다움이 나를 멸시한다》에서 주인공은 ‘다이어트 이론서를 구독하고, 체중계를 사고, 탄수화물은 안 먹고 단백질만 먹는 황제다이어트’를 선택한다. 3일이 지나자 어지럽고, 집중력이 떨어지고, 의욕이 사라진다. 그런데도 주인공은 계속 실행한다. 하지만 아버지 때문에 시작한 다이어트의 결과를 보여주기도 전에 아버지가 세상을 뜬다.
그 결과는 어떠했을까? ‘자신이 건강해지기 위해’ 하는 다이어트가 아니라 ‘누구에게 인정받고, 외롭지 않기 위해’시작한 다이어트는 그 누군가가 사라질 경우 오히려 허무감과 패배감으로 남는다. 이 허무감과 패배감은 폭식을 부르게되고, 이전보다 더 뚱뚱해지는 결과로 이어지는 것이 보통이다.
먹는 것은 심리 상태와 긴밀한 관계가 있으므로 비만에서 벗어나려 한다면 생각부터 바꿀 필요가 있다. 비만을 바라보는 바람직한 시선과 생각을 담아낸 문학작품이 있다. 박찬일의 ‘뚱뚱한 것의 힘’이라는 산문시이다.
《 보통 지하철 좌석 한 줄에는 7명이 앉는다. 뚱뚱한 사람이 하나 앉으면 6명만 앉게 되거나 7명이 매우 좁게 앉는다. (중략) 뚱뚱한 사람 하나가 좌석의 지형도를 결정하고 여러사람의 앉을까 말까 하는 순간 심리에 개입한다고 생각하니 뚱뚱한 것이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어느 누구도 뚱뚱함을 욕하지 않고 뚱뚱한 것을 환경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그리고 한 줄에 6명만 앉게 될 경우 다른 5명의 사람들은 뚱뚱한 사람 때문에 조금 편하게 가고, 한 줄에 7명까지 앉을 경우 다른 6명의 사람들은 뚱뚱한 사람 때문에 불편하게가는 것도 당연하게 생각한다.》
작가는 이 시에서 뚱뚱한 것은 다른 사람을 ‘당연히 불편하게 하는’ 하나의 권력이자, 힘이자, 큰 것으로 묘사한다. 사람들은 뚱뚱한 사람 때문에 생기는 시스템의 변화를 다소 불편하긴 하지만 어느 순간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며 순응한다. 은희경이 비만을 ‘스스로 어쩔 수 없는 문화와 사회의 억압 시스템’으로 묘사했다면, 박찬일은 비만을 ‘극복하고,관리 가능한 순응 시스템’으로 표현했다.
박찬일의 비만은 수동적이고, 다른 사람의 판단에 기준한 것이 아니다. 나 스스로 비만을 극복할 수 있도록, 내가 내 비만한 몸의 주체가 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문학에서는 비만에 관해 긍정성을 보여 주지만 부정적 인식을 보여 주기도하고, 부정성을 드러내지만 긍정적 인식을 갖게 한다. 이는 비만이 요즘 사람들이 보듯 무조건 혐오스럽고, 타파해야만하는 절대 악(惡)이나 억압적인 것이 아님을 의미한다.
비만을 부정적으로만 보면 절대 비만에서 벗어날 수도, 날씬해질 수도 없다. 비만을 받아들이고, 순응하고, 타협하라. 비만을 인정하고 나를 위한 다이어트를 해야 비만을 극복할 수 있다. 매일 다른 사람을 의식하면서 끊임없이 다이어트해 온 여성보다는 중년 넘어 나온 뱃살 때문에 건강이 걱정돼 나를 위해 다이어트를 시작한 남성의 다이어트 성공률이 더 높은 것을 보면 알 수 있지 않은가.
한림대강남성심병원 내과 교수. ‘유담’이라는 필명으로 시인과 수필가로 활동 중이다. 한국의사시인회 회장, 함춘문예회 회장, 쉼표문학회고문, 문학의학회 부회장 등으로 활동하면서 문학 속에 담긴 건강 이야기를 고찰하고 있다. 《가라앉지 못한 말들》 《닥터K&39》 《그리운 암각화》 등 시집과 산문집 다수.
월간헬스조선 7월호(140페이지)에 실린 기사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