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으로 못 고치는 크론병(염증성 장 질환)… 기생충으로 치료한다

입력 2014.01.22 07:30

돼지편충 알 복용해 장 자극… 면역 이상 반응 사라져
개·고양이 회충 이용, 천식·치매 억제 동물실험 성공

기생충을 이용해 자가면역질환인 크론병과 알레르기성 천식, 알츠하이머성 치매를 치료하려는 시도가 국내외서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염증성 장 질환의 일종인 크론병에는 돼지편충을 이용한 치료가 현재 독일 등 유럽에서 이뤄지고 있으며, 치료약은 미국에서도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앞두고 있다.

크론병 치료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그래픽 뉴스로 크게 볼 수 있습니다. / 조선닷컴
◇크론병 치료제 부작용 없이 효과

크론병은 면역계가 자신의 장벽을 공격해 끊임없이 염증을 만들어내는 병이다. 설사·혈변·복통을 반복하며, 대장암도 유발한다. 현재 염증 부위를 수술로 잘라내거나, 스테로이드 함유 약을 통해 증상을 완화시키는 치료만 이뤄질 뿐 완치 방법을 못 찾고 있다.

돼지편충을 이용한 치료는 면역계가 자기 조직을 적(敵)으로 인식해 공격하는 이상 반응을 억제하는 방법으로 이뤄지고 있다. 치료법은 간단하다. 환자가 눈에 안 보이는 돼지편충 알 2500~6500개를 넣은 약을 2주에 한 병씩 10회 마시면 된다. 독일에서 이 약의 수입을 추진중인 국내 한 제약사의 관계자는 "돼지편충 알이 몸 속에서 부화돼 장벽을 자극하면 면역계는 이를 외부의 적으로 인식해 공격하며, 자기 세포(장벽)를 공격하던 이상 반응이 사그라들면서 크론병이 낫게 된다"고 말했다. 돼지편충은 사람의 장에서는 2주 안에 저절로 죽어 배출되므로 아무런 부작용이 없다고 한다.

외신에 따르면, 미국 아이오와 의대에서 크론병 환자 29명에게 돼지편충 치료제를 20주간 복용시킨 결과, 73%인 21명이 완치됐다고 한다. 단국대 의대 기생충학과 서민 교수는 "마땅한 치료제가 없는 크론병을 기생충을 이용해 부작용 없이 치료한다면 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기생충을 이용한 치료의 이론적 근거는 '위생가설' 이론이다. 지나치게 깨끗한 환경으로 인해 할 일이 없어진 면역계가 자기 조직을 적(敵)으로 인식하거나 작은 자극에도 과민하게 대처하는 이상 반응을 일으킨다는 게 '위생 가설'이다. 기생충 치료는 지나치게 깨끗해서 생긴 병을 비위생적인 환경을 조성해 치료한다는 개념이다.

◇천식·치매 치료에도 적용 가능성

국내에서도 기생충 치료에 대한 연구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부산대 의대 기생충학과 유학선 교수팀은 개를 숙주로 삼는 '사자회충'의 단백질을 이용해 천식을 억제하는 동물실험에 성공했다.

서울대 의대 기생충학교실 신은희 교수팀도 최근 고양이를 숙주로 삼는 '톡소포자충'으로 노인성 치매를 억제하는 동물실험 결과를 세계적인 과학·의학저널인 '풀로스 원'에 발표했다. 신 교수는 "멀지 않은 미래에 알츠하이머성 치매의 치료제로 톡소포자충을 사용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