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성림프종에 더 많은 청춘 꺾이지 않기를…

입력 2013.12.18 09:20

[메디컬포커스] 호지킨림프종

서철원 서울아산병원 종양내과 교수
서철원 서울아산병원 종양내과 교수
"꼭 나아서 대학에 가려고 죽을 만큼 힘든 고용량 화학요법도 몇 번이나 참고 받았고, 자가조혈모세포 이식까지 했는데도 또 재발했다니…. 선생님, 저 살 수 있나요?"

호지킨림프종과 싸우기 시작한지 3년이 되는 18세 여학생이 몇 달전 필자에게 한 말이다. 최근 개발된 약을 쓰면 긍정적인 결과를 기대할 수 있었지만, 환자의 형편이 안돼 결국 쓰지는 못했다. 이 여학생은 상태가 급격히 나빠지고 있다. 의사로서 한계를 느끼는 순간이다.

호지킨림프종은 19세기 이 병을 처음 보고한 영국 의사 토마스 호지킨의 이름을 딴 질환이다. 몸에서 면역기능을 담당하는 림프계에 발생한 암인 림프종의 하나다. 호지킨림프종은 치료 경과가 비교적 좋다. 보통은 서로 다른 항암제를 4가지 정도 섞는 복합화학요법을 여러 차례 쓰면 완치된다. 하지만, 이 치료에 잘 반응하지 않거나 병이 재발하면 고용량 화학요법을 쓴 뒤 자가조혈모세포 이식술을 받아야 한다. 힘든 과정이기는 하지만, 10명 중 8~9명은 이런 치료를 통해 암을 극복하고 일상의 삶을 되찾게 된다.

그러나 이 여학생처럼, 전체 호지킨림프종 환자의 약 10~20%는 치료를 받아도 재발한다. 이렇게 복잡한 치료를 받고도 재발하면, 다음 치료법 선택 시 여러 가지 난점이 있다. 우리나라에선 기존 치료에 반응하지 않거나 병이 재발한 호지킨림프종 환자를 위한 치료법 선택의 폭이 매우 좁다. 국제적인 치료 가이드라인에는 수십 가지 치료법이 소개돼 있다. 하지만, 상당수의 치료법은 우리나라에서 사용 허가를 받지 못한 약물이 포함돼 있거나, 선행 치료에 이미 썼던 성분의 약물을 다시 쓰게 돼 있어 종양세포 내성으로 치료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거나, 국내에선 적응증이 인정되지 않는다.

최근 기존 치료에 실패한 호지킨림프종 환자에게 쓸 수 있는 신약이 식품의약품안전처 허가를 받았다. 정상 세포나 장기에 큰 부작용을 일으키지 않고 호지킨림프종 세포만 선택적으로 공격해 좋은 치료 효과를 보인다. 그러나 건강보험급여가 적용되지 않아 환자에게 이 약을 쓰자고 하기가 쉽지 않다. 호지킨림프종은 나이가 들면서 많이 생기는 다른 암과 달리 20대에 가장 많이 발병하고, 10대에도 많다. 대학생이 되고 싶어하는 필자의 환자처럼, 재발로 희망을 잃어가는 호지킨림프종 환자들이 병을 이겨내고 꿈을 이룰 수 있게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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