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을 병' 아닌 '만성질환'… 올바른 인식이 환자 살린다

입력 2013.11.27 08:30

[메디컬포커스] 에이즈

김상일 서울성모병원 감염내과 교수
김상일 서울성모병원 감염내과 교수
1980년대 미국 프로농구를 주름잡았던 매직 존슨의 에이즈 감염 소식은 당시 미국을 충격에 빠뜨렸다. 하지만 그가 몇 년 안에 사망할 것이라는 예상은 빗나갔다. 그는 20여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건강한 모습으로 에이즈 퇴치와 봉사 활동에 활발히 참여하고 있다. 현재 전 세계 에이즈 바이러스(HIV) 감염자는 3400만명이다. 우리나라에도 1만명 이상이 HIV에 감염돼 있다.

1981년 에이즈가 처음 알려진 직후에는 외국은 물론 우리나라도 큰 공포에 빠졌다. '20세기의 흑사병'이라는 별칭처럼 걸리면 무조건 죽는 병이라는 오해를 받았다. 여기에, "감염자와 악수만 해도 옮는다" "해외여행 갔다오면 검사를 받아봐야 한다"는 등 잘못된 소문이 국내 에이즈 공포를 부추겼다. 하지만 좋은 치료제가 많이 개발된 현 시점에서 에이즈는 '충분히 극복할 수 있는 질환'이 됐다. 실제로, 지난 해 전세계의 에이즈 사망자는 160만명으로 2001년보다 16% 줄었다. 국내 에이즈 사망자 수도 2007년 최고점을 기록한 이후 매년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정확한 명칭이 인체면역결핍 바이러스인 HIV는 사람 몸 밖으로 나가면 바로 비활성화하거나 사멸한다. 섭씨 71도의 열을 가하거나, 체액이 건조되어도 즉시 사멸한다. 염소에 특히 약해, 염소가 포함된 수돗물만 닿아도 바로 감염력을 상실한다. HIV는 이처럼 아주 약한 바이러스이기 때문에, 포옹·키스 등의 신체 접촉이나 식사 등 공동 생활을 통해서 전파되지 않는다. 이 사실은 국내에도 많이 알려져 있다. 하지만, 만약 감염돼도 올바르게 치료·관리하면 충분히 건강하게 살 수 있다는 사실은 아직 충분히 알려지지 않았다.

에이즈 치료법은 1990년대 중반부터 눈부시게 발전했다. 현재 대표적인 치료법은 일명 '칵테일 치료'라고 하는 고강도 항레트로바이러스요법(HAART)이다. 칵테일 치료는 바이러스 증식을 억제하고 인체의 면역기능을 유지시켜 주기 때문에, 이 치료를 받고 있는 국내 대부분의 감염자는 증상 발현 없이 정상 생활을 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 사회가 에이즈를 바라보는 시선은 아직 제자리 걸음이다. 예컨대, 에이즈 증상이 나타난 사람은 에이즈 확진 전에 가입했던 보험의 보상조차 거부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이는 에이즈가 만성 감염질환이 아니라 성병이라는 편견에서 비롯된 것이다. 에이즈는 '관리하며 사는 만성질환'이라는 올바른 인식이 우리 사회에 확대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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