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성 난청에 뇌 노화 겹치면 우울증 온다

입력 2013.11.13 08:30

말·주변소리 구분 어려워지면 더 나빠지기 전 보청기 착용을 청력검사 제대로 받고 맞춰야

2년 전 노인성 난청 진단을 받았지만 보청기를 쓰는 것에 부담을 느껴서 그냥 지내던 박모(70)씨. 박씨는 올해 들어 기억력이 떨어지고 일상 대화를 할 때에도 싸우듯이 언성이 높아져서 다른 사람과 원만히 지내지 못하게 됐다.

이비인후과에 다시 간 박씨에게 의사는 "난청이 악화돼 말소리를 제대로 알아듣지 못해서 인지기능까지 떨어진 것"이라며 "지금부터라도 보청기를 사용하라"고 권유했다. 보청기를 쓰기 시작한 박씨는 남들과 정상적으로 어울리게 됐고, 치매 의심 증상도 조금씩 사라졌다.

귀·뇌 모두 노화 오면 난청 심해져

노인성 난청은 달팽이관(귀의 가장 안쪽에서 청각을 담당하는 기관)의 노화가 직접적인 원인이다. 자기 귀에 들어오는 소리가 말소리인지 다른 소리인지 처음부터 구별이 잘 안되는 것은 아니며, 말소리와 주변 잡음을 구별할 수 있다. 하지만 말소리가 또렷하지 않고 울리듯이 들린다. 그런데 여기에 청각을 담당하는 뇌 부위의 노화까지 겹치면, 말소리와 주변 소리가 섞여서 어떤 것이 사람이 내는 소리인지 구별하기 힘들어진다.

난청 환자가 소음하 어음 변별력 검사를 받고 있다.
자신에게 딱 맞는 보청기를 구입하려면 여러 종류의 검사를 받아야 한다. 난청 환자가 소음하 어음 변별력 검사를 받고 있다. / 신지호 헬스조선 기자
김성근이비인후과 김성근 원장은 "노인성 난청이 생기는 연령대가 되면 뇌의 노화도 본격화한다"며 "뇌의 노화와 노인성 난청으로 인한 인지기능 저하가 겹치면 노인성 우울증이나 치매가 유발된다"고 말했다. 실제로, 노인성 난청이 있을 때 치매 발병 유병률이 높다는 연구 결과가 여럿 나와 있다. 고대안암병원 이비인후과 임기정 교수는 "뇌로 가는 자극이 줄어 청각을 담당하는 뇌 부위의 퇴화속도가 빨라지면 인지기능을 떨어뜨릴 수 있기 때문"이라며 "따라서 노인성 난청이 시작되면 빨리 보청기를 착용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

보청기, 체계적 검사 통해 골라야

노인성 난청 때문에 손실된 청력은 되돌릴 수 없다. 다만, 보청기를 착용해 청력을 유지하고 더 나빠지지 않도록 잘 관리하는 게 최선이다. 65세 이상인데 ▷조용한 곳에서 대화하는 것은 괜찮은데, 교회·호텔 로비 등에서는 선명하게 들리지 않는다 ▷'간다' '잔다' '판다' '산다' 등의 단어를 구분하기 힘들다 ▷TV 뉴스는 잘 들리는데, 드라마의 대사가 또렷하게 들리지 않는다는 등의 증상이 있으면 이비인후과에서 검사를 받는 게 좋다.

자신에게 딱 맞는 보청기를 구입하려면 여러 종류의 검사를 먼저 받아야 한다. 청력검사·소음하 문장 인지도 검사·큰소리 민감도 검사·어음 변별력 검사·울림에 대한 민감도 검사 등과 더불어, 달팽이관의 노화가 얼마나 진행됐는지, 뇌의 청각 기능 장애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도 파악해야 한다.

김성근 원장은 "이런 검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채 보청기를 착용하면, 없던 이명이나 두통 등이 생길 수 있다"며 "난청을 근본적으로 해결하려면 보청기를 처음 구입할 때 난청 전문 이비인후과에서 종합적인 청각 검사를 받으라"고 말했다.

환자 임의로 소리 조절하면 안 돼

보청기를 잘 골라서 써도, 사후 관리를 제대로 안 하면 난청이 악화될 수 있다. 김 원장은 "보청기는 다양한 주파수 중 환자가 나빠진 부분만 선택적으로 잘 들릴 수 있게 조정해야 하는데, 환자가 임의로 모든 소리를 크게 키우면 잘 들리는 다른 주파수도 같이 올라가 문제가 생긴다"며 "이를 피하려면 청력과 보청기 상태를 정기적으로 관리해주고 상담과 교육을 해주는 이비인후과의 도움을 받는 게 좋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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