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주·이정옥 부부의 고구마로 차린 건강밥상 제안
#1 유기농 고구마를 짓는다
몇 해 전 고구마는 특유의 포실하고 달콤한 맛을 뽐내며 웰빙 식품으로 떠올랐다. 전라남도 무안군은 지금은 양파로 유명하지만 예전에는 고구마로 유명했다. 일제강점기 때 일본인들이 나주평야에서 생산되는 쌀과 무안에서 나는 고구마를 실어 가려고 목포항을 만들었다는 이야기가 전해질 정도다. 고구마는 지나치게 좋은 땅에서는 오히려 잘 자라지 않는 작물이다. 30여 년 전부터 유기농을 고집하며 소신 있게 고구마를 지은 김용주 씨는 무안의 자연 환경이 맛있는 고구마를 만든다고 말한다.
“고구마는 황토에서 잘 자랍니다. 퇴비를 넣은 기름진 토양보다 황토 같은 척박한 땅에서 오히려 잘 자라죠. 여기에 바다 바람과 갯벌 염기 어우러져 맛있는 무안 황토 고구마가 탄생합니다.”
고구마와 뗄 수 없는 인연
김용주 씨는 유기농 인증 제도가 생기기 전인 1985년부터 유기농법으로 고구마 농사를 짓기 시작했다. 1997년에는 국내 최초로 무농약 고구마 인증을 받았다. 현재 ‘무안 황토 명품 고구마 클러스터 사업단’을 이끄는 단장이다. 아내 이정옥 씨도 고구마 하면 빠지지 않는 인물이다. 이정옥 씨는 어릴 적부터 고구마를 쥐고 살았단다.
“어릴 적 제 손엔 늘 고구마가 있었어요. 겨울에는 윗목에 두고 말랑말랑해진 고구마를 먹었던 기억이 나요. 고구마는 달콤하지만 무작정 달지는 않은 맛이에요. 포근하고 단정한 단맛이라고 할까요. 곰곰 생각해 보니 고구마 맛이 모유 맛과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제가 일곱살까지 엄마 젖을 먹고 자랐는데, 아마 그 맛을 잊지 못해 고구마를 끼고 살았던 게 아닌가 싶어요.”
부부는 3월 초 씨를 뿌려 10월 말 고구마를 수확할 때까지 한시도 숨 돌릴 겨를이 없다. 고구마를 연구하는 고구마연구소도 설립했다. 더욱 맛있고 품질 좋은 고구마를 생산하려면 끊임없는 노력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정옥 씨는 8월 18일을 ‘고구마의 날’로 정했다. 고구마가 줄기에 대롱대롱 달려 있는 모양이 숫자 8자와 비슷하다는 그만의 감성적 판단에서다. 매년 고구마의 날에는 고구마 페스티벌을 연다. 알음알음 100여 명의 사람이 모이는데, 작은 음악회와 고구마 요리 시식 등 인심 좋은 현장이 펼쳐진다.
#2 고구마가 좋은 여러 가지 이유
미국 항공우주국(NASA)은 우주정거장에서 고구마 재배가 가능한지 연구해 관심을 모은 적이 있다. 탄수화물·칼슘·칼륨·인·비타민 등 다양한 영양성분이 들어 있고, 잎과 줄기까지 모두 먹을 수 있어 버릴 것 없는 식품임이 고구마를 선정한 이유였다. 각종 영양소가 풍부한 고구마는 월동 준비 필수식품으로 손꼽힌다. 김용주 씨는 고구마가 가진 장점에 대해 짚어 준다.
“고구마는 다이어트에 좋습니다. 칼로리가 낮고 포만감을 느껴 체중 조절에 좋거든요. 섬유소도 많은데, 이 섬유소는 기름기를 없애는 정화작용도 해요. 또 비타민C가 많이 들어 있어요. 비타민C는 녹말에 둘러싸여 있기 때문에 가열한 후에도 60~70%가 남아 있죠. 당분이 많이 들어 있지만 당지수(GI)가 낮아 당뇨병 환자도 먹을 수 있는 식품입니다. 고구마가 병의 치료나 예방에 좋다는 연구는 꾸준히 나오고 있어요.”
고구마 맛있게 먹는 법
이정옥 씨는 고구마를 맛있게 먹는 방법은 “있는 그대로의 맛을 살려 먹는 것”이라고 말한다. 그녀는 한 손에 딱 들어오는 고구마를 쥐고 아무 것도 넣지 않고, 먹을 때가 가장 행복하단다.
다음으로는 고구마를 껍질째 쪄 먹는 것을 추천한다. 식이섬유나 칼슘, 안토시아닌 등 영양성분이 껍질 가까이에 집중돼 있기 때문이다. 고구마와 궁합이 맞는 식품을 함께 먹으면 더욱 맛있게 먹을 수 있다.
“고구마는 단백질과 지방이 부족해 우유와 잘 어울려요. 사과, 두부, 견과류, 수육, 김치 등도 고구마와 궁합이 좋고요. 특히 김치를 곁들여 먹으면 목이 메거나 체하지 않을뿐더러, 고구마가 김치에 들어 있는 나트륨 흡수를 낮춰 주어 건강에 도움이 되죠.”
단순한 요리를 만들어라
이정옥 씨는 평소 가공하지 않고 양념하지 않은 단순한 요리를 주로 만든다. 식재료 고유의 맛을 살려 조리하기 때문에 그의 요리에는 자연 그대로의 맛이 살아 있다. 그는 주부들에게 ‘오늘 메뉴’에 대해 고민하지 말라고 조언한다.
“요즘 사람들은 보통 집에서 하루 한 끼 먹으면 다행이에요. 늘 바쁘게 살며 주로 밖에서 끼니를 때우니까요. 그런데 주부는 이 한 끼가 늘 고민거리잖아요. 조금 단순하게 접근해 보세요. 다지고 만드는 것만이 요리는 아니니까요. 고구마뿐 아니라 무, 배추 등 식재료만으로 얼마든지 훌륭한 요리를 만들 수 있어요. 양념을 많이 하면 할수록 식재료의 단아한 맛이 사라지고 복잡해지니, 재료 본연의 맛을 살리는 요리를 해보세요.”
최근 부부는 고구마칩을 만들었다. 고구마를 씻고 자르고 얼린 후 말려낸 건강한 간식거리다. 이름은 ‘행복한 고구마칩’. 고구마만 30년 캔 노력의 결실이다. 이정옥 씨는 고구마와 함께 하는 지금의 삶이 행복하지만 좀더 욕심을 내고 싶어졌다. 지난해 영국 스코틀랜드 핀드홀 농장을 다녀오고 나서다. 핀드홀 농장을 롤모델로 삼아 유기농 고구마 공동체를 만들고 싶어진 것이다. 그래야 더 많은 사람이 찾아와 쉬고, 고구마를 나눠 먹으며 더욱 건강해질 테니까. 지금까지 고구마 부부가 보여준 소신의 행보라면 어려운 일은 아닐 것이다.
Tip 이정옥 씨가 알려준 고구마 보관방법
고구마는 냉기에 약하므로 냉장고에 보관하면 안 된다. 마르지 않도록 신문지에 싸서 해가 들지 않고 통풍이 잘 되는 곳에 보관한다. 흠집이 나면 금방 상하니 상처 나지 않게 조심한다. 고구마는 껍질에 상처가 없고 모양이 곱고 매끈한 것이 맛있다. 잔털이 많은 것은 질긴 편이고, 손으로 눌렀을 때 물컹하게 들어가면 상한 것이다. 색은 진한 것이 맛있다.
1 받은 즉시 개봉한다.
2 호흡열과 외부 기온차로 생긴 수분이 마르도록 통풍이 잘 되는 양지에서 일광욕을 시킨다.
3 신문지로 감싸서 항상 12~15℃를 유지하는 곳에 보관한다. 신문지는 습도와 온도 유지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 방법이 여의치 않으면 현관 옆에 두면 된다.
4 우리나라 가을 날씨는 고구마를 보관하기 좋다.
#3 이정옥 씨가 알려준 고구마 음식 레시피
고구마잡채
재료(5인분) : 당면 200g, 자색고구마·호박고구마·흰색고구마 30g씩, 꽃고구마 30g, 당근 30g, 시금치 50g, 양파 1개, 마른 표고버섯 50g, 올리브오일과 참기름 적당량, 국간장·마늘·참깨소금 조금씩, 설탕 1큰술
만들기
1 당면은 조리하기 6시간 전에 찬물에 불린다.
2 고구마와 당근은 모두 깨끗이 씻어 껍질을 벗긴 후 채칼로 가늘게 채썰어 소금물에 헹궈 건진다.
3 시금치는 살짝 데친 후 마늘과 국간장을 넣어 무친다.
4 마른 표고버섯은 불린 뒤 꼭지를 따고 가늘게 채썬 후 국간장으로 간해 올리브오일 두른 팬에 볶아 꺼내 놓는다.
5 고구마와 당근을 종류별로 올리브오일 두른 팬에 볶아 꺼내 놓는다.
6 양파는 가늘게 채썰어 소금으로 간한 뒤 올리브오일 두른 팬에 볶아 꺼내 놓는다. 7 올리브유 두른 팬에 당면을 넣어 볶다가 국간장으로 간을 한다. 8 당면이 쫄깃하게 볶아지면 설탕을 넣어 윤기를 낸다. 9 팬에 모든 재료를 넣고 고루 섞어 가며 한 번 더 볶은 뒤 참기름과 깨소금을 넣고 불을 끈다.
Tip 잡채에 흔히 넣는 고기 대신 고구마와 당면만으로 풍성한 맛을 낼 수 있다. 극소량의 설탕으로도 단맛이 나는 잡채가 탄생한다. 고구마의 색과 맛을 충분히 즐기고, 영양까지 충분히 섭취할 수 있다.
고구마밥
재료(5인분) : 녹미·현미 100g씩, 백미 300g, 밤고구마·자색고구마 1개씩
만들기
1 녹미는 깨끗이 씻어 2시간 정도 불리고, 백미는 씻어 30분간 불린다.
2 고구마는 껍질째 씻어 깍둑썰기한다.
3 녹미와 백미를 섞어 밥을 짓는다.
4 고구마는 끓는 물에 5분 정도 익힌 후 건져 식힌다.
5 밥을 풀 때 고구마를 고루 섞어 그릇에 담아 낸다.
Tip 아이들이 잘 먹지 않는 현미밥에 고구마를 넣어 맛있는 고구마밥을 만들면 영양과 건강을 두루 챙길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