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단한 보드게임이 전두엽 자극
3040세대가 어릴 때 즐기던 부루마블이나 요즘 자녀들이 좋아하는 젠가 같은 보드게임을 하면 치매가 억제된다. 집중력과 기억력도 좋아진다. 분당서울대병원 김기웅 교수팀이 우리나라 사람을 대상으로 한 연구 결과다. 김기웅 교수는 “보드게임은 규칙을 이해하고 기억하면서 주사위를 던지거나 말을 움직일 때 손을 많이 써야 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어려운 게임은 오히려 역효과다. 한창 뇌가 발달하는 시기라면 새로운 정보나 몰랐던 정보로 뇌를 계속 자극하면서 성취감을 이끌어 내야 하지만, 이미 뇌 성장이 멈췄고 보드게임에도 익숙지 않은 중장년층은 자신감을 위축시켜 역효과를 낼 수 있다. 게임을 하면서 ‘나도 할 수 있다’는 생각을 이어가야 하는데, 보드게임이 어려워 자꾸 실패를 반복하면 아예 포기하기 때문이다. 바둑이나 장기도 일종의 보드게임으로서 뇌 자극에 도움이 되지만, 원래 잘 두는 사람에게 해당하는 이야기이다. 나이 들어서 바둑이나 장기를 새로 배우고 고수가 되려고 애쓰면 스트레스만 더해진다.
상황에 맞는 보드게임 선택해야 효과 높아
유승호 교수는 “나이 들수록 하나의 뇌세포가 입력한 정보를 다른 뇌세포가 전달받는 데 걸리는 속도가 느려지는데, 이 때문에 저장된 기억을 꺼내는 능력이나 유사 정보를 연상하는 능력이 떨어진다”며 “보드게임은 뇌세포 간의 연결이 긴밀하고 빠르게 이뤄지도록 훈련시키기 때문에 뇌 건강에 좋다”고 말했다. 유 교수는 “특히 가족이나 친구와 함께 보드게임을 하면 엔도르핀, 세로토닌 같은 행복 호르몬이 많이 분비돼 두뇌 피로가 해소된다”고 말했다. 상황과 목적에 맞는 보드게임은 다음과 같다.
평소 잘하던 일이 어려워진다면? 매일 사용하던 세탁기를 앞에 두고 어떻게 작동시켜야 하는지 잠시 멍해지는 순간이 생긴다면, 열쇠를 손에 쥐고도 문을 어떻게 열어야 하는지 잠시 동안 백지 상태가 된다면, 텔레비전 채널을 바꾸기 전에 ‘어떻게 작동시켰더라’ 하고 한번쯤 생각한다면, 뇌의 연상작용이 느려졌다는 신호다. 이때는 문제에 봉착했을 때 풀어 가는 과정을 떠올리고 결과를 예상하면서 전략을 세우는 게임이 도움된다. 예산을 운용해서 재산을 늘려 나가거나 문제 해결을 위한 다양한 방법이 있는 부루마블, 인생게임, 모노폴리 등이 좋다.
자주 깜박깜박 잊어 버린다면? 친구와 한 약속을 잊어버리고, 약 먹는 것을 잊어버리고, 가스레인지 끄는 것을 잊어버린 후 ‘아차’ 하는 일이 잦다면 기억력이 저하된 것이다. 트럼프 카드나 옛날 사진을 붙여 직접 만든 카드 등을 이용해 그림 맞추기를 하면 기억력이 좋아진다. 화투도 그림 맞추기 게임용으로 쓸 수 있다. 보난자 같은 게임은 내게 도움이 되는 카드와 그렇지 않은 카드를 선별하는 능력을 키워 주기 때문에 기억력 향상에 좋다.
외부 교류가 많지 않다면? 혼자 있는 시간이 많고, 외부 활동이 적고, TV나 책·라디오 등을 통해 한 방향으로만 정보를 전달받는 시간이 길다면 쌍방향으로 커뮤니케이션할 때 뇌에 가하는 자극이 없어지면서 뇌 기능 일부가 퇴행되기 쉽다. 혼자서라도 흑백 바둑 돌을 번갈아 쓰며 오목을 두거나, 작은 숫자말판을 순서대로 배열하는 루미큐브 등을 하면 뇌를 균형 있게 자극시킬 수 있다. 어느 위치의 나무토막을 빼야 하는지 순서와 균형감각을 연상해야 하는 젠가 등도 도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