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동맥수술은 시간싸움… 10시간짜리 절반에 끝내"

입력 2012.11.21 09:21

헬스 특진실 분당서울대병원 박계현 교수
휴일 한밤중에도 응급상황 땐 의료진 30분내 모여 수술 준비
수술 후 30일 내 사망률 2% 미국 최고 대학의 절반 수준

지난 추석 당일 오전 8시. 분당서울대병원 흉부외과 박계현 교수는 용인의 한 병원 응급실에서 "대동맥 수술이 필요한 환자를 보낸다"는 전화를 받자마자 대동맥 수술팀을 소집하고 출근했다. 고혈압을 가진 김모씨(62·경기 용인시)가 차례상을 차리다가 극심한 복통으로 쓰러졌는데, CT(컴퓨터단층촬영) 검사 결과 복부대동맥류 파열이었다. 대동맥은 심장에서 나온 혈액을 전신으로 보내는 '핵심 혈관'이다. 박 교수는 김씨가 병원에 실려오자마자 CT 필름을 확인한 후 곧바로 메스를 들었고, 4시간 만에 파열된 대동맥 대신 인조혈관을 넣어주는 수술을 끝냈다. 김씨는 수술 열흘 뒤 건강하게 퇴원했다.

우리나라 대동맥 수술의 10% 가량을 집도하는 분당서울대병원의 박계현 교수팀은 환자가 병원에 도착한 지 30분 이내에 수 술을 시작하고, 수술 시간도 국내 평균 시간의 절반 정도밖에 안 걸리기 때문에 세계 최고 수준의 성과를 내고 있다. / 신지호 헬스조선 기자
매년 5000명 발병 추산

대한흉부외과학회가 전국 주요 대학병원에서 대동맥 수술을 받은 환자 수를 집계했더니, 2000년 381명에서 2011년 1042명으로 3배 가까이 늘었다. 집계가 안 된 환자와 진단 전 사망한 환자까지 합치면 매년 3000~5000명의 대동맥질환자가 생긴다고 의료계는 본다.

대동맥질환은 대동맥류와 대동맥박리가 있다. 박계현 교수는 "60대 중반부터 많이 생기는 대동맥류는 혈관 노화와 고혈압·동맥경화 등으로 혈관벽이 늘어지면서 풍선처럼 부풀어오르는 병으로 복부대동맥에 주로 생긴다"며 "또한 40~50대에 많이 나타나는 대동맥박리는 내막·중막·외막 세겹인 대동맥에 상처가 생겨서 내막과 중막 사이에 혈액이 들어차는 병으로, 심장과 연결된 대동맥 주변에 잘 생긴다"고 말했다. 대동맥박리가 생기면 심장에서 피가 뿜어져 나오는 압력을 세겹의 막으로 버티던 대동맥이 두겹으로 지탱하다보니 결국 대동맥류처럼 혈관이 부풀어오른다. 대동맥에서 주요 장기로 가는 혈관이 대동맥박리로 막히면 뇌경색·심근경색 등을 초래하기도 한다.

10월~2월에 많이 생겨

박계현 교수는 국내에서 이뤄지는 대동맥 수술의 약 10%를 담당한다. 2008년에는 국내 최초로 대동맥 수술을 생중계로 집도해서 국내외에서 수술 실력을 인정받았고, 이를 바탕으로 2년마다 전세계 대동맥 수술 권위자를 초청해 대동맥심포지엄을 연다. 박계현 교수는 "대동맥은 터지면 80~90%가 목숨을 잃는데, 10월부터 2월 사이에 환자가 많이 발생한다"며 "날씨가 추우면 말초혈관이 수축해 심장에 혈액이 많이 몰리고, 그러면 심장에서 대동맥으로 쏟아져 나가는 혈액량이 늘어나서 대동맥 압력이 세지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수술 30일내 사망률 2% 정도

대동맥 파열 환자는 가능한 빨리 수술을 시작하고, 단시간 내에 끝내야 수술 성공률이 올라간다. 박계현 교수팀은 365일 24시간 응급 수술이 가능한 시스템을 갖췄다. 분당서울대병원은 대동맥질환이 의심되는 환자가 있다는 연락을 받으면 한밤중이라도 흉부외과·순환기내과·영상의학과·마취통증의학과 교수와 전문간호사 등 대동맥 수술팀이 30분 안에 다 모인다. 박 교수는 "환자의 혈액형이 병원 도착 전에 확인되면 수혈할 피까지 미리 준비해둔다"며 "또, 다른 병원에서 찍은 CT 필름을 가져오면 CT를 다시 찍지 않고 바로 수술한다"고 말했다.

대동맥 수술은 수술 시간이 짧을수록 성공률이 높다. 파열된 대동맥을 잘라내고 인조혈관을 연결할 때 심장을 정지시키고 인공심폐기로 전신에 피를 보내는데, 인공심폐기 사용 시간이 길수록 뇌·간·신장 등에 합병증이 많이 생겨 사망할 위험이 커진다.

대동맥 수술은 보통 10시간 이상 걸리지만, 박계현 교수팀은 4~6시간에 끝낸다. 박 교수는 "환자가 갑자기 들이닥쳐도 바로 수술할 수 있는 준비가 돼 있고, 손발이 잘 맞는 팀원들이 오래 수술을 함께 해왔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세계에서 대동맥 수술을 가장 많이 한 미국 베일러의대 요셉 코셀리 교수팀은 수술 후 30일 이내 사망률이 5%인데 비해 박계현 교수팀은 2%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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