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정서장애 강아지가 고쳐줘

    입력 : 2012.08.22 09:31

    동물매개치료

    전문적인 훈련을 받은 동물을 이용해 아동 정서장애를 치료하면 사회성 발달 등의 효과를 볼 수 있다. / 창파동물매개치료센터 제공
    "어느날 아들이 저에게 '엄마, 구루 친구'라는 말을 건넨 순간을 잊을 수 없습니다"

    발달장애 2급(자폐증)인 최모(12)군의 어머니 허모(42)씨는 "누구와도 시선을 마주치지 않던 아들을 바꿔 놓은 것은 동물매개치료센터에서 만난 강아지 '구루'"라고 말했다.

    최군은 평소 말을 시켜도 반응이 없고, 엄마를 봐도 웃지 않는 등 사회성이 거의 없었다. 치료센터에서 처음 구루를 만났을 때도 반갑다고 손을 핥는 구루가 무섭다며 괴성을 지르고 구루를 때렸다. 하지만, 2년간 매주 한 번씩 구루를 만나 동물매개치료사가 가르치는 대로 발 만지기, 털 쓰다듬기, 먹이 주기, 장애물 넘기 등을 하면서 행동이 바뀌었다. 최군은 요즘 스스로 어른에게 인사를 할 만큼 사회성이 좋아졌다.

    치료대상:10대 이하 아동·치매 노인=동물매개치료는 정서 장애가 있는 아동이나 치매 노인의 교육과 치료에 애완동물을 이용하는 방법이다. 치료용 동물은 매개치료를 위한 특수 훈련을 받는다. 이런 동물에게 말을 걸면서 어휘력과 언어 표현력을 익히고, 자신이 원하는 대로 동물이 행동하기를 기다리면서 인내심을 기른다. 가장 효과적인 연령대는 동물을 친구로 여기는 10대 이하의 아동이다.

    치료질환:발달장애·자폐증·ADHD=동물매개치료의 목표는 질병에 따라 다르다. 움직임이 더딘 발달장애 아동은 더 많이 움직이도록, 자폐증 아동은 사회성을 키우도록,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 아동은 행동을 절제하고 집중력을 키우도록 동물이 도와준다.

    동물매개치료를 받은 자폐아동은 교사·친구들과 관계가 좋아졌으며, 웃음이나 비언어적인 의사표현 등 사회성과 관련된 행동이 늘었다는 국내 연구 결과가 있다. 치매 환자는 동물매개치료 후 불안 수치가 줄고 운동량·식사량이 늘었으며, 만성통증 환자가 동물과 자주 접하면 통증이 줄어 진통제를 덜 먹는다는 유럽 연구 결과도 있다. 발달장애 아동의 인지능력 향상, 조현증(정신분열증) 환자의 안정감 향상에도 동물매개치료가 도움을 준다.

    활용동물:개·말=동물매개치료에 가장 많이 이용하는 동물은 개다. 동물매개치료를 정식 교과목으로 채택 중인 경북영광학교 이예숙 교장은 "수업에 전혀 집중하지 못하던 ADHD 아동이 2~3주 동물매개치료를 받으면 주의력과 수업태도가 크게 개선된다"며 "어떤 벌을 줘도 말을 안 듣던 아이들이 '동물과 못 놀게 하겠다'고 하면 얌전해진다"고 말했다.

    말은 운동 재활에 이용한다. 뇌성마비 환자에게 주 2회씩 8주간 말타기를 시켰더니 균형감, 보행기능이 늘었다는 국내 연구 결과가 있다. 삼성서울병원 재활의학과 권정이 교수는 "말타기는 관절을 끊임없이 움직이며 근력, 지구력, 자세조절력 등이 필요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 외에도 햄스터(쥐의 일종), 미니돼지, 앵무새, 고양이, 토끼 등이 정서안정에 이용된다.

    가정활용:아동 책임감 향상=동물매개치료를 하는 기관은 아직 많지 않다〈〉. 원광대 대학원 동물매개치료학전공 김옥진 교수는 "아이에게 일정한 시각을 정해서 애완동물을 산책시키거나 밥을 챙겨주는 책임을 맡기면, 장애 때문에 늘 남의 도움만 받던 아이의 책임감이 강해진다"고 말했다.

    현재 국내에서 동물매개치료가 활성화되지 않고 있는 큰 이유는 '동물이 질병을 옮길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다. 김옥진 교수는 "매개치료에 쓰는 동물은 수의사와 훈련사에게 체계적인 관리를 받기 때문에 감염이나 안전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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