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컬 포커스] 수면유도제

부작용 없이 개운하게 푹 재워드려요

입력 : 2012.03.07 09:13

대입 재수 막판에 습관적으로 밤새워 공부하던 스무 살 김모씨가 얼마 전 "수능이 끝난 뒤에도 잠을 못 잔다"며 병원을 찾아왔다. "주변에서 수면제를 권했지만 거부감이 컸다"고 했다. 반면, 5년 전 뇌졸중을 겪은 58세 박모씨는 잠자리가 편치 않아 약국에서 수면유도제를 사 먹기 시작했다 약 없이는 잠을 못 들어 병원을 찾아왔다.

둘 다 수면유도제에 대한 잘못된 인식으로 불면증이 심해진 전형적인 사례다. 김씨는 일시적 불안으로 수면 리듬이 깨진 불면증이었는데, 초기에 의사 처방에 따라 수면유도제를 복용했으면 금방 좋아질 수 있었다. 반면 박씨는 뇌혈관질환 때문에 수면 중 뇌파 각성이 일어난 경우로, 수면유도제가 병을 악화시키거나 중독되는 상태였다.

우리가 오래 전부터 '수면제'라 부르던 약은 주로 벤조다이아제핀 성분의 항불안제다. 신경을 안정시키고 체온을 낮춰서 수면호르몬인 멜라토닌 분비를 유도해 잠을 재우는 원리다. 그런데, 벤조다이아제핀은 약물 의존도가 높고 오래 먹으면 기억력이 떨어진다. 수면제에 대한 거부감은 여기서 나온다. 또, 얕은 수면만 유도 돼 깊은 수면 단계에서 느끼는 개운함을 주지 못한다.

하지만, 최근 처방하는 졸피뎀 성분의 '수면유도제'는 기억력 감퇴 등 과거 수면제의 부작용은 크게 줄이고, 꿈을 꾸는 단계까지 수면을 유도하기 때문에 자고 나면 상쾌하다. 다만, 이는 의사 처방을 받아야 한다. 약국에서 그냥 살 수 있는 수면유도제는 감기약의 졸음 부작용을 이용한 것이 많다. 모든 불면증은 반드시 원인이 있으므로, 원인 확인과 치료 없이 수면만 유도해서 불면증이 치료되지는 않기 때문이다.

특히, 노년층은 부정맥이 생기거나, 뇌압이 상승하거나, 심뇌혈관이 좁아지는 증상을 가진 사람이 적잖다. 이런 사람이 수면유도제를 무작정 복용하면 잠잘 때 심뇌혈관질환이 생길 수도 있다.

불면증이 있으면 전문의 진단을 받고 수면유도제를 한두 달 처방받아 복용하면 된다. 약을 2개월 이상 먹어야 하면 꼭 수면다원검사를 통해 심혈관질환 위험성을 확인해야 한다. 심·뇌혈관질환을 앓고 있거나 앓은 적이 있으면 의사에게 반드시 알려야 한다. 이런 주의 사항을 따르면서 처방받은 수면유도제의 용법·용량을 준수하면, '품질 좋은 잠'을 안전하게 잘 수 있다.

/ 한진규 서울수면센터 스페셜클리닉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