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노년층 '올챙이배' 전신 비만보다 더 위험

입력 2011.10.05 09:13

복부에 쌓인 지방이 혈관 타고 돌면서 염증물질 분비해 온갖 질환 일으켜
치매 위험 5배, 황반변성 위험 2배, 신장질환 위험 20%↑

복부비만이 유발하는 질병이 속속 밝혀지고 있다. 최근 치매, 황반변성 등이 복부비만과 관계가 있다는 연구 결과가 국내외에서 이어졌다. 체중은 정상인데 복부만 비만인 '올챙이형' 장·노년층이 전신 비만인 사람보다 더 위험했다.

복부에 쌓인 지방은 혈관을 타고 전신을 돌며 염증물질을 분비해 온갖 질환을 일으킨다. 정상 체중에 배만 볼록한 사람이 더 위험하다. 3D로 복부비만 검사를 하는 장면. / 신지호 헬스조선 기자 spphoto@chosun.com
치매 최대 5배=복부비만은 치매 위험을 3~5배 정도 높인다. 미국 노스웨스턴대 의대 연구팀은 폐경 여성 7163명을 대상으로 복부비만을 나타내는 허리-엉덩이 비율(WHR)과 전신 비만 지표인 체질량지수(BMI)를 측정하고, 이 수치와 치매 발병 위험도의 관계를 분석했다. 그 결과, 정상 체중이면서 배만 볼록 나온 사람(BMI 25미만·WHR 0.8 이상)은 복부 비만이 없고 체중도 정상인 사람(BMI 25미만·WHR 0.8 미만)과 신체 전체가 비만인 사람(BMI 30 이상)보다 치매 발병 위험이 각각 5배, 3배 정도 높았다. 스웨덴 연구에서는 비만인 사람은 치매 발병 위험이 4배 정도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강성심병원 치매클리닉 서국희 교수는 "비만한 복부에 쌓인 지방이 혈관을 타고 돌다가 뇌혈관을 막거나, 지방세포가 분비하는 염증물질이 뇌혈관을 변형시켜서 치매를 유발할 수 있다"며 "또 지방은 뇌의 신경전달물질과 뉴런을 만드는데, 지방이 많아지면 이 과정에서 불균형이 생겨 치매 위험이 증가할 수 있다"고 말했다.

황반변성 2배=황반변성 위험은 최저 75%, 최고 2배 이상 올라간다. 호주 멜버른대 연구팀은 40세 이상 남녀 2만1000명을 대상으로 WHR과 노인성 황반변성 발병률을 장기간 조사했다. 그 결과, WHR이 0.95에서 0.1 포인트 올라갈 때(허리가 두꺼워짐) 노인성 황반변성 발병률이 75% 증가했다. 영국 연구에서는 BMI 30 이상인 사람의 노인성 황반변성 발병 위험이 2배 상승했다.


순천향대병원 안과 이성진 교수는 "복부 지방이 혈액에 녹아들었다가 눈에 혈액을 공급하는 맥락막이라는 혈관층에 찌꺼기를 많이 만들면, 이 찌꺼기가 망막 중심부인 황반의 주변부에 쌓여서 이를 우회하는 비정상적인 신생혈관을 만든다"며 "이들 혈관은 약해서 잘 터지기 때문에 황반변성을 유발한다"고 말했다.

신장질환 20%=신장질환 위험도 20% 정도 상승한다. 세브란스병원 가정의학과 이지원 교수팀은 신장 기능이 정상인 평균 39세 남녀 318명의 복부지방과 혈청단백질을 복부CT(컴퓨터단층촬영)와 혈액검사로 측정했다. 이 혈청단백질은 신장에서 재흡수되는 단백질로, 이를 측정하면 신장 기능을 알 수 있다. 측정 결과, 복부에 내장지방이 많으면 정상 범위 안이지만 신장 기능이 떨어졌다. 외국에서는 WHR이 높을수록 신장 기능이 저하된다는 사실(네덜란드 연구)과 체질량지수가 높으면 신장질환 발병률이 23% 높아진다는 사실(미국 연구)이 밝혀졌다.

이지원 교수는 "복부비만이 만성 신장질환 환자의 증상을 악화시키는 것은 알려져 있었지만, 정상인의 신장 기능에도 영향을 준다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지 않았다"며 "복부비만이 심하면 혈관의 염증반응이 심해지고 인슐린저항성이 높아지는 등 인체의 모든 생리 과정이 악화되면서 신장 기능이 저하된다"고 말했다.

한편, 365mc비만클리닉 조민영 원장은 "복부비만이 직간접적으로 유발하는 전신 질환이 앞으로 더 밝혀질 수 있으므로, 복부비만을 만병의 근원으로 인식하고 관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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