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재 사용되고 있는 알레르기 질환의 치료제와 치료방법들은 대부분 증상을 완화시키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때문에 환자가 관리를 소홀히하거나, 치료를 중단하면 바로 증상이 재발하는 양상을 보인다. 특히 최근에는 신종플루 등으로 인해 ‘면역력 강화’ 바람이 불면서 알레르기 질환의 특징적 발병기전인 ‘면역과민반응’과 전혀 상관 없는 방향으로 알레르기에 대한 관리가 진행되고 있다.
이런 관점에서 보았을 때, 최근 상품화된 다래추출물 제품은 알레르기 질환에 대한 한의학적 해석과 소재에 첨단 생명과학을 접목시킨 MOM (Molecular Biology of Oriental Herbal Medicine) 기술로 탄생한 국내 최초의 ‘면역과민반응 개선’ 건강기능식품이라 눈길을 끈다. 알레르기 질환 치료에 사용되는 대표적인 치료제와 치료 방법별 주요 효능과 특징을 알아보고 환자들의 우려를 사고 있는 문제점과 한계점은 무엇인지 알아본다.
>> 스테로이드제로 치료해요!
현재까지 나온 의약품 중에서 알레르기 질환으로 인한 염증에 가장 효과적인 약물은 면역억제제의 일종인 스테로이드제이다. 실제로 스테로이드제는 천식, 알레르기비염, 아토피피부염, 만성 두드러기 등 다양한 알레르기 질환의 치료에 폭넓게 사용된다. 만약 스테로이드제가 개발되지 않았다면 천식으로 사망하는 환자는 매년 수만 명이 예상될 정도로 의학계에서는 환자들에게 유용한 약물로 손꼽고 있다.
아스피린이나 이부프로펜 같은 비스테로이드성 항염증제와는 확실히 차별화되는 스테로이드제의 강력한 염증 억제 효과는 세포에 존재하는 GCS(Glucocorticosteroids) 수용체와 스테로이드가 결합하여 나타나는 것이다. 그런데 대부분의 세포가 이 수용체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스테로이드의 작용이 매우 강력하고 전신적으로 광범위하게 나타나는 것이다.
스테로이드제의 항염증 작용이 이처럼 강력하다 보니 스테로이드제를 사용할 때는 사용 강도, 치료부위 및 증상 정도, 환자의 연령 등을 필수적으로 고려해서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스테로이드제의 강도는 생물학적인 혈관축소검사와 섬유모세포 억제시험에 의해 평가된다. 가장 강도가 약한 스테로이드제와 가장 강한 스테로이드제의 강도 차이가 600배에 달하는 데다, 부작용의 정도가 스테로이드제의 사용 강도와 사용 기간의 곱에 비례해서 증가하기 때문에 환자가 부적절한 강도의 스테로이드제를 사용할 경우 부작용으로 인해 예상치 못한 피해를 입을 수 있다.
특히 성장기 어린이나 여성은 전신적인 스테로이드제를 장기간 복용하게 되면 성장지연이나 비만, 골다공증과 같은 심각한 부작용이 동반될 수 있으므로 더욱 주의한다. 고혈압, 당뇨, 위궤양 환자들은 사용할 수 없다. 스테로이드제는 환자마다 질환의 특징, 나이 등 상태에 맞게 강도를 조절해서 사용해야 하며, 증상 정도와 부위에 따라 적절한 형태의 스테로이드제를 사용해야 최적의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최근에는 전신적인 스테로이드제가 갖는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천식에 사용되는 흡입제나 비염에 사용되는 비강내 스프레이제처럼 다양한 형태의 국소 스테로이드제가 이용되고 있다. 국소 스테로이드제는 올바르게 사용하면 부작용이 거의 발생하지 않으므로 스테로이드제에 대해 무조건적인 반감을 갖기보다 나에게 맞는 사용법을 찾도록 관심을 기울이는 것이 좋다.
스테로이드제의 잘못된 사용으로 가장 빈번하게 부작용을 나타내는 경우는 아토피피부염이다. 대부분의 부작용은 습진 형태로 나타나며, 그 밖에 피부가 얇아지는 현상부터 입술 주변의 습진, 선조, 자반, 멍이나 모세혈관확장증, 부신기능항진증 등 강력한 국소 스테로이드제의 장기 사용에 따라 매우 다양한 부작용 사례가 보고되고 있다. 이러한 부작용을 방지하려면 정확한 검사와 진단 없이 스테로이드제를 반복 처방받아 사용하는 것을 피하고, 강도가 강한 스테로이드제를 질환이 더 악화되지 않게 유지할 목적으로 사용하지 말아야 한다. 그러나 이렇게 주의를 기울여 사용해도 근본적으로 알레르기가 발생하는 면역반응 자체를 정상으로 회복시키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완벽한 해결책이 아니라는 점이 스테로이드제의 한계다.
>> 항히스타민제로 치료해요!
체내에 침투한 이물질(보통 해가 없는 항원들)에 대하여 면역계가 과민반응을 일으키면 B세포에서 항원 특이적인 IgE 항체가 만들어진다. 이 항체는 염증세포의 일종인 비만세포(Mast Cell)나 호염구(Basophil)의 세포 표면에 존재하는 수용체에 결합된 상태로 있다가 항원과 결합하는 순간, 세포내의 탈과립 과정을 유도하여 히스타민을 비롯, 다양한 염증성 물질을 방출하게 만든다.
히스타민은 외부자극에 대하여 신체가 빠른 방어행위를 하기 위해 분비하는 유기물질 중의 하나이다. 일단 히스타민이 분비되면 그 부위의 혈액량이 늘고 혈관이 확장되며 모세혈관의 투과성이 높아진다. 이로 인해 콧물이나 눈물이 나고, 가렵고, 조직에 부종이 생기는 등의 실질적인 알레르기 증상이 나타나게 된다. 이런 이유로 알레르기 질환치료를 위해 빈번히 사용되는 약물이 항히스타민제다.
항히스타민제는 비만세포에서 분비되는 히스타민이 히스타민 수용체에 결합하는 것을 방해하는 작용을 한다. 히스타민에 의한 증상 억제에 탁월한 효과가 있어 다양한 알레르기 질환에 광범위하게 쓰이지만, 부작용으로 졸음이 오거나 위장관 자극, 두통 등이 일어날 수 있으며, 시야가 흐려지거나 구내가 건조해지는 증상이 나타날 수도 있다. 소아에게는 뇌에 자극을 줄 수도 있으므로 주의해서 사용한다. 만약 항히스타민제로 3일 이상 치료해도 증상 개선 효과가 없다면 치료제 변경을 고려한다.
현재 시판되는 제품들은 주로 제 2세대와 제 3세대 항히스타민제들인데, 세티리진 성분의 ‘지르텍’과 세티리진과 슈도에페드린 복합성분의 ‘클라리틴’은 제 2세대 항히스타민제의 대표 제품이다. 이 제품들은 몸 안에서 보다 선택적으로 작용해 졸음을 줄이는 형태로 개발된 약물들이며, 펙소페나딘과 슈도에페드린 복합성분의 ‘알레그라 D’는 제 3세대 항히스타민제의 대표 제품으로 졸음을 거의 유발시키지 않는 것에 주안점을 두고 개발된 제품이다. 이들 약물이 운전 능력 등에 영향을 주는 것은 제품마다 편차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슈도에페드린(Pseudoephedrine) 성분이 들어간 제품은 교감신경 흥분에 관련된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으므로 주의를 요한다.
결론적으로 항히스타민제가 히스타민으로 인한 알레르기 증상 완화에 분명한 효과를 가진 것은 사실이나, 히스타민은 알레르기 반응의 말단에서 분비되는 여러 가지 염증물질 중 하나일 뿐이다. 따라서 항히스타민제로 알레르기 질환을 완전히 개선시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 칼시뉴린 억제제를 사용해요!
현재 스테로이드제를 대체할 약물로 아토피피부염 치료 분야에서 가장 주목을 받고 있는 약물은 칼시뉴린 억제제인 타크로리무스(Tacrolimus, FK506)이다. 타크로리무스는 본래 장기 이식 후 거부반응을 억제하기 위해 사용하는 강력한 면역억제제다. 세포 내 결합단백질과 복합체를 형성하여 칼시뉴린이라는 효소를 억제함으로써 Th1과 Th2 사이토카인 모두의 생산을 저해, 염증반응을 억제하는 작용을 한다.
타크로리무스가 주목받는 것은 비스테로이드성 약물로 중간 강도의 스테로이드제와 효과는 비슷한 반면, 부작용은 크지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약한 스테로이드제로 치료가 되지 않는 안면부의 심한 아토피 병변이나 강력한 스테로이드제 사용을 피해야 하는 간찰부의 치료에 효과적으로 사용된다. 하지만 면역억제 작용으로 인해 바이러스 감염 등에 취약해질 수 있고, 장기간 사용하면 다른 전신적인 면역억제제처럼 피부암을 유발할 가능성이 있다. 영아 사용에 한계가 있다는 것도 단점이다.
>> 류코트리엔 조절제를 사용해요!
히스타민 외에 알레르기 반응에서 활성화되는 비만세포, 호산구, 호중구 등의 염증세포에서 분비되는 대표적인 염증물질로 류코트리엔(Leukotriene)이 있다. 류코트리엔은 대표적인 지용성 염증물질로서 기관지 수축, 혈관 투과성 증가, 점액 생산 촉진 등의 작용을 나타낸다. 그 반응이 히스타민과 달리 상대적으로 느리게 나타나서 오래 지속되기 때문에 알레르기 반응에 의한 후기 염증반응은 보통 류코트리엔에 의한 것이 많다. 이러한 류코트리엔의 작용을 막는 류코트리엔 조절제는 천식 치료에 많이 쓰이는데, 특히 기도 염증에 효과적이며, 기관지의 수축을 막아 천식 증상을 감소시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항히스타민제와 마찬가지로 류코트리엔 조절제 역시 류코트리엔이라는 하나의 염증물질의 작용만 차단하기 때문에 알레르기 질환을 완전히 개선시키는 것을 기대해서는 안 된다.
>> 항균제나 항바이러스제를 사용해요!
아토피피부염과 같이 세균, 바이러스, 곰팡이에 의한 2차 감염이 우려되는 알레르기 질환에는 스테로이드제나 항히스타민제와 함께 항균제나 항바이러스제가 사용된다. 특히 포도구균은 아토피피부염 병변의 약 90% 이상에 존재하는 것으로 확인되는데, 포도구균이 확인되면 후시딘산이나 뮤피로신을 사용한다. 사용 후에는 포도구균이 완전히 소멸되었는지 확인해 본다. 다만, 항생제를 사용할 때는 항생제 내성 포도구균의 출현이 문제가 될 수 있므로 이를 감안해서 사용한다.
>> 항체 치료제를 사용해요!
알레르기 천식 환자는 천식을 개선하기 위한 추가요법의 하나로 IgE에 대한 항체 치료제를 사용하기도 한다. ‘오말리주맙’이라고 부르는 이 치료제는 호흡기를 통해 들어오는 대기 중의 알레르겐에 대하여 피부반응을 보이면서 폐기능이 저하되어 있고, 고용량의 흡입용 스테로이드제 및 장기 지속형 흡입용 베타2작용제의 투여에도 불구하고 중증의 천식 증상으로 악화된 기록이 여러 번 있는 지속성 알레르기성 천식 환자에게 주로 사용된다. IgE에 의해 매개된 천식 환자에게만 사용할 수 있다. 또 12세 이하의 소아 환자의 안전성 및 유효성은 확립되지 않았다. 또한 전신적 알레르기 쇼크에 해당하는 아나필락시스나 탈모, 혈소판감소증, 혈관염, 관절통, 근육통, 관절 부종 등의 부작용이 나타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 면역요법을 활용해요!
면역요법은 인체에 알레르기를 유발하는 물질, 즉 알레르겐을 소량씩 지속적으로 투여함으로써 면역관용을 유도하여 면역과민반응의 발생을 근본적으로 제거하는 치료방법이다. 면역요법이 성공적으로 실시되면 환자는 질환의 완치를 기대할 수 있으나, 면역요법을 실시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조건을 충족시켜야 한다. 우선 발병의 원인인 알레르겐이 명확하게 밝혀져 있어야 한다. 그리고 알레르겐이 집먼지진드기나 꽃가루처럼 인체에 투여할 수 있도록 제품화되어 있어야 하며, 대상자는 대개 젊고 건강한 천식이나 비염 환자로 제한된다. 소아나 다른 질환을 앓고 있는 노인은 면역요법을 실시하기 어렵다. 총 치료 기간은 3~5년 정도로 대개 1주일 또는 한 달에 한 번씩 병원을 방문해야 하는데, 시기를 놓치면 효과가 약해질 수 있으므로 일단 면역요법을 시작하면 치료가 끝날 때까지 꾸준히 치료에 임해야 한다.
>> 한약을 먹어요!
한방에서는 환자의 체질에 따라 같은 알레르기 질환이라도 서로 다른 처방을 내리는 경우가 많다. 알레르기비염에 대한 처방은 대표적으로 소청룡탕(小靑龍湯)과 소건중탕(小健中湯)이다. 소청룡탕은 폐나 기관지에 쌓여 있는 수독(水毒)을 소변이나 땀 등을 통해 배출시키는 약으로 콧물이나 코막힘을 완화하는 효과가 있다. 소건중탕은 알레르기비염으로 인해 지친 오장육부를 건강하게 보해 주는 기능을 하는데 염증을 가라앉히는 계지, 감초와 함께 위액분비를 촉진하고 항균작용을 하는 생강, 대추 등이 주성분이다.
아토피피부염에는 비위와 혈액을 보(保)하는 약을 섭취하면 피부염 증상을 완화시키고 피부 방어 기능의 회복을 도울 수 있다. 또, 천식에는 기관지에 나타나는 염증을 가라앉히고 담을 제거하는 약물을 처방한다. 보통 폐나 대장을 다스려 진액을 보하는 치료를 받으면 아토피피부염 증상뿐만 아니라 기침이나 열 등 다른 증상도 좋아진다. 그러나 한방 치료는 한의학적인 근거로 처방될 뿐, 과학적인 형태로 임상시험을 거친 것은 아니기 때문에 실제 효능에 대해서는 소비자의 냉철한 판단이 중요하다. 최근 우후죽순 늘어나고 있는 아토피 전문 한의원 중에는 ‘면역력 강화’나 ‘면역력 증강’을 내세워 한약을 판매하는 곳이 있다. 이는 알레르기 질환의 원인이 무엇인지도 모르고 내리는 처방이나 마찬가지다. 알레르기 질환은 면역력이 강하고 약하고의 문제가 아니라, 면역력과민반응과 관계가 있다는 것을 안다면 허위과대광고에 속는 일은 없을 것이다.
More Info 기타 약물로 치료해요
기관지확장제_알레르겐 노출로 천식 환자의 기도에 발생한 경련을 완화시키고 호흡을 편안하게 하는 데 이용한다. 호흡이 불편할 때 언제든지 사용하는 제품과 12시간 효과가 지속되고 하루 1~2회 흡입하는 제품이 있다.
점막수축제_코막힘을 예방하지만 장기간 사용하는 경우 오히려 증상이 악화되고 약제에 의한 비염이 나타날 수 있다. 의사 지시 하에 단기간에만 사용한다.
면역억제제_스테로이드제 외에도 사이클로스포린이나 아자티오프린 같은 약물이 사용된다. 사이클로스포린은 장기이식 후 장기 거부반응을 차단하는 데 사용되는 강력한 면역억제제로 T 림프구에 작용하여 사이토카인의 생성을 차단한다. 그러나 신독성, 고혈압이나 악성 피부종양 같은 부작용을 유발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