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알레르기와 아토피
의학적으로 알레르기는 우리 몸의 면역이 이물질에 대하여 일으키는 면역과민반응을 의미하며, 아토피는 이렇게 알레르기를 잘 일으킬 수 있도록 유전적으로 형성된 면역 체질을 말한다. 알레르기의 어원은 그리스어 ‘Allos’에서 유래되었는데, 클레멘스 본 피르켓(Clemens Von Pirquet)이 최초로 ‘이물질에 대한 신체의 잘못 변화된 능력’이라고 정의를 하였다. 그리고 아토피는 ‘기묘한, 이상한, 알 수 없는 반응’이라고 해서 ‘Atopos’라는 그리스어에서 유래하였다.
우리 몸의 면역체계와 면역과민반응
인체의 면역은 내가 아닌 다른 존재(이물질)로부터 내 몸을 보호하는 가장 중요한 방어시스템이다. 때문에 면역은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평생 동안 우리 몸을 지키기 위해 몸속 구석구석에서 소리 없는 전쟁을 치른다. 매일 들이 마시는 공기부터 먹는 음식물, 피부에 닿는 다양한 물질들까지 사람이 평생을 살면서 접하는 이물질은 매우 다양하다. 인체가 이러한 물질들을 만날 때마다 면역은 이들을 어떻게 처리할지 고민한다. 그래서 만약 이들이 인체에 해를 일으키는 세균, 바이러스 등 병원체로 판단되면 이들을 제거하기 위한 반응, 즉 ‘면역반응’을 일으킨다.
인체에 별로 해가 되지 않는 물질(비병원체, 알레르겐)로 판단되면 그냥 모른 척, 눈감고 넘어가는 ‘면역관용’을 베푼다. 그런데, 유전적 또는 환경적 요인으로 면역이 이러한 판단을 하는 데 혼란이 초래되면 면역이 인체에 해가 되지 않는 물질도 해가 되는 것으로 간주하여 불필요한 반응을 일으키게 된다. 바로 이것이 ‘면역과민반응’이다.
즉, 면역과민반응이란 인체에 해가 되지 않는 비병원체(알레르겐)에 대해 면역이 지나치게 과민한 반응을 일으켜 오히려 인체에 해를 주는 것이다. 이때 주요한 역할을 하는 세포가 바로 후천성 면역의 한 축을 이루는 제2형 보조 T세포(Th2세포)이다.
우리 몸의 면역은 크게 선천성 면역과 후천성 면역으로 나뉘는데, 선천성 면역이 약하면 감염성 질환에 걸리기 쉽고, 선천성 면역이 너무 강하면 독성쇼크증후군이 생길 수 있다. 후천성 면역은 크게 제1형 보조 T세포(Th1세포) 체계와 제2형 보조 T세포(Th2세포) 체계로 나뉜다. 후천성 면역이 정상적으로 작동하는 상태란 바로 Th1과 Th2 면역체계가 균형을 잘 이루고 있는 상태라 할 수 있다. 다시 말해, 면역반응 때문에 일시적으로 어느 한쪽이 강해져도 일단 반응이 끝나고 나면 다시 원래대로 돌아와 균형을 맞추는 것이 정상적인 면역의 상태다.
어떤 원인에 의해 Th1과 Th2 면역체계의 균형이 깨지면 인체는 해를 입을 수밖에 없다. 예를 들어, Th2세포보다 Th1세포가 지나치게 활성화되면 류마티스 관절염이나 제1형 당뇨와 같은 자가면역질환이 생기게 된다. 반대로 Th1세포보다 Th2세포가 훨씬 강하게 활성화되면, B세포에서의 특정항체(면역글로블린E, IgE) 생산이 늘어나 염증반응을 일으키면서 아토피피부염, 알레르기비염, 천식과 같은 알레르기 질환이 생기는 것이다. 결국 알레르기 질환이란, 인체에 해가 없는 이물질에 대해 Th2세포와 B세포가 비정상적으로 활성화되어 과민하게 반응함으로써 염증을 일으키고, 이러한 일련의 반응이 지속적으로 반복되어 만성화된 결과물이라 할 수 있다.
사람마다 천차만별인 알레르겐
알레르기 질환의 치료나 관리가 어려운 이유는 사람마다 원인이 되는 물질, 즉 알레르겐이 다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치료나 관리의 방법을 찾기에 앞서 원인물질이 무엇인지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알레르기 반응의 출발점은 알레르겐에 대해 IgE 항체가 생성되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정상인에게서 IgE 항체는 보통 기생충에 감염되었을 때 만들어지는데, 알레르기 반응을 잘 일으키는 특이 체질자, 즉 아토피 체질인 사람의 경우에는 기생충 항원이 아니라 알레르겐에 대해서 IgE 항체를 많이 만들어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키게 된다.
일반적으로 알레르겐은 꽃가루나 음식물처럼 복합적인 항원인 경우도 있고, 특정한 단백질인 경우도 있으며, 페니실린처럼 화학물질인 경우도 있다. 대부분의 알레르겐은 호흡을 통해 흡입하거나 먹었을 때 알레르기 반응을 유도하지만, 벌에 쏘이거나 벌레에 물려도 나타날 수 있다. 의약품처럼 먹거나 주사를 맞거나 피부에 도포했을 때에도 반응을 유도할 수 있다. 꽃가루 항원의 경우, 일부 식물의 꽃가루가 주요한 알레르겐으로 알려져 있는데, 어떤 꽃가루는 알레르겐이 되고 어떤 것은 그렇지 않은 이유에 관해서는 아직 규명된 바가 없다.
알레르겐으로 작용하는 항원의 특성을 조사해 보면, 일반적으로 단백질이거나 단백질에 결합된 화학물질인 경우가 많으나, 이들 항원의 공통적인 특성이 무엇인지는 역시 확인되지가 않고 있다. 비록 과학이 많이 발달하긴 했지만, 아직까지도 여러모로 베일에 많이 가려진 분야가 알레르기이다. 아마도 알레르기 반응은 단지 알레르겐에 의해서만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들어온 알레르겐의 양, 인체유입경로, 보조제(adjuvant) 역할을 하는 다른 물질의 존재 등과 같은 복잡한 성질에 의하여 결정되는 것으로 판단된다.
나에게 알레르기를 일으키는 원인물질이 무엇인지는 알레르기 피부반응검사(Skin Prick Test)를 통해서 확인할 수 있는데, 피부반응검사에는 꽃가루, 집먼지진드기, 고양이털처럼 주변 환경에서 자주 접하는 알레르겐부터 땅콩, 밀가루, 돼지고기, 버섯, 달걀, 우유 같은 음식물에 이르기까지 가장 흔하게 알려진 알레르겐이 상당수 포함되어 있다. 물론 이 검사를 받는다고 해서 나에게 반응을 일으키는 알레르겐을 모두 확인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많은 알레르기 질환자의 원인물질 규명에 큰 도움을 주는 것은 사실이므로 알레르기가 의심될 경우에는 적극적으로 검사를 고려해야 한다.
참고서적 《아토피피부염의 진단과 치료》(군자), 《뇌염, 축농증, 코골이의 예방과 치료》(이퍼블릭코리아), 《Allergic Diseases》(Human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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