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사무직원인 이모(33ㆍ경기성남시 분당구)씨는 이달 초부터 피로하고 식욕이 떨어지더니 열이 오르고 근육통까지 생겼다. 감기라고 생각해 감기약을 사먹었지만 낫기는커녕 1주일쯤 지나자 눈의 흰자위가 노랗게 변하고 얼굴색은 검어졌다. 결국 큰 병원에 간 이씨는 A형 간염 진단을 받았다. 40IU/L 이하여야 정상인 간 수치가 1000IU/L를 넘었다. A형 간염은 환절기인 3월부터 증가하기 시작하는데, 이 시기에 흔히 걸리는 감기와 초기 증상이 비슷해 병을 일찍 발견하지 못하는 사람이 많다.
A형 간염은 환절기인 3~4월에 크게 느는데, 이 시기에 흔히 걸리는 감기와 초기 증상이 비슷해 헷갈리는 사람이 많다. 황달이 생기지 않은 초기에는 혈액검사를 해야 확진할 수 있다. /신지호 헬스조선 기자 spphoto@chosun.com
◆환절기 감기와 증상 구분 어려워
A형 간염과 환절기 감기는 병이 급증하는 시기가 겹친다. 1년 중 A형 간염 환자 수는 2월 4%에서 3월 7%, 4월 13%로 늘어난다. (질병관리본부 2009년 자료). 이는 A형 간염 바이러스가 물, 흙, 오물, 대변 등을 통해 전염되기 때문이다. 강북삼성병원 소화기내과 조용균 교수는 "봄이 되면 야외 활동과 해외여행 등이 늘면서 A형 간염 바이러스와 접촉할 기회가 많아져서 발병이 증가한다"고 말했다.
감기도 2월 7%에서 3월 8%, 4월 9%로 늘어난다(국민건강보험공단 2007년 자료). 감기는 아주 추운 날씨보다 기온 차이가 심한 환절기에 더 잘 걸리기 때문이다.
두 질환은 증상도 상당히 겹친다. A형 간염과 환절기 감기 모두 몸살 기운과 함께 열이 나고 식욕이 떨어지는 등 초기 증상이 거의 똑같다. 조 교수는 "상당수의 A형 간염 환자는 감기가 낫지 않는다며 병원을 찾는데, 의사도 초기 증상만으로는 감기인지 A형 간염인지 구별하기 어렵다"며 "혈액을 뽑아 A형 간염 바이러스 항체 유무를 검사하는 게 유일한 확진법"이라고 말했다.
◆소변 노랗게 나오면 A형 간염 의심해야
감기 유사 증상이 1주일 이상 계속되면서 소변 색이 노랗게 변하면 A형 간염을 의심하고 병원에 가보는 게 좋다. 간 수치가 정상보다 10배 이상 오르면 황달이 생기는데, 초기 감기와 유사한 증상이 나타난 뒤 1주일쯤 지나면 먼저 소변 색이 노랗게 짙어진다. 이어 눈 흰자위가 노랗게 변하고, 점점 피부가 노랗거나 검어진다.
분당서울대병원 소화기내과 이상협 교수는 "황달이 나타날 정도가 되면 전격성 간염이나 신부전 등의 합병증이 나타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입원 치료해야 한다"며 "A형 간염 환자의 85%는 3개월 이내 거의 회복되지만 15%는 6개월까지 증상이 이어진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