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 마시고 필름 끊긴다면 알코올의존증 초기

입력 2010.12.06 08:52

회사원 정모(男, 38)씨는 요즘 하루가 멀게 연말 술자리 모임에 참석한다. 평소 주량은 소주 반 병 정도이지만 직장 후배들이 따라주는 술을 받아 마시다 보면 두 병을 훌쩍 넘기는 경우가 허다하다. 술자리에서는 기분이 좋았지만 집에 돌아와서는 자신이 폭음을 한 것은 아닌지 걱정되기만 한다.

2005년 제시된 미국 식품섭취권고안에 따르면 하루 평균 적절한 음주량은 건강한 성인 남성은 각 주류에 맞는 잔으로 2잔 이내, 여성은 1잔 이내이다. 그 이상의 음주를 의학적으로 과음으로 정의하며 한번에 5잔 이상의 음주를 폭음으로 정의했다. 이 기준에 의하면 위 사례에 나오는 정모씨는 폭음을 한 것이 맞다고 볼 수 있다.

사람마다 다르지만 평균적으로 맥주 한 잔을 마시면 혈액 내 알코올농도는 1시간 이내에 0.02~0.03%에 도달하고 긴장이 완화되고 기분이 좋아진다. 두 잔 정도를 마시면 0.04~0.06%의 혈중 알코올농도를 나타내고 약간 흥분을 하게 되어 호기를 부릴 때가 있다. 세 잔쯤 마시면 0.06~0.09%에 도달하여 몸의 균형이 약간 흐트러지는 것을 느끼고 취기를 느낄 수 있다. 그래도 이 경우에는 올바른 판단과 사고력을 갖고 있는 편이다.

그러나 네 잔쯤 연거푸 마시면 혈중농도가 0.10~0.12% 정도 되어 몸의 균형을 잃고 올바른 판단을 할 수 없게 된다. 다섯 잔을 마시면 혈중농도가 0.12~0.15% 정도가 되어 언어구사 및 사고 판단이 저하된다. 그 이후로도 계속 술을 마시게 되면 혈중 알코올농도는 더욱 높아져서 뇌의 중추신경 기능은 현저히 떨어지고(0.2%), 몸을 가누지 못하고(0.3%), 의식이 없어지고(0.4%), 깊은 혼수상태에 들어가고(0.5%), 심하면 심장마비나 호흡중지(0.6%)로 인해 사망에까지 이를 수 있다.

이렇게 한꺼번에 많은 양의 음주를 하여 혈중 알코올 농도가 높아지면 교통사고, 안전사고의 가능성이 높아지며 건강에도 상당한 위협을 가하게 된다. 또한 술 취한 상태의 일을 잘 기억하지 못하는 ‘필름이 끊기는’ 상태가 될 수도 있는데 이러한 일시적인 현상을 ‘기억상실(blackout)’이라고 한다. 의학적으로 기억상실 증상은 알코올 의존의 조기 증상이며 알코올 의존의 한 특징으로 생각하고 있지만, 일반적으로 알코올 의존이 아닌 사람들에서도 일어나기도 한다. 분명한 것은 보통의 사회적 음주 수준에서는 기억상실이 일어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술이 건강에 미치는 효과는 경제적으로 볼 때 한해 13조 이상의 손실을 가져다준다고 한다. 물론 말이 잘 통하게 되고 집단 결속력이 강해진다는 긍정적인 면도 부정할 수는 없다. 그러나 개인의 건강을 생각해 볼 때 과음과 폭음은 관상동맥질환이나 뇌혈관질환 등의 증상을 불러올 수 있으므로 상대방의 주량을 인정하고 배려해주는 ‘건전한 음주문화’를 만드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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