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출산 통계 '산모 인덱스' 발표
'날씬하지 않으면 임신성 당뇨병에 많이 걸리나?' '고령 임신을 하면 기형아 가능성이 실제로 큰가?'
아기를 가진 여성은 건강하게 출산할 수 있을지 걱정하면서 임신·출산에 관한 정보를 모은다. 관동대 의대 제일병원이 이런 여성들을 위해 우리나라 임산모의 임신·출산 실태와 관련된 각종 의학적 통계를 뽑아낸 '산모 인덱스'를 발표했다. 이 병원에서 지난해 1년간 이뤄진 6354건의 분만을 분석해 임신성 당뇨병, 조산, 태아 염색체 검사, 고령 임신, 비만, 쌍둥이 임신, 갑상선 질환 등 7가지 키워드로 정리했다. 이번 인덱스에 나타난 우리나라 산모와 태아 건강 실태를 알아봤다.
1. 임신성 당뇨병
임신성 당뇨병은 2003년 3.7%에서 지난해 4.8%로 늘었다. 임신성 당뇨병은 임신부의 나이가 많을수록 증가한다. 임신성 당뇨병을 가진 임신부는 평균 34세로 정상 임신부(32세)보다 두 살 많았다. 비만도 임신성 당뇨병에 영향을 미쳤다. 임신 전 정상 체중(체질량지수·BMI 23 미만)인 여성의 임신성 당뇨병 유병률은 4.6%이었으나, 과체중(BMI 23 이상) 임신부는 11.5%, 비만(BMI 25 이상) 임신부는 16.6%였다.
김성훈 제일병원 내분비내과 교수는 "결혼과 출산을 늦추는 사회 분위기에 따라 임신부 연령이 높아진 것이 가장 큰 원인"이라고 말했다. 또 핵가족화에 따라 임신부가 하루종일 혼자 있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균형있는 식사를 하는 대신 폭식하거나 단 것 등으로 끼니를 때우는 경향이 심해진 것이 임신부의 과체중과 당뇨병을 유발하는 것으로 의료계는 보고 있다.
2. 조산(早産)
임신 37주 이전에 출산하는 조산도 증가했다. 조산율은 2005년 5.6%에서 2009년 6.4%로 높아졌다. 조산 원인은 임신성 고혈압(31%)→태반의 이상(23.1%)→임신성 당뇨병(21.7%)→인공수정 임신(16.8%)의 순서였다. 양재혁 산부인과 교수는 "고령 임신으로 다양한 임신 합병증이 증가하면서 조산율이 높아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제일병원에서 지난해 태어난 조산아는 정상아보다 황달이 4배, 일과성호흡증후군 2배, 태변을 흡입해 폐렴 등의 문제가 생기는 태변흡입증후군이 3배 정도 많았다. 결혼·출산을 늦추는 세태가 산모와 신생아의 건강에 악영향을 미치는 셈이다.
3. 태아 염색체 검사
기형아 출산 고위험군(35세 이상, 기형 태아 임신 경험, 기형 가족력, 초음파·혈액 검사에서 염색체 이상 소견 등) 1777명을 선별해 태아 염색체 검사를 실시한 결과 실제로 염색체 이상이 나타난 경우는 6%(107명)이었다. 전체 산모 6354명을 기준으로 하면 1.68%에 해당한다.
다운증후군(23.4%), 에드워드증후군(13.1%), 파타우증후군(4.7%) 등 염색체 수에 이상이 생긴 경우가 10명 중 6명꼴이었고, 나머지는 염색체의 구조나 모양에 이상이 있는 경우였다.
박소연 유전학연구실장은 "기형아 가능성이 크다고 1차 판단한 경우도 100명 중 94명은 정상이었다"며 "기형아를 낳을까 봐 미리 낙태하거나 겁을 먹고 검사 자체를 외면하는 임신부가 있는데 이는 현명하지 못한 대처"라고 말했다.
4. 고령 임신
지난해 우리나라에서 출산한 여성 중 35세 이상 고령 산모는 15.2%였다(통계청 발표). 이번 인덱스에서는 35세 이상 산모가 28.7%였는데, 이는 고령의 고위험 산모가 이 병원을 많이 찾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고령 산모는 임신성 당뇨, 전치태반, 출산 후 자궁수축부전, 임신중독증, 조산, 자궁 내 태아 사망 등의 합병증 가능성이 크다고 의학 교과서에 실려 있다. 그러나 이번 인덱스에서는 이 중 임신중독증, 조산, 자궁 내 태아 사망은 산모가 35세 이상이더라도 특별히 증가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고령 산모가 낳은 신생아도 일과성호흡증후군, 신생아 황달, 패혈증, 폐렴, 기형 등이 많다는 것이 교과서적인 정설이나, 이번 인덱스에서 패혈증, 폐렴, 기형은 산모의 나이와 상관없었다. 그러나 상대적으로 위험이 덜한 일과성호흡증후군과 황달은 35세 이상 산모가 낳은 아기가 각각 1.1배, 1.2배 정도 많았다.
5. 비만
임신부의 비만도는 임신성 당뇨병 이외에 제왕절개와도 관련이 있었다. 초산의 경우, 임신한 뒤 몸무게가 12.5kg 이상 늘어난 산모는 제왕절개율이 높았다. 체중 증가량이 12.5~18㎏인 산모는 35%, 18kg 이상인 산모는 42.5%가 제왕절개로 출산했다. 또, 임신하기 전에 뚱뚱했던 산모일수록 제왕절개를 많이 했다. 임신 전 과체중이거나 비만인 산모(BMI 23 이상)는 46.5%가 제왕절개를 했다. 표준 체중이던 산모는 34.5%만 제왕절개를 했다.
6. 쌍둥이
최근 인공수정으로 아기를 갖는 부부가 늘면서 쌍둥이도 많아지고 있다. 인공수정시 임신 성공률을 높이기 위해 가능한한 많은 정자를 사용하고 동시에 난자를 과발현시키기 때문이다. 이번 조사 결과 쌍둥이의 55.3%가 2.5kg 미만의 저체중으로 태어났으며, 신생아중환자실 또는 인공호흡기 치료를 받는 비율이 한 명 태어났을 때보다 각각 3.4배와 4.3배 높았다.
7. 갑상선 질환
임신 중에는 면역 기능이 변화하면서 갑상선 질환이 늘어난다. 이번 조사 결과 갑상선 질환으로 치료를 받았거나 치료가 진행 중인 임신부는 전체의 4.9%였다. 그러나 환자 5명 중 2명(41%)은 정기적인 갑상선 기능 검사를 받지 않고 있었다. 임창훈 내분비내과 교수는 "임신 중에 갑상선 질환이 있으면 태아의 뇌와 뼈 발육 저하, 저체중 등의 위험이 있다"고 말했다.
☞'산모 인덱스'는…
제일병원이 이번에 발표한 '산모 인덱스'는 임신과 출산과 관련된 통계 자료에 임산모와 태아 건강과 관련된 주요한 위험 인자를 망라한 지표이다. 국내의 임신·출산과 관련된 기본적인 자료는 통계청에서도 구할 수 있지만 정부의 통계 자료만으로는 임산부와 태아의 건강 상태 및 임신과 출산 과정에서 실제로 일어나는 다양한 상황을 구체적으로 파악할 수 없다.
목정은 제일병원장은 "우리나라뿐 아니라 주요 선진국 역시 정부 차원에서 연도별 출생아 수 추이 및 연령별 출산율 등 임신·출산 관련 통계를 내지만 임산부와 태아의 건강과 관련된 요인을 의학적으로 분석한 인덱스는 국제적으로도 전례를 찾기 어렵다"며 "산모 인덱스는 향후 우리나라 여성의 임신·출산 패턴을 분석해서 관련 의학을 발전시키는 데 활용할 기초 자료로서의 의미도 있다"고 말했다.
제일병원은 출산에 관한 한 국내에서 가장 규모가 큰 병원이다. 고위험 임신 등을 많이 진료하기 때문에 임신과 출산에 관련된 다양한 의학적인 자료가 국내에서 가장 많이 축적돼 있는 병원의 하나이다. 이 병원은 매년 10월 산모 인덱스를 업데이트해 연보(年譜) 형태로 발간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