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어컨, 종일 얼굴에 쐬면 입 돌아갈 수 있다

택시기사·은행직원 많아 '감기증상' 겪다 구안와사… 침·뜸으로 얼굴 근육 풀어

택시운전을 하는 전모(51)씨는 최근 잠을 자고 일어났는데 오른쪽 눈이 안 감기고 칫솔질 도중 양칫물이 흘러내리는 등 안면신경마비 증상이 생겨 한방병원을 찾았다. 전씨는 2주 전부터 목과 머리가 아프고 온몸이 으스스해 동네 내과에서 감기약을 처방받아 복용 중인 상태였다. 한의사는 "택시 안에서 하루종일 에어컨 바람을 얼굴에 맞아 일시적으로 생긴 안면신경마비"라고 진단했다.

김종인 경희의료원한방병원 침구과 교수는 "한여름 에어컨 사용이 늘면서 감기 비슷한 증상을 겪다가 안면신경까지 마비된 환자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구안와사'라고도 부르는 안면신경마비는 원래 찬바람을 맞거나, 차가운 바닥이나 물건에 한쪽 뺨을 대고 자다가 걸리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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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철 차 안에서 얼굴에 직접 에어컨 바람을 오래 쐬거나 실내 온도 차가 큰 장소에서 생활하면 구안와사가 생길 수 있다. /채승우 기자 rainman@chosun.com
김종인 교수는 "그러나 최근에는 어쩔 수 없이 얼굴에 직접 에어컨 바람을 쐬게 되는 운전기사나 실내외 온도차가 큰 은행 등에서 근무하는 직원에게도 많이 생긴다"고 말했다.

구안와사의 원인은 정확히 모른다. 몸속에 잠복해 있던 단순헤르페스바이러스가 찬 온도에 장시간 노출되면 활성화되면서 귀 뒤쪽에 있는 신경 다발에 염증을 일으키는 것으로 추정한다.

그러나 김 교수는 "구안와사는 찬 기후와 상관 없이 습도가 낮고 일교차가 큰 사막 기후에서도 많이 발병하는 것으로 역학조사 결과 밝혀졌다"며 "실내외 온도차를 되도록 적게 하고, 에어컨 바람을 얼굴에 직접 쐬지 말라"고 말했다. 장시간 운전하는 택시기사 등은 더워도 가끔씩 에어컨을 끄고 창문을 열어야 한다. 김 교수는 또 "개인의 면역력과도 관련 있으므로 피로를 느끼면 충분히 쉬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방은 구안와사 환자에게 침을 놓아 신경의 염증과 부기를 줄여주고 굳어진 근육을 풀어주는 치료를 한다. 뜸을 떠 얼굴 부위의 혈액순환을 돕는 치료도 한다. 이광선 서울아산병원 이비인후과 교수는 "양방에서는 열흘 정도 스테로이드 제제를 쓰지만, 환자의 85% 정도는 특별한 치료를 하지 않아도 완전히 회복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