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유없는 어지럼증, 80% 원인은 '이것'

입력 : 2010.07.15 07:58

아픈 증상을 표현하는 말 중에 가장 흔한 하나가 ‘어지럽다’는 것이다. 보편적으로 많이 발생하는 증상이지만 어지럽다는 하나만으로 뚜렷하게 원인을 찾기 힘들어 이 병원, 저 병원 전전하기 일쑤다. 그런데 의외로 병적인 어지럼증의 80%는 귀에 원인이 있다. 그런 만큼 어지럼증 때문에 괴로움을 겪고 있다면 이비인후과에서 먼저 검사를 받는 것이 순서다. 1시간 정도의 간단한 검사로 어지럼증의 원인이 귀인지, 뇌인지 판별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 병적인 어지럼증의 80%는 귀에 원인 있어

어지럽다고 하면 가장 먼저 빈혈이 아닌가 의심하는데, 빈혈로 어지럼증이 있을 가능성은 아주 낮다. 빈혈은 어지럼증 보다는 전신에 힘이 없고 무기력하게 느껴지는 것이 일반적이다. 앉았다 일어서거나 사우나에서 나올 때 순간적으로 어지럼증을 느낄 때도 혹시 빈혈이 아닌가 걱정하지도 하지만 이것도 아니다. 이런 어지럼증은 기립성 저혈압에 의한 것이다. 일시적으로 피돌기가 잘 안 돼 그런 것이므로 크게 걱정할 일은 아니다.

이런 증상을 제외한 어지럼증은 원인에 따라 ‘말초성이냐 중추성이냐’로 나누는데, 말초성은 귀에 원인이 있는 것이고 중추성은 뇌에 원인이 있는 것이다.

말초성 어지럼증은 누웠다 일어날 때나, 누워서 몸을 뒤척일 때, 고개를 크게 움직이거나 아래로 숙일 때 어지럽다. 하지만 어지럼증의 지속시간이 짧고 며칠 뒤, 혹은 십수일 뒤에 어지럼증이 다시 나타나는 등 반복되는 사례가 많다. 또한 난청과 이명, 메스꺼움과 구토도 함께 나타나는데, 어지럼증이 심할수록 메스꺼움과 구토의 정도도 심해지는 특징이 있다.

이에 반해 뇌가 원인인 경우는 어지럼증의 지속시간이 길고 며칠이 지나도 어지럼증이 지속되는 특징이 있다. 심하게 어지럽지는 않은데 비해 몸의 균형을 잡기가 힘들다. 이명이나 난청 같은 증상은 없지만 심하게 어지러울 땐 의식을 잃고 쓰러지는 경우도 있다. <표-‘말초성 어지럼증과 중추성 어지럼증 증상 비교’ 참조>

다만 어지럼증과 함께 말이 점점 어눌해진다거나 똑바로 걷지 못하고 한쪽으로 기울어지며 몸의 한쪽의 감각이 떨어질 때는 응급실을 찾아 최대한 빨리 MRI를 촬영해볼 필요가 있다. 어지럼증 중에서도 긴급을 요하는 상황이지만 그리 흔한 경우는 아니다.

◆ 비디오안진검사로 어지럼증의 원인 감별 가능

말초성과 중추성 어지럼증은 증상의 차이가 미묘하기 때문에 환자 스스로 예단하는 것은 위험하다. 이비인후과에서 어지럼증의 원인을 검사하는 비디오안진검사(VNG, Video-Nystagmography)를 받으면 귀가 문제인지 뇌에 이상이 있는지 쉽게 파악할 수 있다.

비디오안진검사는 안구(眼球)가 규칙적이고 지속적으로 움직이는 것을 기록하는 것이다. 고글처럼 생긴 커다란 안경을 쓰고, 양쪽 눈에 자극을 주고 기록하는 장치를 안경렌즈에 부착한 뒤, 자극에 반응하는 안구의 움직임을 비디오로 촬영한다. 이 기록을 디지털화해 분석하면 어지럼증의 원인이 귀에 있는지, 아니면 대뇌나 소뇌, 뇌간 등 중추신경계에 있는지를 파악할 수 있다. 검사는 약 1시간 정도 걸린다. 어지러움을 일으키는 검사이기 때문에 가능한 한 3시간 전부터 금식해야 한다.

◆ 말초성 어지럼증은 운동요법이나 약물로 치료 가능

말초성으로 진단된 어지럼증, 즉 원인이 귀에 있는 어지럼증 중에 가장 흔한 것은 이석증(양성 돌발성 체위성 어지럼증)이다. 이는 귀의 가장 안쪽에 자리잡은 전정기관 속의 먼지만큼이나 작은 돌(耳石)이, 평형기능에 관여하는 세반고리관으로 잘못 흘러 들어가 생긴 이상이다. 이석증 다음으로 많은 것이 전정신경염이다. 갑자기 한쪽 귀의 전정신경의 기능이 손상되어 생기는데 초기에는 증세가 심하나 1~2주 내에 호전된다.

어지럼증과 함께 귀에서 웅웅거리는 소리가 나거나 소리가 잘 들리지 않으면, 증상이 없어졌다 해도 반드시 이비인후과에서 진단을 받아야 한다. 평형을 담당하는 전정기관과 여기에 연결된 달팽이관(와우, 청각담당)을 채우고 있는 림프액의 압력이 높아져 생기는 메니에르병일 가능성이 높다. 증상이 반복되면 청력에 손상이 오므로 시기를 놓치지 않고 정확한 진단과 치료를 받는 것이 중요하다.

귀 이상에 의한 어지럼증은 대개 쉽게 치료가 된다. 평형기능을 회복시켜주는 운동요법이나 약물요법으로 치료하는데, 문제는 재발이 잦다는 것. 어지럼증을 겪었던 환자라면 가급적 머리를 부딪치지 않도록 조심하고 가슴보다 머리를 가슴 아래로 숙이는 일은 되도록 피하는 것이 좋다.

/ 이현주 헬스조선 기자 jooya@chosun.com
도움말 = 김희남 하나이비인후과(이비인후과 전문병원)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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