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0만원짜리 화장품 출시, 고가화장품의 실체

입력 2010.05.31 08:39 | 수정 2010.05.31 09:02

160만원, 명품 가방 가격이 아니다. 최근 출시된 한 프리미엄 화장품의 가격이다. 100만원을 호가하는 초고가 화장품, 그 정체는 과연 무엇일까? 바르면 제값 하는 걸까?

초고가 화장품, 가격책정 기준은?

일반적으로 말하는 ‘초고가 화장품’은 특수하거나, 희귀한 원료를 사용하거나, 독자적 기술을 활용해 만든 차별화된 화장품이다. 시중에서 판매되는 초고가 화장품의 가격은 기존 제품에 비해 월등히 높은 50만~160만원대다. 초고가와 고가로 나뉘는 금액 기준은 얼마일까? 이에 관해 김주덕 숙명여대 원격대학원 향장학과 교수는 “보통 마케팅 측면에서 고가 화장품으로 나뉘는 기준은 6만원, 초고가 화장품은 30만원 선이다. 하지만 이는 업계에서 일반적으로 통용되는 가격일 뿐 각 브랜드의 가격책정 기준은 모두 다르다”고 말했다.

현저히 높은 가격, 이유 있다?

우리나라에서 초고가 화장품 붐을 일으킨 제품은 일본 화장품 브랜드인 ‘끌레드 뽀 보떼’의 ‘시나끄티프 엥땅시브 크림’이다. 이 제품은 40g에 160만원으로 1g에 4만원꼴이다. ‘뭐가 그리 비싸냐’고 놀라는 이가 많겠지만, 이유는 있다.

첫째, 최고급 원료만을 고집한다. 크림의 장미 향을 위해 ‘끌레드 뽀 보떼’는 새로운 블루로즈 품종을 개발했다. ‘샤넬’은 노화를 방지하는 안티에이징 제품인 ‘수블리마지’를 위해 인도양의 섬나라 마다가스카르에서 발견한 ‘바닐라 플래니폴리아’를 활용했다. 바닐라 플래니폴리아는 유럽의 유기농 인증기관인 ‘에코서트’가 오직 샤넬만을 위해 재배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열매가 맺히기까지는 3년 이상이 필요하며, 연간 30kg밖에 수확되지 않아 희귀성이 있다.

두 번째는 기술력이다. 우리나라 굴지의 화장품 기업에 종사하는 한 관계자는 “같은 성분을 사용해도 어떤 기술력으로 어떻게 추출하느냐에 따라 가격대가 달라진다”고 말했다. 녹차 추출물을 예로 들면, 대중적인 저가 제품에는 녹차 우린 물을 넣지만, 고가의 프레스티지 제품에는 녹차의 ‘EGCG’라는 원료를 1g 추출해 사용하는 식이다. 추출하는 방법도 기술, 안정화하는 과정도 기술이 필요하다는 것이 관계자의 설명이다.

끌레드 뽀 보떼는 ‘시나끄티프 엥땅시브 크림’을 바르면 림프선을 자극해 얼굴이 작아지는 효과를 내기 위해 하버드대학 피부과학연구소와 연구를 진행해 독자적인 성분을 개발했다. 최근 LG생활건강의 코스메틱 브랜드 ‘오휘’ 역시 차바이오앤디오스텍의 줄기세포 기술력을 응용한 셀케어 화장품 ‘더 퍼스트’ 라인을 출시했다. 더 퍼스트 라인은 대부분 30만원대지만 전 라인 8종을 모두 구입하려면 160만원이 든다.

세 번째로 마케팅 차원에서 ‘고가정책’을 쓴다. 성공적인 고가정책으로는 2007년 1월에 LG생활건강이 출시한 ‘후 환유고’ 크림 2종 세트가 있다. 35년근 천연 산삼이 들어간 이 제품은 88만원에 1만 개 한정 출시해 한 달도 되지 않아 다 팔렸다. 이처럼 기업의 이미지 차원에서 고가의 제품을 출시하는 경우도 많다. 브랜드 자체 기술로 높은 가격대의 화장품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을 알리는 마케팅의 일환이다. 그 밖에 높은 화장품 가격에는 브랜드에 따라 인지도가 높은 모델료, 백화점 매출 수수료 등이 포함된다.

초고가 화장품, 가격만큼 효과 있을까?

초고가 화장품을 사용한 경험이 있는 한 소비자는 “초고가 화장품을 직접 발라 보니 성분이나 제품의 입자감, 보습력이 일반 제품보다 뛰어났다. 성분이 고농축되어 있어 피부 상태가 좋지 않을 때 개선 효과를 확실히 느꼈다. 하지만 ‘이 정도 가격이 적당했나?’라는 의구심이 든 것은 사실이다”고 말했다. 김주덕 교수는 “화장품은 피부에 도움을 주는 것이지 하루아침에 피부를 달라지게 할 수 없다”며 “가격에 따라 선택하기보다 피부 타입에 맞는 화장품을 잘 사용하는 것이 급선무”라고 말했다.

/도움말 김주덕(숙명여대 원격대학원 향장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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