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치와 묵은지, 맛·영양가 비교해 보니‥

입력 : 2010.04.09 14:11 / 수정 : 2010.08.11 16:24

시큼한 냄새가 자극적인 묵은 김치가 대접받기 시작한 것은 얼마되지 않았다. 오래 될수록 깊고 오묘한 맛을 내는 묵은 김치는‘묵은지’, ‘오모가리’로 불리며 인기를 얻었다. 과연 맛있는 묵은지에는 어떤 영양소가 들어 있을까? 지난 겨울에 담근 김장김치가 쉬어가는 요즘, 갑자기 궁금해졌다.

	김치와 묵은지, 맛·영양가 비교해 보니‥

김장김치와 신김치, 누가 더 영양 덩어리?

김치가 좋은 식품으로 꼽히는 것은 발효 과정에서 유산균과 미생물의 함량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이 같은 이유로 사람들은 묵은 김치가 당연히 건강에 좋을 것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묵은 김치는 영양생리적인 면에서 익은 김치보다 떨어진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부산대 김치연구소 박건영 교수 연구팀은 실험을 통해‘묵은 김치의 유산균 수는 mL당 1000만 개로 보통 김치의 1억∼10억 개보다 적다’는 사실을 밝혔다. 오랜 숙성과정에서 유산균이 저온과 높은 산도에 지쳐 죽기 때문이다.

또한 묵은지는 부패돼 생기는 산폐균의 증식을 막기 위해 일반 김치보다 짜게 담가 염분 함량이 2.5%~3%로 높은 편이다. 김치에 풍부한 비타민C도 익어가는 과정에서 모두 대사되어 버린다. 영양·기능적 측면에서 묵은 김치는 잘 익은 김치에 미치지 못한다. 배추는 3% 염도로 담가 5℃ 정도에서 2~3주 숙성하면 산도가 0.6~0.8, 수소이온농도가 4.2~4.4도로 된다. 이때 김치의 맛뿐 아니라 항암효과 등 기능성이 가장 뛰어나다고 한다. 김치는 오래 숙성된 것보다 적당히 익은 것이 건강에 좋다. 지나치게 발효된 김치는 배추가 물러져 씹는 질감이 떨어지고 너무 강한 신맛 때문에 본래의 맛이 변한다.

묵은 김치, 오랫동안 맛있게 먹는 법?

물론 일반 김장김치가 묵은 김치의 깊고 시원한 맛을 따를 수 없다. 묵은지는 국물을 내거나 볶음 요리를 할 때 특히 잘 어울린다. 글루타민산, 아스파틱산 등의 아미노산과 신맛을 내는 유기산이 많아 감칠맛이 풍부하기 때문이다. 양념을 많이 사용하면 김치가 빨리 시어진다. 오래 먹을 김치에는 찹쌀, 멥쌀가루를 넣지 않는다. 신김치를 덜 시게 먹으려면 날 달걀 2개 정도를 신김치 한 포기 속에 파묻어 놓았다가 12시간쯤 지나 꺼내먹으면 신맛이 줄어든다. 달걀 껍데기는 흐물흐물해지나 내용물은 아무 이상 없으니 먹어도 된다. 깨끗이 씻은 게 껍질이나 조개 껍데기를 넣어 두어도 하루가 지나면 신맛이 사라진다.

묵은지찜, 알고보니‘묵은김치’가 아니다?

3년 묵은지의 인기가 높다 보니 수요를 감당하지 못해 높은 온도에서 빠르게 숙성시키는 가짜 묵은 김치들이 시중에 유통되고 있다. 불법은 아니지만, 진짜 묵은 김치의 맛을 보고 싶은 이들에게는 다소 실망스러운 법이다. 김치가 물컹하기만 하고 군내가 안 나거나, 배추 육질이 살아 있는데 신맛이 안 나거나, 묵은지처럼 신맛은 나는데 고춧가루 입자가 눈에 보일 정도로 살아 있거나, 겉보기에는 묵은 김치인데 양념 냄새가 강하게 난다면 한번쯤 의심해 본다.

/ 강수민 헬스조선 기자 ksm@chosun.com
사진 조은선 기자
도움말박건영(부산대학교식품영양학과교수·김치연구소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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