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분 1초에 생사가 달린 심혈관 질환

입력 2010.03.03 09:01 | 수정 2010.03.03 09:01

진단 기술부터 응급 수술까지 "우리가 1등"

심장혈관(관상동맥)이 좁아지거나 막혀 발생하는 협심증, 심근경색증 같은 허혈성 심장질환은 얼마나 신속하게 막힌 혈관을 뚫어주느냐가 관건이다. 좁아지거나 막힌 심장혈관을 풍선이나 금속그물망(스텐트)으로 넓혀주는 '관상동맥중재술'은 시술 횟수나 성공률 모두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경쟁력을 자랑한다. 최근엔 대형병원을 중심으로 세계 수준의 심장센터도 속속 문을 열었다.

급성심근경색증은 얼마나 빨리 응급시술을 받느냐가 목숨을 좌우한다. 우리나라는 스텐트 삽입술을 연간 3만 건 이상 시행하며, 대형병원의 경우 95% 이상의 성공률을 자랑한다. / 고대안암병원 제공
◆세계 최고 시술실력·장비 갖춰

우리나라 대형병원은 연간 2000~3000건의 관상동맥중재술을 시행하며, 성공률은 평균 95% 이상이다. 대한의학회 자료에 따르면, 선진국과 비교한 우리나라 관상동맥중재술과 심혈관조영술(심장혈관이 얼마나 좁아졌는지 보는 시술) 상대평가 점수는 100점 만점이다. 특히 시술 부위에 새살이 돋아나 다시 막히지 않도록 스텐트에 약물을 코팅시켜 삽입하는 약물방출형 스텐트시술은 세계적으로 정평이 나 있다.

진단 기술도 세계에서 첫손가락 에 꼽힌다. 삼성서울병원은 지난해 일반 MRI보다 검사 속도가 6배 빠른 '32채널 코일 MRI'를, 서울성모병원은 기존 장비로는 촬영이 힘들었던 부위까지 촬영 가능한 '첨단 MRI(자장 로보틱 심도자 유도 시스템)'를 아시아에서 각각 첫번째와 두번째로 도입했다. 임도선 고대안암병원 심장내과 교수는 "웬만한 국내 대학병원은 10초 만에 3차원 심장 영상을 만드는 64채널 심장CT, 심장 MRI, 심근관류스캔 등의 전문 장비를 기본으로 갖추고 있다"고 말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헬스데이터에 따르면, 한국이 보유한 CT는 인구 100만 명당 37.1대로 호주, 벨기에에 이어 세계 3위다.

◆급성심근경색증 응급 진료 시스템 구축

동맥경화증으로 좁아져 있는 심장혈관이 갑자기 막히는 급성심근경색증은 1분 1초를 다투는 질환이다. 발병 1시간 이내 응급 시술을 받으면 90% 이상 정상으로 회생되지만, 8시간이 지나면 생존율이 50% 밑으로 떨어진다. 따라서 심근경색증 환자가 응급실에 도착하면 지체하지 않고 곧바로 시술을 받을 수 있는 응급진료 시스템이 관건이다. 몇년 전만해도 심근경색증 환자가 응급실에 도착하면 인턴, 레지던트, 응급의학과 전문의를 순서대로 거쳐 심장내과 전문의가 진료를 하는 시스템이 대부분이어서 시간이 지체됐다.

그러나 최근 곧바로 심장내과 전문의가 응급 시술을 하는 시스템이 구축되고 있다. 강남세브란스병원은 2006년부터 심장혈관촬영실에 당직 의사를 두고, 응급실 내 급성심근경색증 환자 전용 침상을 지정해 제세동기와 응급약 등을 비치하고 있다. 그 결과 환자가 병원 도착 후 시술받는데까지 걸리는 시간이 362분에서 54.8분으로 단축됐다. 2006년 응급흉통센터를 개설한 삼성서울병원은 심장내과 전문의가 응급실 내 전용 치료실에 상주해 현장에서 곧바로 응급치료를 시행하고 있다. 고대안암병원도 심장내과 내에 24시간 급성흉통클리닉을 열어 흉통환자가 응급실을 들리지 않고 곧바로 진단·치료를 받을 수 있게 했다. 서울아산병원은 주말에도 심혈관 검사와 치료를 할 수 있도록 6~7명의 전문의가 센터 내에 상주한다.

◆심혈관 질환 명의는?

심장내과 분야에선 장양수 세브란스병원 교수, 박승정 서울아산병원 교수, 김영훈 고대안암병원 교수, 김성순 세브란스병원 교수, 탁승제 아주대병원 교수, 정명호 전남대병원 교수 등이 명의로 꼽힌다. 장양수 교수는 1998년 순수 국내 기술로 구부러진 혈관에도 삽입이 가능한 '맥스텐트'를 개발해 독일 의료기기사에 기술을 이전했다. 이 스텐트는 전세계에서 20만개 이상 판매됐다. 박승정 교수는 그동안 개흉 수술만 가능했던 관상동맥 왼쪽 주간부(레프트 메인)에도 스텐트 시술이 가능하다는 연구결과를 세계 최초로 발표했다. 김영훈 교수는 부정맥 치료 중 가장 어렵다는 심방세동 전극도자 절제술(다리 혈관을 통해 가는 전선을 삽입한 뒤 고주파를 쏴 심장 리듬을 정상으로 바꿔주는 시술) 명의로, 매년 15~20명의 외국 의사가 그에게 시술법을 배워간다.

심장내과에서 치료가 불가능한 중증 환자는 흉부외과에서 막힌 혈관을 다른 혈관으로 갈아 끼우는 수술을 받아야 한다. 이영탁 삼성서울병원 교수, 김기봉 서울대병원 교수 등이 이 분야의 세계적 명의이다. 이영탁 교수는 인공심폐기를 사용하지 않고 심장이 뛰는 상태에서 수술을 하는 '무펌프' 관상동맥 우회술을 국내 최초로 성공해 수술 후 뇌졸중, 부정맥 등 부작용 위험성을 줄였다.

이 밖에 안혁 서울대병원 교수, 이재원 서울아산병원 교수, 송명근 건국대병원 교수, 장병철 세브란스병원 교수 등은 심장판막 수술 분야의 세계적 명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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