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의 과욕이 ‘루저(loser)’ 만든다

“키 180cm 이하는 루저(loser)”

최근 예능 프로그램에서 모 여대생이 한 발언이 큰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방청객으로 나온 이 여대생에 대한 네티즌들의 비난이 이어지자, 부랴부랴 제작진은 이를 여과없이 내보낸 사실에 대해 사과를 하는 등 웃지못할 해프닝이 빚어지기도 했다. 이는 우리나라 사람들의 키에 대한 과도한 집착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라고 할 수 있다. 키에 대한 집착은 단순히 남자친구를 바라보는 여자친구 뿐만 아니라, 자녀를 바라보는 부모에게서도 자주 발견되고 있다.

소아 성장클리닉의 전문의로서 실제 진료실에서도 자녀의 예측키가 남자 175cm 이하, 여자 160cm 이하라고 하면 ‘죽고 싶다’는 어머니들의 반응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마치 부모는 자녀의 키가 작은 것이 자신의 죄라도 되는 양 절망하는 모습도 보인다. 실제로 강남을지병원 청소년성장학습발달센터에서 학부모 400명을 대상으로 최근 설문 조사한 결과, 희망하는 자녀의 성인키는 남자는 평균 180.6cm, 여자는 평균 166.7cm로 조사됐다. 우리나라 남자(18세) 평균 키가 173.3cm이며, 여자(18세)는 160.0cm 임을 감안하면 부모의 기대치는 남녀 모두 평균치보다 무려 7cm이상 큰 셈이다. 이 수치는 남녀 모두 상위 10%에 이를 정도로 큰 키이다. 이같은 부모의 과도한 욕심이 자녀를 ‘루저’로 키우는 것은 아닐지 돌아봐야 한다.

실제로 키가 작아서 문제가 있다고 여기는 아이들의 대부분은 정상이며 단지 유전적으로 키가 작을 뿐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정상적으로 잘 자라고 있음에도 예측키가 작다면 사실 키에 대해서 이룰 수 없는 기대치를 갖고 실망하기 보다는 사람마다 생김새가 다르듯 키도 작을 수도 있다는 인식 그리고 키에 따라 개인의 건강 문제나 능력이 좌우되지는 않는다는 인식을 자녀에게 심어주는 것이 중요하다.

물론 간혹 실제로는 더 클 수 있는데 호르몬 이상이 있거나 성조숙증이나 과도한 스트레스 등의 문제가 있어 잘 자라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이런 경우 전문의 상담이 필수다. 일부 어머니들은 우유나 일부 성장보조제등 검증되지 않은 방법에 지나치게 의존한 나머지 오히려 치료 시기를 놓치거나 심지어는 부작용까지 겪는 사례가 많다. 어머니들의 키에 대한 지나친 기대는 왜곡된 신체 이미지를 갖게 하여 정상적으로 잘 자라고 있는 아이에게 마음의 상처를 줄 수 있다. 정말 작은 키가 문제라고 생각된다면 과학적인 방법으로 도움을 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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