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리에 털 난 처녀가 산부인과에 가는 이유

서울 서초구에 사는 여대생 최모씨는 개학을 앞두고 ‘다리 털’ 때문에 근심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지난해부터 다리에 솜털이 조금씩 나더니 이제는 스타킹을 신어도 털이 비칠 정도다. 개학을 앞둔 그녀는 전신거울을 볼 때마다 하루하루 걱정이 더해간다.

알게 모르게 여성을 울리는 체모. 처음엔 솜털처럼 생기다 점점 남자처럼 많이 생기는 이유는 무엇 때문일까? 최씨의 경우 몸에 털이 과하게 많이 나는 ‘남성형 털 과다증’을 의심해볼 수 있다. 남성형 털 과다증은 여성의 난소, 부신 중에서 남성호르몬인 ‘안드로겐’이 과다 분비돼서 발생한다. 난소가 원인인 경우는 다낭성 난소종증이나 기타 난소 종양이 원인이고, 부신의 경우 선천부신과형성증과 부신 종양 때문이다.

이지영 건국대병원 산부인과 교수는 “주로 고등학생부터 대학생 정도의 젊은 여성들이 여름철에 산부인과로 많이 찾아온다”며 “인슐린 저항성을 낮추는 당뇨약이나 피임약 성분의 여성호르몬제를 처방하는데, 처방한 지 6개월 정도가 지나면 털이 빠지며 서서히 경과가 나타난다”고 말했다.

안효현 고대안암병원 피부과 교수는 “털이 많은 것이 유전적인 집안 내력이 아닌 ‘남성형 털 과다증’으로 의심되면 남성호르몬 과다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피부에 난 여드름의 정도, 목소리의 남성화를 함께 관찰한다”고 말했다.

이중선 을지대병원 피부과 교수는 “후천적으로 발생하는 털 과다증은 당뇨병이나 다른 대사 이상 질환으로도 발생할 수 있다. 따라서 다모증이 진행되면 다른 내과 질환과의 연관성을 찾아 기저질환을 함께 치료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레이저를 이용한 영구 제모를 받는 것도 고민이다. 항간에 떠도는 피부 색소 침착, 화상 같은 각종 부작용 때문에 병원 문턱을 넘기가 쉽지 않다. 안효현 교수는 “레이저 전문 기계가 비싼 탓에 개원가에서는 상대적으로 가격이 싼 IPL을 많이 쓴다”며 “하지만 IPL은 단일 파장이 나오는 레이저와 달리 다양한 빛 파장이 나오기 때문에 잘못 시술하면 피부가 상한다”고 말했다.

제모의 성공 여부는 털의 굵기와도 연관 있다. 예를 들어 겨드랑이와 다리 중에서는 단연 겨드랑이가 제모 하기 수월하다. 털의 굵기 때문인데, 인체의 팔다리에 난 털은 가는 반면에 가슴과 겨드랑이에 난 털은 상대적으로 굵다. 털이 굵을수록 레이저를 더 많이 흡수하기 때문에 대개 가슴과 겨드랑이의 제모가 팔다리보다는 쉽게 되는 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