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ecial Taste
와인계에도 불어온 유기농 바람
태초의 와인은 이런 맛이었을까? 유기농 와인
생각해 보면 옛날에는 기르고 먹었던 모든 재료가 모두 유기농이었다. 와인도 대량 생산의 길을 걷기 전에는 화학비료도 농약도 쓰지 않았다. 온전히 자연에 맡기고 거기에 사람은 약간의 정성만 쏟으면 누구나 유기농 와인을 즐길 수 있었다. 최근 사람들은 그 옛날 와인에 다시 주목하고 있다. 유기농 와인이 갖고 있는 특별한 그 '무언가' 때문이다.

지금 우리가 유기농 와인에 주목하는 이유에 대해 생각해 본 적 있는가? 기본적으로 유기농 와인과 일반 와인이 서로 어떻게 다른지, 유기농 와인이라 불리는 기준은 무엇인지 알아야 한다.
와인을 '자연의 걸작'이라 부르는 데는 이유가 있다. 최고의 와인이 탄생하기 위해서는 태양과 땅, 바람과 물의 조화로운 도움이 반드시 필요하기 때문이다. 유기농 와인은 이러한 자연환경에 더 집중한다. 포도에 영양을 주기 위해서 토양부터 관리하는데 화학비료 대신 퇴비를, 제초제 대신 손수 잡초를 제거하는 번거로움을 감수한다. 병충해를 치료하기보다는 예방하는 데 집중한다.
농약과 화학비료를 사용하지 않는다는 건 와인에 유입되는 농약도 없다는 뜻이다. 와인은 씻지 않는 포도로 담근다. 수확기에 비가 내리면 그 해의 빈티지는 최악이 되기 쉬운데 농약을 제거하기 위해 포도를 일일이 씻는다는 건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이다. 물론 와인에 들어가는 농약이 건강에 해를 끼치는 것은 아니다. 포도를 수확하기 전에 농약 사용을 금지하고 있으며 사용할 수 있는 양도 엄격하게 제한되기 때문이다. 또 포도가 술로 발효되는 과정에서 이러한 성분마저 분해되어 버린다.
유기농 와인은 포도를 기르는 것뿐 아니라 만드는 과정도 다르다. 대표적인 것이 와인의 변질을 막기 위해 넣는 '아황산염'이다. 아황산염은 흔히 마시는 과일주스에도 들어가는 것으로 큰 문제를 일으키지 않지만 천식환자나 민감한 사람에게는 어지럼증이나 메스꺼운 증상이 나타날 수도 있다. 유기농 와인은 아황산염 대신 질소를 넣거나 만드는 과정에서조차 철저하게 관리해 산화를 막는다. 현재 유기농 와인을 생산하는 와이너리는 대부분 규모가 작다. 까다롭고 손이 많이 가기 때문에 많은 양을 생산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1등급 와인은 왜 유기농으로 재배하지 않는 것일까? 엄밀히 말하자면 한 해 6000병 정도만 생산되는 세계 최고가 와인인 '로마네콩티'도 유기농 스타일로 만들고는 있지만 이를 크게 광고하지 않는다. 굳이 필요성을 느끼지 못해서다. 어느 정도 이름이 알려진 와이너리도 굳이 자신의 개성을 버려가면서 유기농을 선택하는 모험을 하지 않는다. 따라서 유기농 와인은 프랑스에서도 전통적인 보르도 지역보다는 이제 포도밭이 들어서기 시작하는 남 프랑스 지역, 칠레·호주 등의 신세계 와인에서 더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그밖에 환경적인 이유도 있다. 일반적으로 포도는 건조하고 햇볕이 좋은 곳에서 자라야 병충해에 강하다. 신세계 와인 생산국은 기본적으로 유럽에 비해 기후 변화가 해마다 심하지 않아 농약을 사용하지 않아도 된다. 에르난 구티에레스 칠레대사관 상무관 역시 "칠레는 유기농 포도를 재배하기 위한 최고의 환경을 갖추었다.
좋은 토양과 적당한 바람, 강수량, 일정한 햇빛 덕택에 병충해가 생기지 않는다. 이 점을 충분히 살려 2020년까지 세계 최대의 유기농 생산국이 되는 것이 목표다"라고 말했다. 그 이외에도 친환경 농법이나 가치관 등 자신만의 특별한 이유 때문에 유기농을 고집하는 이들도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