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가 더워지면 사람들은 '이열치열(以熱治熱)'이라 하여 땀을 뻘뻘 흘리며 뜨거운 음식을 먹고, 그것도 모자라 사우나에서 온몸이 흠뻑 젖도록 땀을 흘린다. 과연 이열치열은 누구에게나 좋은 것일까?
Q 평소 땀이 많은 편인데, 뜨거운 음식을 먹을 때 특히 땀을 비 오듯 흘립니다. 저 같은 사람도 여름 보양식을 먹어도 될까요? - 윤종원(32세 ? 회사원)
A 더운 여름에 뜨거운 보양식을 먹는 것은 오래 전부터 내려오는 풍습이다. 가만히 있어도 푹푹 찌는 열기를 차가운 것으로 식히지 않고, 뜨거운 음식을 먹어 열을 더하는 모습이 이상해 보이기도 한다. '이열치열'의 원리에는 '땀을 통해 빠져나간 몸 속의 양기를 뜨거운 음식으로 데우고 보충한다'는 원리가 담겨 있다.
더울 때 우리 몸은 피부 혈류량을 증가시켜 체열을 발산하고, 땀을 통해 체온을 떨어뜨린다. 려한의원 정현지 원장은 "혈류량이 피부로 집중되면 상대적으로 몸 속 장기로 흐르는 혈류량이 줄어든다. 특히 소화기의 혈액 공급이 줄어 기능이 떨어지는 경우가 많다. 여름에 유독 소화불량이나 설사가 자주 나는 것도 이런 이유다"라고 말했다. 날이 덥다고 차가운 음식을 먹어 식히다 보면 몸 속이 점점 차가워져 장기가 허약해진다. 이럴 때 뜨거운 보양식을 먹으면 몸 속이 따뜻해지고 땀을 흘려 체온이 떨어지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얻을 수 있다.
모든 사람에게 보양식이 맞는 것은 아니다. 광동한방병원 문병하 대표 원장은 "인삼이 들어있는 삼계탕이나 개장국 등은 열이 많은 소양인, 태양인에게 맞지 않다. 잘 맞지 않는 음식을 먹으면 머리 뒤쪽이 아프거나 설사 증상이 생긴다. 보양식이 가장 잘 맞는 사람은 속이 찬 소음인으로 황기, 인삼 등의 약재와 일반적인 보양식을 먹으면 기력이 떨어졌을 때 효과를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자신의 체질을 정확히 잘 모르겠다면 보양식을 먹었을 때 뒷머리가 아프거나, 설사 증상이 있는 등 부작용 여부를 잘 관찰한다.
Q 열이 많이 날 때 이불을 뒤집어쓰고 땀을 내면 몸이 가뿐해지잖아요. 사우나에서 일부러 땀을 빼는 것도 같은 원리인 것 같은데, 더울 때도 괜찮을까요? - 노은혜(35세 ? 주부)
A 온몸이 불덩이처럼 뜨겁고 기운이 없을 때, 뜨거운 방에서 이불을 뒤집어 쓰고 땀을 내면 몸이 가뿐해진다는 사람이 많다. 이것을 '이열치열'이라 믿고 사우나에서 무리해서 땀을 내기도 하는데 오히려 몸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 모공이 확장되어 한기가 심하게 들기도 하고, 자칫 탈진하는 경우도 있다. 소음인이 무리하게 땀을 내면 양기가 더 많이 빠져나가 속이 허해질 수 있다. 고혈압 혹은 심혈관계 질환이 있다면 특히 사우나나 찜질방을 이용할 때 주의한다.
삼성서울병원 순환기내과 이상철 교수는 "사우나의 실내 온도는 70~80℃ 이상 올라가기 때문에 갑작스러운 온도변화와 이에 따른 심한 혈관 확장, 탈수 등은 정상인에게도 무리가 될 수 있다. 특히 심혈관계 질환이 있는 환자가 고온의 사우나에서 땀을 내면 뇌 등 중요 장기로의 혈류량이 감소돼 심각한 이상 증상이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정현지 원장은 "노인, 어린아이, 이뇨제 복용 환자, 심장질환자 등이 열과 관련된 질병을 '이열치열'을 이용해 고치려고 하면 증상이 악화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