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시경으로 놓친 위 운동장애 핵의학 영상 검사로 잡아야

위 내시경, 위염·위궤양 등 위장 점막관련 진단에 효과
세계 인구의 10% 이상 위 운동장애로 보고돼

입력 : 2009.03.17 16:09 / 수정 : 2009.03.18 13:11

김모(51·서울 도봉구)씨는 어느 날부터 살이 빠지기 시작했다. 음식을 조금만 먹어도 배가 부르고, 위가 팽창되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이유 없는 트림도 많아졌고 원인 모를 구역감도 생겼다. 음식을 잘 못 먹게 되면서 몸무게가 1여 년 사이에 5㎏이나 빠졌다.

동네 건강검진 센터에서 위 내시경에 혈액검사까지 받아봤지만 별 이상이 없다고 했다. 의사는 "신경성인 것 같은데 딱히 치료법이 없다"고 말했다.

결국 대학병원 소화기내과를 찾아 달걀 등의 음식과 조영제를 먹고 식도와 위장에서 음식물이 어떻게, 그리고 얼마나 빨리 내려오는지를 확인하는 위장 조영술을 받았다. 그 결과 '위 운동장애'로 진단됐다. 위장의 운동 능력이 심각히 저하돼 있다는 것이다. 위가 수축·이완하는 능력이 뚝 떨어져 있어 음식물이 위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지고, 조금만 먹어도 배가 부른 느낌을 받았던 것이다. 김씨는 위 운동 항진제를 복용하면서 조금씩 증상이 개선되고 있다.

서울대병원 소화기내과 김주성 교수는 "위 내시경 검사가 보편화되면서 모든 위장 질환은 내시경으로 알 수 있다는 오해가 생기고 있다. 하지만 위의 운동 질환은 내시경으로도 잡아내기 어렵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위염, 위궤양, 식도염 등 위장 점막 쪽에 생긴 질환을 진단하는 데는 위 내시경이 효과적이이지만, 위 운동 능력은 별개"라고 말했다.
환자의 몸 속 음식물이 위에서 십이지장으로 내려가는 운동 모습을 핵의학 영상 검사 기기를 통해 시간 순서대로 확인하고 있다. / 서울대병원 제공
위의 운동 능력을 확인하려면 음식과 조영제를 함께 먹은 뒤 위의 움직임을 핵의학 영상 검사로 관찰해야 한다.

위 운동장애는 전 세계 인구의 약 10%가 가진 것으로 보고돼 있다. 어린이들에게도 나타날 수 있으나, 대개 사춘기 이후부터 생긴다.

위 운동장애 원인은 몇 가지가 꼽힌다.

첫째가 스트레스다. 스트레스를 심하게 받으면 자율신경계에서 부교감 신경 작용이 억제된다. 위도 똑같이 신경 작용의 영향을 받아 운동력이 저하된다.

둘째는 비만이다. 뚱뚱하고 배에 내장지방이 많이 쌓이면 위를 압박한다. 비만 세포 자체도 위 운동을 저해하는 원인으로 작용, 운동력을 떨어뜨린다.

셋째는 당뇨병이다. 당뇨병이 있어도 자율신경계가 망가져 위 근육의 수축과 이완 능력이 저하된다.

넷째는 식사 또는 생활습관이다. 커피·담배·술 같은 음식에 지속적으로 노출되면 위를 자극해 민감도를 떨어뜨려 위의 수축 능력이 감소된다. 기름진 음식도 위에 머무르는 시간이 길어 포만감을 심하게 느끼게 한다. 청량음료 속의 탄산도 위를 팽창시켜 포만감을 실제보다 더 느끼게 한다.

이런 원인이 없어도 위 운동 능력이 떨어지는 사람들이 있다.

경희대병원 가정의학과 원장원 교수는 "키가 크고 마른 사람은 선천적으로 위 운동 능력이 떨어지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그렇지 않은 사람들도 나이가 들면 위 근육이 노화돼 운동 능력이 점차 떨어진다"고 말했다.

치료법은 다양하다. 원인 질환이 확인되면 해당 질환을 치료하면 된다. 스트레스가 주된 원인이면 정신과 치료가 권장된다. 식생활을 개선하는 것도 중요하다. 증상이 심하면 위 운동능력을 높여주는 약물을 복용하기도 한다.

원장원 교수는 "위 운동장애를 놔두면 증상이 계속 심해진다. 초기에 적절한 치료를 받아야 증상이 악화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노인들의 경우 수술 후 위 운동장애가 발생하면 음식을 제대로 섭취하지 못해 감염률과 합병증 위험이 커질 수 있다.

검사는 일반적으로 위장 조영술로 한다. 환자에게 음식물을 섭취하게 한 후 핵의학 영상 화면으로 음식물이 배출되는 과정과 위 운동 정도를 체크한다. 시간은 2~3시간쯤 걸린다. 위 운동 능력이 떨어지는 사람은 시간이 더 걸릴 수 있다.

/ 배지영 헬스조선 기자 baejy@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