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대사증후군' 유병률, 미국과 비슷
정부 2012년까지 6360억 투입 예방나서
학생 건강체력평가·생활체조 도입 예정
우리나라도 '비만과의 전쟁'에 나서야 하나? '참전'에 앞서 우리의 비만 실태부터 살펴볼 필요가 있다.
2007년 OECD 헬스 데이터에 따르면 우리나라 인구의 3.5%가 비만이다. 하지만 여기에 비만 이전 단계인 과체중까지 더하면 우리나라 비만 인구는 30%를 넘는다는 보고도 있다.
대사증후군으로 확대해봐도 문제는 만만치 않다. 한국인 평균 대사증후군 유병률은 16% 선으로 미국 성인 24%보다는 아직 낮다. 하지만 대사증후군 판정의 기준이 주로 서양인 위주로 돼 있어 이를 동양인에 맞게 수정해서 유병률을 산출하면 한국의 대사증후군 유병률은 평균 22%(남성 30%, 여성 15%)로 훌쩍 높아진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미국인들보다 훨씬 날씬한데도 대사증후군 유병률은 거의 비슷한 수준으로 봐야 한다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인구의 고령화다. 인구 고령화가 전 세계에서 가장 빨리 진행되는 나라 중의 하나인 우리나라도 일본처럼 비만과 대사증후군 유병률 증가 속도가 점점 빨라질 수밖에 없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얼마 전 정부와 여당은 비만 예방을 위한 기본 대책이란 것을 내놓았다. 기존의 비만 정책과는 별도로 보건복지가족부, 교육과학기술부 등 각 부처가 힘을 합쳐 비만 관리에 본격적으로 대처하겠다는 것이다. 2012년까지 이에 투입될 예산 규모는 6360억 원이다.
비만 기본 대책의 세부 내용은 조만간 발표될 예정인데, 비만 예방 생활체조와 학생 건강체력평가(PAPS)등이 도입될 것으로 보인다. 예전의 국민체조처럼 '비만예방 생활체조'를 만들어 각 학교에서 활용하게 한다는 계획. 또 체력 측정에 초점이 맞춰졌던 '체력장'을 비만을 예방하는 운동처방까지 가능하게 획기적으로 바꿀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즉 기존의 달리기, 멀리뛰기 등 운동 능력 평가위주의 학생 신체능력 검사가 심폐지구력, 근력, 근지구력, 유연성, 체지방 측정 등으로 바뀌는 것이다.
비만 예방의 또다른 관건인 먹는 것에 대해서도 정부 차원의 움직임이 나오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청은 최근 '어린이 식생활 안전관리 특별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이 법이 제정되면 전국 학교와 학교 앞 200m가 어린이 식품안전보호구역(그린존: Green Zone)으로 지정돼 이곳에서는 비만의 원인이 되는 고열량, 저영양 식품 판매가 금지된다. 또 2010년부터는 고열량·저영양 식품 광고나 패스트 푸드 구입 때 장난감을 무료로 제공한다는 내용을 담은 광고도 전면 금지된다.
'식품 신호등' 제도도 도입될 전망이다. 이 제도는 영국 등 선진국에서 실시하고 있다. 영국식품기준청(FSA)은 식품 100g당 지방이 20g을 초과하거나, 포화지방이 5g을 초과할 경우, 당분 12.5g, 소금 1.5g을 초과하면 식품 포장에 빨간색을 표시하도록 한다.
우리나라도 이런 기준에 맞춰 지방, 당분, 나트륨 등의 함량이 적은 식품에는 녹색, 보통인 식품에는 노란색, 많은 식품에는 빨간색을 표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비만 아동들만으로 따로 학급으로 편성한 '비만교실'이 서울과 제주 등에서 만들어지고 있다. 서울시교육청은 작년에 초등학교 50곳을 비만 중점학교로 선정한 데 이어 올해는 중학교 50곳을 추가로 선정했다.
이들 중점학교에서는 비만하지 않은 학생들에게는 총 8회 영양, 운동, 생활습관 등에 관한 보건 교육이 제공되는 것으로 그치지만, 비만지수가 20을 넘는 비만 학생들에게는 1년에 총 12주 동안 개인별 맞춤 운동 처방과 개별상담이 제공된다.
서울시교육청 학교보건과 송영희 장학사는 "비만 교실에는 자신과 비슷한 문제를 가진 친구들이 함께 모이기 때문에 학생들의 관심을 끌어내기가 쉽다. 하지만 비만 교실에 들어가면 뚱뚱한 아이라고 소문이나 반 친구들로부터 따돌림을 당하는 문제도 있다. 이런 이유 때문에 얼마 전 교실이름을 비만 교실에서 건강 교실로 바꿨다"고 말했다.
■"비만과의 전쟁에서 이길 방법 있다"
이처럼 정부 또는 지방자치단체 차원의 이런저런 비만 대책들이 발표·시행되고 있으나 국민들의 공감을 이끌어내는 데는 대부분 별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어떤 비만 정책이 시행되고 있는지를 아는 사람도 드물다.
동국대일산병원 가정의학과 오상우 교수는 "우리나라 비만 정책의 가장 큰 문제점은 이곳 저곳에서 잡다하게 내놓고 있으나, 정작 각 정책들은 제각각이란 것"이라고 말했다. 보건소는 보건소대로 학교는 학교대로 병원은 병원대로 비슷한 내용의 프로그램을 각각 따로 진행, 돈은 돈대로 들고 효과는 제대로 못 거두고 있다고 박 교수는 지적했다.
한림대성심병원 가정의학과 박경희 교수는 "비만은 워낙 여러 가지 요인들이 연관돼 있으므로 체중이 얼마나 늘고 줄었는 지와 같은 단기 결과만으로 사업을 평가해서 안 되는 데도 실제 우리나라 비만 예방사업은 대개 1년 단위로 돼 있는 것이 문제"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비만에 대한 인식을 재정립, 보다 구체적으로 실효성 있는 비만 정책들이 마련돼야 한다고 말한다. 365mc비만클리닉 조민영 원장은 "우리나라는 비만 인구 비율이 증가하고 있긴 하지만 다른 나라에 비해 좋은 조건이 많아 너무 걱정만 할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즉 대중 교통이 발달해 신체 활동량이 많은 편이며, 학교 급식체계와 운동장 시설 등 잘 돼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비만 교육과 구체적인 관리만 이뤄진다면 비만과의 전쟁에서 승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조 원장은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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