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혀진 질환 아니다… 간암 최대 원인 'B형 간염' 재조명 (1)

입력 2008.09.09 16:11 | 수정 2008.09.09 17:02

유병률 낮아졌어도… 방심 말자 'B형 간염'

한국 남성의 암 발생률은 위암, 폐암, 간암 순이며, 사망률은 1위가 폐암, 2위가 간암이다. 40~50대만 떼놓고 보면 간암은 암 사망률 1위에 올라 있다. 간암의 주 원인으로 압도적인 비율을 차지하는 것이 B형 간염(70%)이다. 그밖에 C형 간염, 알코올성 간질환 등이 꼽힌다. B형 간염 바이러스를 만성적으로 보유하고 있는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간암에 걸릴 위험이 약 100배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흡연자가 폐암에 걸릴 가능성이 4~5배 높은 것과 비교하면, 얼마나 높은 것인지 짐작할 수 있다. 결국 B형 간염의 위험에서 벗어나는 것이 간암을 피하는 지름길이란 뜻이다. B형 간염은 이같은 중요성에도 불구하고 점점 관심권에서 멀어지고 있다. B형 간염에 걸린 사람들의 비율(유병률)이 점차 낮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보건복지가족부 국민건강영양조사에 따르면 한 때 8%에 이르렀던 B형 간염 유병률은 2005년에는 3.7% 선으로 떨어졌다. 신생아 무료 예방접종 등이 큰 역할을 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B형 간염은 여전히 간암의 가장 큰 원인이며, 앞으로도 상당 기간 문제가 될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B형 간염 바이러스 보유율은 미국은 0.2%, 일본은 2% 수준이다.



40~50대 B형 간염 유병률 유난히 높아

B형 간염 예방 접종 덕분에 20세 미만 연령대의 B형 간염 유병률은 1.3% 수준으로 줄었다. 하지만 40~50대 성인의 4~6%가 B형 간염 환자이거나 간염 바이러스 보유자로 조사돼 있다. 특히 50대 남성의 B형 간염 바이러스 양성률은 6.1%에 이르고 있다. 반면 60대 남성은 2.6%, 70대는 1.8%에 그치고 있다. 연령대별 B형 간염 바이러스 보유 비율을 보면 왜 40~50대 남성의 암 사망률 중에서 간암이 2위에 올라 있는지를 알 수 있다. 하지만 한 조사에 따르면 B형 간염 바이러스 보유자 중에서 병원에 주기적으로 다니면서 관리하는 사람의 비율은 19%에 불과하다.



어떻게 감염되는가?

현재 40~50대 남성들의 B형 간염의 주된 감염 경로는 '수직감염'으로 출산 때 어머니로부터 간염 바이러스를 물려받은 경우가 대부분이다. B형 간염은 감염 시기가 무척 중요하다. 왜냐하면 B형 간염 바이러스에 감염된 사람들 중에서 만성화될 가능성은 아기 때는 약 70~90%로 매우 높은 편이기 때문이다. 어린이 때(25~50%), 어른 때(10%)에는 만성화되는 비율이 상대적으로 낮다. 한국의 40~50대 남성들이 가진 B형 간염은 만성화될 가능성이 높다.

다른 감염 경로는 정액, 질의 분비물이나 모유, 침, 상처의 진물 등이다. B형 간염 바이러스의 전염력은 에이즈보다 강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다만 악수나 가벼운 뽀뽀, 보유자가 요리한 음식, 감염자와의 대화, 재채기나 기침 등으로는 옮기지 않는다. 술잔을 돌려도 B형 간염 바이러스는 전염되지 않으나, 위생상의 여건을 고려하면 잔을 돌리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 부부 중 한 쪽이 면역이 없으면 부부관계 때 콘돔을 쓰는 것이 B형 간염 예방을 위해서 바람직하다.



이미 B형 간염 바이러스를 갖고 있는데…

조선일보 DB

B형 간염 바이러스는 피하는 것이 최선이다. 하지만 출산 때 감염은 피할 방법이 마땅치 않다. 다만 요즘은 분만 때 B형 간염 바이러스에 노출돼도 24시간 안에 백신을 접종하면 90% 이상 정상으로 회복된다. 따라서 B형 간염 바이러스를 가진 임신부들이 아기에게 B형 간염 바이러스를 전염시킬까봐 너무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B형 간염 바이러스가 일단 몸 안에 들어오면 완벽하게 쫓아낼 방법은 아직 마땅치 않다. 철저한 관리가 최선이란 뜻이다. 우선 3~6개월에 한 번씩 간 초음파와 혈액검사를 받아야 한다. 1년에 한 번 건강검진을 받는 사람도 중간에 별도로 간 검사를 받아야 한다.

다음은 철저한 금주(禁酒)다. 물론 의학적으로 맥주(680㏄), 와인(280㏄), 양주(80㏄)를 조금씩 마시는 것은 허용되지만 이를 지키기가 어려우므로 아예 술을 마시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

민간요법도 주의해야 한다. 소화기내과 의사들의 가장 큰 고민 중의 하나가 간 질환을 가진 환자들과의 숨바꼭질이다. 간 질환 환자들에게 의사가 처방한 약물 외에 다른 것을 복용하지 말라고 신신당부하는 데도 효과가 검증되지 않은 건강기능식품이나 민간요법을 택하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이다. 이들은 의사 앞에서는 "아무 것도 안 먹었다"고 딱 잡아뗀다. 하지만 민간요법에 의존하다 간이 심각하게 손상되는 사례는 끊이지 않고 있다. 삼성서울병원 소화기내과 최문석 교수는 "B형 간염 바이러스 보유자나 환자들이 꾸준히 관리, 치료받게 하는 것이 중요한데도 현실이 뒷받침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