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품 유통기한, 개봉 전 3년·개봉 후 1년
에센스 등 기능성 제품은 더 빨리 변질돼
온도 높고 습기 많은 곳 피해서 보관해야
◆샘플 화장품 피해 사례 급증
유통기한이 지난 샘플 화장품으로 인한 피부 손상 사례가 늘고 있다. 한국소비자원에는 샘플 화장품 부작용 상담이 2005년부터 급증, 한 해에 약 300건씩 피해사례가 접수되고 있다. 현재 샘플 화장품은 대형 인터넷 쇼핑몰에서만 수백 개의 유통업체들이 판매를 하고 있으며, 아예 샘플만 파는 화장품 쇼핑몰도 수십 개에 달한다.
대한화장품협회 장준기 부장은 "샘플 화장품은 일반 화장품보다 유통기한이 짧아 보통 1년 미만"이라며 "유통기한을 넘겨 변질된 샘플들이 유통되면서 문제가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고운세상 코스메틱 김소영 과장은 "화장품 샘플은 수량확인 등의 관리가 엄격해서 판매업자가 대량으로 확보하기가 쉽지 않다"며 "인터넷에서 팔리는 것들은 판매업자들이 오랜 기간에 걸쳐 꾸준히 모은 것일 가능성이 크며, 그만큼 유통기한이 지난 제품일 확률이 높다"고 말했다. 이대목동병원 피부과 최혜영 교수는 "유통기한이 지난 화장품을 쓰면 피부에 세균 감염이 일어나 뾰루지와 피부염증 등이 생기며, 유분 기가 있는 화장품 성분과 함께 피부에 침투되면 쉽게 없어지지 않으므로 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화장품, 어떻게 변질되나?
샘플 화장품을 비롯한 화장품의 변질은 유통기한 경과가 가장 큰 원인이지만 그 밖에도 보관 온도의 변화, 직사광선 노출, 이물질 오염 등도 중요한 원인이 된다.
화장품 유통기간은 보통 3년이지만 품목별로 차이가 있다. 스킨과 로션의 유통기한은 개봉 전 3년, 개봉 뒤 1년~1년 반이다. 자외선 차단제, 메이크업 리무버, 마스크나 팩, 메이크업 베이스, 파우더, 아이섀도 등도 동일하다.
하지만 에센스 등 기능성 화장품은 비타민C나 레티놀 같은 천연 성분들이 고농축으로 들어가 있는 경우가 많아 더 빨리 변질된다. 이것들은 사용 전 유통기한은 2년 정도지만, 일단 개봉하면 산소와 접촉하면서 급속도로 화학적 반응이 진행되므로 개봉하고 6개월 이내에 사용하는 것이 좋다.
보관 방법도 중요하다. 예를 들어 햇빛이 쪼이는 화장대에 놓인 화장품은 더 빨리 변질된다. 특히 적외선은 파장이 길어 유리 병이나 플라스틱 용기까지 통과하는데, 적외선은 화장품의 화학적 안정성을 깨트린다. 유분이 많은 크림 제품은 물과 기름이 분리되고, 영양크림의 크림 위에 물방울이 송글송글 맺히는 것은 햇빛에 의해 화장품 성분의 화학적 균형이 깨어져 수분과 유분층이 분리된 경우다. 이런 제품은 발라도 효과를 볼 수 없다. 또 적외선은 산소와 결합해 비타민C나 레티놀 성분을 산화시켜 갈색이나 황색으로 변화시킨다.
온도와 습도, 이물질도 문제가 된다. 홍대 고운세상피부과 임숙희 원장은 "30℃ 이상 온도에서 보관하면 화장품의 화학적 구조가 변해 빨리 변질된다"며 "남성들이 스킨이나 로션을 욕실에 놓아두는 경우가 있는데 습도 때문에 변질이 더 빨라진다"고 말했다.
이지함피부과 이유득 원장은 "영양크림, 왁스, 스크럽제, 핸드크림 등은 손으로 찍어 바르는 경우가 많은데 이 때 손을 통해서 세균과 이물질 등이 들어가 화장품을 변질시킨다"며 "될 수 있으면 퍼프, 브러시, 화장솜, 화장품을 뜨는 미니 스푼 등을 이용하고, 퍼프나 브러시는 2~3일에 한번씩은 반드시 씻어줘야 한다"고 말했다.
◆변질된 화장품, 피부에 어떤 영향 미치나
변질된 화장품을 쓰면 화장품 속 세균이 그대로 피부로 옮겨진다. 세균이 다량으로 피부에 닿게 되면 피부는 순간적으로 방어막의 일종인 '염증'을 만들어내고, 염증은 모공을 막아 노폐물이 나오지 못하게 하므로 뾰루지가 생기게 된다. 그런데도 변질된 화장품을 계속 쓰면 만성 여드름으로 변해 염증을 치료하기까지 6개월~1년 이상 걸리기도 한다.
따라서 화장품을 쓴 뒤 가려움이나 뾰루지 등의 이상 증세가 생기면 즉시 화장품 사용을 중단하고 바른 자리와 주변부를 얼굴 세정제를 이용해 깨끗이 씻어내는 것이 좋다. 그런데도 가려움증이나 피부 트러블이 가라앉지 않는다면 세균이 깊은 곳까지 침투했다는 표시이므로 주변부로 더 퍼지기 전에 피부과로 가서 치료를 받아야 한다.
임숙희 원장은 "보통 2~3일 정도 치료 받으면 증상은 호전된다. 하지만 정확한 처방 없이 피부질환 연고를 바르거나, 예전에 먹던 알레르기 약을 부적절하게 복용하면 증상이 더욱 악화되거나 다른 부작용이 일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