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2008.07.15 09:14

김소현(41세 주부)씨는 지난 일요일 대형마트에서 있었던 일만 생각하면 아직도 얼굴이 화끈거린다. 평소와 다름없이 일주일치의 가족들의 먹거리와 생필품을 가득 산 김소현씨는 계산을 끝내고 돈을 지불하기 위해 가방에서 지갑을 찾았다. 그런데 가방에 있는 건 지갑 대신 가져온 TV 리모콘. 설마 하고 계속 지갑을 찾았지만 지갑은 오간데 없고, 계산을 기다리던 사람들이 눈치를 주기 시작하자 김소현씨는 너무 창피해 물건을 반납하고 도망치 듯 마트를 빠져 나왔다.

지갑이나 핸드폰을 집에 두고 출근하는 일이 잦다. 부하직원의 이름이 갑자기 기억나지 않는다. 가스레인지에 냄비를 올려놓고 시장을 보러 간다. 무슨 말을 하려고 말을 꺼냈는데 갑자기 기억이 나지 않는다. 상사가 회의시간에 지시한 내용이 잘 기억나지 않는다. 매일 사용하던 이메일의 아이디와 패스워드가 생각나지 않는다.

최근 들어 이 같은 ‘생활 건망증’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 ‘생활 건망증’ 알고 계시나요?

건망증(健忘症, amnesia)이란 기억장애의 하나로 무엇인가를 잘 기억하지 못하거나 잊어버리는 정도가 심한 상태를 일컫는 말이다. 그 중 은행CD기 앞에서 갑자기 통장 비밀번호가 생각나지 않거나, 우산을 자주 잊어버리는 것과 같이 일상생활에 불편을 주는 건망증을 ‘생활 건망증’이고 부른다.

김양래휴신경정신과 김양래원장은 “건망증은 일반적으로 신체적 요인으로 인한 건망증과 심리적 요인으로 인한 건망증으로 나눌 수 있다”며 “신체적인 영향으로 인한 건망증은 뇌에 이상을 줄 수 있는 모든 요인이 원인이 될 수 있는데 뇌의 퇴행성 변화(알쯔하이머 치매, 파킨슨씨병 등), 교통사고나, 알코올 중독, 뇌종양 등을 들 수 있고, 심리적인 건망증은 극심한 스트레스나, 우울 및 불안증, 만성피로 등이 주요 원인으로 대부분의 생활 건망증은 주로 심리적 요인으로 인한 건망증이 많다”고 설명한다.

실제로 한 취업포탈사이트와 리서치 전문기관이 직장인 2,030명을 대상으로 ‘건망증이 업무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한 결과, 63.1%(1,281명)가 건망증으로 고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건망증 증세를 겪고 있는 직장인 가운데 건망증 정도가 심한 편이라는 직장인은 10명중 약 3명 정도(26.5%)였으며, 업무를 하는데 어느 정도 지장을 받는 경우도 2명중 1명(56.4%)이나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주목할 것은 건망증의 주요 원인에 대해서 직장인들의 절반 이상인 683명(53.3%)이 스트레스를 꼽았다. 그리고 261명(20.4%)은 ‘휴대폰, PC 등 직접 기억할 필요가 없는 환경 때문’이라고 답했다.

▲ 증가하는 주부 건망증과 디지털 치매

지난해 여름 청주에서는 한 주부가 음식물을 가스레인지에 데우기 위해 올려놓은 체 외출을 했다가 대형아파트 내부가 모두 전소된 사고가 있었다.

이 같이 가스레인지나 각종 주방기구의 사용이 많은 주부들의 경우 자칫 ‘깜빡’하는 순간에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일반적으로 주부 건망증은 반복되는 가사노동과 출산으로 인한 호르몬 변화, 그리고 육아와 가정에서 발생하는 여러 가지 문제들로 인한 스트레스로 인한 주의력의 장애가 건망증의 원인이 된다. 실제로 만성적인 스트레스가 지속되면 주부 우울증이 발생하게 된다. 우울증의 별명이 ‘가성치매’라고 불릴 정도로 기억장애의 증상을 동반하게 된다. 따라서 건망증이 심한 사람은 우울증에 대한 선별검사 및 전문의의 상담이 필요하다.

한편, 현대인들의 경우 모든 것이 디지털화 되면서 ‘디지털 치매’로 어려움을 겪는 경우도 늘고 있다.

디지털 치매는 휴대폰이나 컴퓨터, 계산기 등의 사용이 많아지면서 자신이 외워야 할 것들을 기기에 의존하면서 기억력이나 계산능력이 크게 떨어진 상태를 말한다.

갑자기 간단한 암산이 안되거나, 휴대폰 단축번호의 사용으로 누군가의 전화번호가 기억나지 않고, 노래방 기기의 등장으로 외울 수 있는 노래가 거의 없는 것과 같은 증상이 생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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