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인 지망생인 대학생 C양, 다이어트를 하느라 야채와 과일 위주의 식단으로 하루에 한 끼만 먹으며 2년을 지냈다.
처음엔 몸도 가볍고 군살도 빠져서 좋았으나 6개월이 지나자 점점 변을 보는 횟수가 줄어들었다. 이후 1주일에 한 번씩 변비약을 먹어야 변을 보게 됐고 이마저도 1년 전부터는 관장액을 넣어야만 가능해졌다. 게다가 변을 본 다음에도 잔변감 때문에 하루 종일 찜찜하기 일쑤였다. 다시 화장실에 가도 힘만 들고 변이 나오지 않아서 질 안쪽을 손가락으로 눌러 배변을 도와야 할 정도였다.
수지 검사와 배변조영술 검사를 통해 C양의 직장을 확인해보니 직장 일부가 질 쪽으로 주머니처럼 늘어난 상태였다. 이른바 직장류 또는 직장질벽 이완증. 주머니의 크기도 정상적인 이완 수치보다 3배 이상 큰 7cm나 됐다.
직장 안에 주머니가 생겨 변이 고여 있다고 설명하자 C양이 토끼 눈을 하고 금방이라도 울 것 같은 얼굴로 물었다.
“변 주머니가 생겼다고요? 변비 때문에 그런 게 생기기도 하나요? 그럼 이제 고칠 수 없는 건가요?”
직장류는 직장과 질 사이의 근육이 이완돼 생기는 것으로 주로 여성에게 많다. 이는 직장류가 여성들이 경험하는 출산, 다이어트, 변비 등과 관련이 깊기 때문이다. 출산 시에는 여성의 질과 회음부가 과도하게 늘어나거나 파열돼 질벽과 직장벽 사이를 지지하는 근육이 손상될 수 있다. 또 다이어트나 변비로 인해 오랫동안 화장실에서 힘을 주다 보면 직장 근육이 점점 약해지면서 늘어나기 쉽다.
직장류가 있으면 주머니 속에 고인 변 때문에 늘 잔변감을 느끼게 된다. C양처럼 주머니가 클수록 잔변감과 불편함도 더욱 커진다. 직장 주머니는 배변 방향과 반대되는 방향에 생기기 때문에 관장을 해도 소용이 없다. 이 때문에 일부 환자들은 질 속으로 손가락을 넣어 주머니를 직장 쪽으로 눌러 배변하기도 하고 항문에 손을 넣어 직접 파내는 경우도 있다.
초기의 직장류는 식이요법과 특수좌약요법으로 치료할 수 있다. 그러나 주머니의 크기가 4cm 이상이 되면 교정수술을 고려해 보는 것이 좋다. 교정수술은 항문이나 회음부 또는 질을 통해 늘어난 근육을 단단하게 붙들어 매는 방법으로서 90% 이상이 완치될 만큼 효과적이다.
C양은 주머니 크기가 워낙 커서 초기 치료법이 불가능해 항문을 통한 교정수술을 받았다. 지금은 매일 아침 변을 보면서 상쾌한 하루를 보내고 있다.
/ 한솔병원 대장항문외과 이동근 대표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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