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는 연기가 두려운 개그우먼 K씨

입력 2008.05.06 16:41

[컬럼] 한솔병원 대장항문외과 이동근 대표원장

요즘 개그맨 박명수씨가 ‘호통개그’로 한창 인기몰이 중이다. 하지만 그보다 먼저 호탕한 웃음과 호통개그로 전성기를 누린 개그우먼이 있었으니 바로 K씨다. 그녀는 시원스런 웃음과 재치 있는 입담이 매력적인데, 필자 역시 그런 점에서 그녀의 개그를 즐겨 봤다.

그런 K씨가 웃는 연기와 호통개그가 힘들어서 고민이라며 필자를 찾아 왔다. 10년 전부터 치핵 증상이 있었는데, 잦은 밤샘 촬영에 식사와 배변이 불규칙해지면서 심한 탈항 증상이 생겼다는 것.

K씨는 “항문이 빠져 나와 걷기가 힘든데 설상가상으로 내일 걷기 행사에 초청받아 수익금을 기증하기로 되어 있다”며, “오늘 수술 받고 내일 걸을 수 있게 해달라”고 했다.

진찰 결과는 치핵이 아닌 항문용종이었다. 용종이란 점막이 자극을 받거나 발암물질에 노출될 경우 점막구조가 변이를 일으켜 혹처럼 커지는 것으로, 대장점막에 생기면 대장용종, 항문점막에 생기면 항문용종이라고 한다.

항문용종은 대부분 암과는 관련이 없는 양성종양이며, 일반적으로 말하는 치핵과는 다른 것이다. 치핵의 경우 탈항이 될 정도로 진행되면 심한 출혈이나 통증이 나타나지만, 항문용종은 출혈이나 통증이 별로 없다.

주된 발병 원인은 만성치열과 특발성 항문용종이다. 변비가 심하면 배변 시 항문이 찢어지면서 치열이 생길 수 있다. 이러한 치열이 만성화되면 주변 피부와 점막이 붓고 늘어지는 피부꼬리(피부가 붓고 늘어지는 증상)나 항문용종이 생기게 된다.

특발성 항문용종은 항문과 직장 경계부위에 잘 발생한다. 용종이 탈출되는 것으로 출혈이나 통증이 별로 없어서 뚜렷한 자각증상이 없다. 하지만 좌욕 시 항문에 콩알 같은 살점이 달랑거리는 것이 만져지고, 배변 후 잔변감이 남거나 항문에 무언가 낀 듯한 이물감이 느껴질 수 있다. 또, 항문 주위에 분비물이 많아져 늘 끈적끈적한 불쾌감이 들기도 한다.

약물복용은 일시적으로 증상을 호전시킬 뿐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지 못하므로 수술로 용종을 절제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 치료법이다. 수술은 매우 간단하다. 줄기에 매달린 호박을 떼어내듯 용종의 줄기 부분을 전기 칼로 제거해내면 된다. 시술 소요시간도 10분 정도로 짧다.

K씨는 특발성 항문용종으로 수술 1시간 후 곧바로 퇴원했다. 환한 미소를 짓고 있는 기념사진가 함께 “이 사진 병원홍보에 사용하셔도 돼요”라는 말을 남긴 채. 방송에서 보던 대로 시원스런 성격이었다.

다음날 텔레비전을 보니 그녀는 걷기 대회에 나가 참석자들과 함께 씩씩하게 걷고 있었다. 괜스레 뿌듯한 기분이 들어서 슬며시 입 꼬리가 올라갔다.

/ 한솔병원 대장항문외과 이동근 대표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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