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여행을 위한 건강 조건
라식·라섹 수술한 사람 각막 얇아 위험
치질환자 발사 순간 치핵 빠져 나오기도
디스크의 경우 중력 덜 받아 통증 감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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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 첫 우주인 이소연 씨가 지난 19일, 10일간의 우주여행을 마치고 무사히 귀환했다. 때마침 정부는 10년 뒤 우리나라가 세계 7대 우주 강국으로 부상할 것이라는 장밋빛 청사진을 내 놓았다.
외국에선 이미 우주로 여행가는 억만장자가 있는 실정이고 보니, 이런 분위기대로라면 죽기 전 필부필부(匹夫匹婦)가 우주로 여행가는 시대가 불가능할 것 같지만은 않다. 그러나 그런 꿈의 시대가 오더라도 건강문제로 우주에 갈 수 없는 사람이 부지기수다.
암이나 협심증 같은 중증 또는 만성 질환자는 말할 것도 없고 건강에 조금만 이상이 있어도 무중력 상태인 우주에선 견딜 수가 없기 때문. 도대체 어떤 병, 어떤 신체 조건이 우주여행을 가로막을까?
우선 라식이나 라섹 등 근시교정수술을 받은 사람은 우주여행이 쉽지 않다. 각막을 깎는 근시교정수술을 받고 나면 당연히 각막이 얇아지는데, 이런 상태에서 우주여행을 하면 안압이 높아지면서 굴절도가 변해 시력이 떨어질 수 있다. 각막이 원래부터 볼록하게 솟은 원추 각막 형태인 사람도 각막이 얇아 우주여행이 쉽지 않다. 또 원래 안압이 높은 녹내장 환자는 우주에서 안압이 더 높아져 안구 손상 위험이 있기 때문에 우주여행을 삼가야 한다.
치과 질환과 관련해선 충치가 없어야 한다. 충치로 치아 속에 빈 공간이 있는 사람이 우주로 가면 기압이 낮아져 빈 공간 속 공기가 팽창하기 때문에 극심한 치통이 생기게 된다. 따라서 우주여행을 하려면 충치 치료가 필수적이다. 그러나 치료에 사용된 재료가 팽창되면서 통증이 더 심해질 수 있으므로 무중력 상태에서도 부피 변화가 거의 없는 금(金)을 이용해 충치를 치료하는 것이 좋다.
심장이 좋지 않은 사람도 우주생활이 불가능하다. 심장은 심장에서 자체적으로 발생하는 전기 자극에 의해 움직인다. 그러나 우주에선 자기폭풍으로 인한 자기장 변화 등이 심장의 전기장치를 교란시킬 수 있기 때문에 부정맥 등이 생길 수 있다. 때문에 인공심장 박동기를 삽입한 환자나 협심증 환자 등은 우주여행을 할 수 없다.
순환기 질환 중에선 고혈압보다 저혈압이 더 문제가 된다. 저혈압인 사람은 무중력 상태에서 머리로 향하는 피의 양이 많아져 혈압 및 심박출량이 감소하고, 서 있으면 피가 하체에 몰려 눈 앞이 캄캄해지면서 어지러운 증상이 나타나므로 우주여행이 쉽지 않다. 고지혈증 환자 등 혈액의 점도가 높은 사람은 더 위험하다. 멜라토닌 호르몬의 분비가 저하돼 혈액응고가 잘 되면 심장이나 뇌혈관이 막혀 심장마비나 뇌졸중이 생길 수 있다. 그러나 하지정맥류 환자는 우주여행이 가능하다. 우주선 발사 시 정맥류가 압력을 받지만 그 정도로는 혈관이 파열되지 않고, 우주에선 다리에 가해지는 압력이 감소돼 오히려 증상이 개선된다.
중력이 없는 우주에선 칼슘이 하루 250㎎씩 빠져나가 뼈가 더욱 약해지므로 골다공증 환자는 물론 골밀도가 낮은 사람도 우주여행을 삼가는 것이 좋다. 반면 관절염 환자나 디스크가 있는 환자는 중력의 영향을 덜 받게 돼 통증을 덜 느끼게 된다. 실제로 이런 환자의 통증을 감소시키기 위해 무중력 감압치료를 실시하는 병원도 있다.
치질, 특히 치핵이 있는 환자는 완치된 뒤 우주에 가야 한다. 무중력 상태에서는 혈관이 확장되므로 항문 주변 혈압이 낮아지면서 부풀었던 치질이 가라앉을 수 있다. 문제는 우주선 발사 순간이다. 이 때의 강한 압력으로 항문 혈관 쪽으로 혈액이 몰려 치질이 항문 밖으로 튀어 나오거나 출혈될 위험이 크다. 또 우주복을 입고 있을 때는 배변활동의 제약으로 항상 기저귀를 차야 한다. 항문 청결을 유지하기 어렵기 때문에 치질 증상이 더 악화되기 쉽다.
※도움말=김태임·세브란스병원 안과 교수, 김영인·강남성모병원 신경과 교수,, 최용석 램브란트 치과 선릉 원장, 이동근·한솔병원 원장, 소동문·연세 SK병원 원장, 황필성·힘찬병원 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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