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후 2개월 아이 치질 사건

입력 2008.04.18 13:08

“으애앵~.”

아침부터 병원 안에 아기 울음 소리가 가득했다. 대장항문 전문병원에 아기울음 소리가 들리자 대기실의 환자들이 “원장님이 소아과 진료도 보시냐”며 의아해했다. 곧이어 겉싸개에 싸인 생후 2개월짜리 아기가 엄마 품에 안겨 진료실로 들어섰다.

“아기도 치질에 걸리나요?”

초보 엄마 L씨는 “생후 1개월 무렵부터 항문에서 고름이 나와 소아과에서 두세 차례 종기를 째고 치료를 받았지만 상태가 호전되지 않았다”며, “이번에는 소아과에서 진료의뢰서를 써주면서 대장항문 전문병원으로 가보라고 해서 왔다”고 말했다. 또 “아직 된 변도 보지 못하는 아기가 어떻게 치질이 생기냐”며 못 미더운 눈치를 보였다.

아기의 병명은 소아치루. 상태를 보니 곪은 정도가 제법 심했다. 항문샘에 염증만 차있는 경우에는 우선 항생제를 투여하고 경과를 살피지만, 고름이 많이 차있는 경우에는 수술밖에 치료방법이 없는데, L씨의 아기는 수술을 해야 하는 상태였다.

설명을 들은 L씨는 대학병원에 가보겠다면서 그냥 돌아갔다. 그리곤 한달 후, 남편과 함께 다시 병원을 찾았다. 한달 동안 대학병원 소아외과에 가서 종기를 째고 약을 먹였지만 낫지 않아서 수술 받기로 했다는 것이었다.

아기는 4시간 금식 뒤 전신마취의 일종인 간단한 흡입마취를 하고 치루절개수술을 받았다. 수술에 걸린 시간은 5분 정도. 하루 입원했다가 다음날 퇴원했으며, 2주 후 진료했을 땐 상처가 깨끗이 아물어 더 이상 치료할 필요가 없었다. 생후 1개월부터 약을 달고 살았던 아기가 건강해졌다니 부모는 뛸 듯이 기뻐했다.

성인 치질의 대부분이 치핵인 것과 달리 아기들은 치루에 잘 걸린다. 이는 소아치루가 주로 면역력의 결핍으로 인해 생기기 때문이다. 소아치루의 주된 증상은 항문 옆에 종기 같은 것이 생기고 고름을 빼주어도 낫지 않으며, 계속해서 곪는 것이다. 종기와 함께 미열과 설사를 동반하기도 한다.

성인의 치루가 항문의 앞뒤에 생기는 것과 달리 소아치루는 항문의 옆쪽에서 주로 발병하며, 다발성 내공인 경우가 많다. 생후 3개월 이내에 첫 발병 빈도가 높고 여아보다 남아들에게 압도적으로 많다.

소아치루가 남자 아기들에게 잘 발생하는 원인으로는 남성호르몬인 안드로겐이 과잉 분비되면서 항문샘의 발육을 방해하는 경우가 있기 때문으로 생각된다. 또 면역글로불린 A가 부족해도 항문샘에 염증이 생기기 쉽다.

우유를 먹는 아기들의 경우도 엄마 젖으로부터 충분한 면역글로불린을 공급받지 못해 항문샘이 쉽게 곪는다.

따라서 소아치루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엄마 젖을 먹여 면역력을 기르는 것이 제일 좋다. 또 대변을 본 뒤에는 물티슈로 닦아주기보다는 항문 주위를 물로 깨끗하게 씻어 주고, 물기가 남지 않도록 수건으로 정성스럽게 말려주는 것이 중요하다.

소아치루 수술은 과거엔 돌 지나서 시행하는 것이 권장되었다. 전신마취의 위험성이나 드물게 자연 치유되는 경우가 있었기 때문. 그러나 최근엔 마취의 발달과 자연치유 후에도 청소년기에 재발되는 경우가 많아서 조기수술을 하는 추세다. 그리고, L씨의 아기처럼 곪은 정도가 심할 경우엔 6개월 미만의 아기라도 숙련된 전문의에게 상담 후 수술치료를 받는 것이 좋다.


/이동근 한솔병원 대장항문외과 대표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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