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실에서 눈물 흘린 탤런트 C양 사연

입력 2008.04.11 09:43

청순한 마스크와 S라인 몸매로 최고의 인기를 누리고 있던 탤런트 C양. 그러나 그녀의 항문 속 사정은 아름다운 외모와는 전혀 딴판이었다. 빡빡한 촬영 일정에 화장실도 제때 못 가고, 몸매 유지를 위해 다이어트까지 하느라 변비약을 달고 살았다.

그러던 중 결혼을 앞두고 심리적 긴장이 가중되자 변비와 설사는 점점 더 심해졌다. 급기야 배변 시 항문이 찢어지는 듯한 통증에 시달리게 됐고 출혈까지 생겼다. 얼마 전 TV에서 본 직장암 환자가 떠오른 C양은 두려운 마음을 안고 어머니와 함께 필자를 찾아왔다.

수면 대장내시경 검사 결과 C양의 질환은 치열로 진단됐다. 오랜 변비를 앓으면서 딱딱한 변을 힘 주어 배설하는 경우가 잦았는데, 그 과정에서 항문 주변이 찢어졌던 것이다.

치핵, 치루와 함께 3대 항문 질환 중 하나인 치열은 여러 이유로 항문 주변이 찢어져 세균에 감염되는 것이 주요 증상이다. 주로 C양과 같은 만성변비 환자에게서 많이 발견되지만, 일종의 외상이므로 제때 적절한 치료를 하면 별다른 문제 없이 완치가 가능하다.

그러나 치핵과 달리 통증이 극심해 치열 환자로서는 여간 힘든 병이 아니다. 게다가 변비 증상이 만성화되거나 파열 상태가 심해 감염이 쉽게 아물지 않으면, 항문의 오므리는 힘을 조절하는 괄약근도 손상을 입게 되어 항문 주변이 늘 말끔하지 못한 불편까지 감수해야 한다.

치열은 항문에 생긴 단순한 열창부터 난치성 궤양까지 다양한데, 만성항문궤양은 만성치열, 단순 열창은 급성치열이라 부른다. 보통 급성치열은 변비 치료 과정에서 일어나는 일시적인 현상이며, 문제가 되는 것은 만성치열이다.

만성치열은 변비로 인해 항문이 파열되면서 열창이 반복해서 생기고, 상처 부위에 세균이 침입해 괄약근에 염증을 일으키는 질환이다. 괄약근 기능에 이상이 생겨 배변 때 열려야 할 항문이 갑자기 닫히게 되면 출혈과 함께 통증이 유발된다. 심한 경우 항문 뒤쪽이나 앞쪽이 상해 겉이 너덜너덜해지고 항문 속에 혹이 자라기도 한다. 이로 인한 통증은 상상을 초월해서, 화장실에서 엉엉 울거나 아예 화장실을 안 가려고 먹지 않아 영양실조가 생기는 경우도 있다.

이러한 만성치열의 치료는 1차적으로 특수연고 약물 요법을 시행한 후 효과가 없으면 수술을 실시한다. 대표적인 수술 방법 중 하나는 괄약근의 확장성을 늘리는 내괄약근 절단법이다. 괄약근에 염증이 생기면 변을 볼 때 잘 벌어지지 않고 항문도 딱딱해지고 좁아져 있는데, 괄약근을 약간 넓혀 파열된 부위가 빨리 아물도록 함으로써 치열을 치료하는 것이다.

내괄약근 절단법은 현재 세계 모든 항문전문병원에서 가장 보편적으로 실시하는 치열 수술이다. 그러나 내괄약근의 일부만 조금 절개하므로 많은 시술 경험이 필요한 수술이기도 하다. 내괄약근과 외괄약근을 분명히 구별할 줄 알아야 하며, 내괄약근 절단 범위도 적절해야 한다. 내괄약근을 너무 많이 절단하면 항문이 새는 변실금이 발생하고 너무 조금 절단하면 효과가 없기 때문이다.

만약 내괄약근 절단술로도 치료가 불가능할 만큼 항문이 망가졌다면, 항문 성형수술인 피부이동술을 시행할 수 있다. 입술을 만들 듯 항문을 적당한 크기로 만들어 변을 잘 볼 수 있도록 함으로써 치열을 치료하는 방법이다.

C양은 내괄약근 부분절개술을 받은 후 경과가 좋아 하루 만에 퇴원하였다. 이제 화장실에서 눈물을 찔끔 흘리지 않아도 된다고 좋아하면서…. 그러나 치열 환자는 수술 후에도 변비나 설사를 조심하고, 변을 제시간에 바나나 크기로 매일 보는 노력을 해야 한다. 방심해서 또 다시 변비를 방치하면 언제든 치열은 재발할 수 있다.


/한솔병원 대장항문외과 이동근 대표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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