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lick! 클리닉&센터]세브란스병원 어린이 건강검진클리닉
검진 아동 15%서 이상 증세 발견
부모의 잘못된 건강상식 병 키워
평소 감기 외에는 병원에 갈 일이 없을 정도로 건강했기 때문에 검진 비용이 좀 아깝기도 했으나, 삼촌의 귀한 선물에 즐거운 마음으로 검진을 받았다. 그런데 흉부 X선 검사에서 뜻밖에 '소아결핵'이란 진단이 나왔다. 검진 사흘 뒤 세브란스병원 소아청소년과에서 결핵 피부반응 검사 등을 한 결과 가볍게 앓고 지나간 결핵으로 다행히 결핵균은 남아 있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지금은 학교에 잘 다니고 있다.
주로 30~40대 이후 성인들이 받는 것으로 알려진 건강검진. 어른들만 받던 건강검진을 어린이들도 받고 있다. 2006년 7월 국내 처음으로 세브란스병원 '어린이 건강검진클리닉'이 문을 열면서 어린이들도 건강검진을 받는다는 사실이 확산되고 있다.
이곳에서 작년 1월부터 올해 3월까지 검진을 받은 어린이 359명 중에서 심각한 이상 증세가 발견돼 세부 진료과로 의뢰된 경우가 15%(56명)에 달했다. 진료 의뢰된 어린이 중에는 담석증, 철결핍성 빈혈, 척추측만증, 소아결핵,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ADHD) 등이 있었다. 이들 질환은 조기 발견해 치료하면 완치 또는 완치에 가깝게 호전될 수 있으나, 나중에 발견되면 치료가 쉽지 않은 것들이다.
특이한 경우도 있었다. 지난해 9월 이곳에서 건강검진을 받은 주호(가명·5)는 검사 도중에 심장이 오른쪽에 있는 '우심증(右心症)'이 발견됐다. 사람의 심장은 약간 왼쪽 가슴에 있다. 다만 심장 기능엔 문제가 없는 것으로 확인돼 그 뒤에는 정기적으로 병원에 다니고 있다.
겉으로 보기엔 별 것 아닌 것처럼 보였던 것이 질환으로 확인된 사례도 있다. 평소 움직임이 없어서 성격이 소극적이라고 생각됐던 6세 여자 어린이는 검진 결과 '빈혈'이 원인으로 밝혀졌고, 또래보다 말이 느린 4세 남자 어린이는 '구강 장애'가 원인이었다. 또 다른 아이들보다 신체와 인지능력 성장이 늦어 발달장애가 의심됐던 3세 남자 어린이는 정작 검진 결과 청력이 낮은 것이 원인으로 밝혀졌다.
김덕희 세브란스 어린이병원장은 "만 6세까지는 뇌의 80%, 신체와 지능의 70~80%가 발달·형성되는 중요한 시기"라며 "어린이는 몸에 이상이 있는 지를 잘 모르기 때문에 이상이 의심될 때에는 건강검진을 받아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어린이 건강검진은 어른의 건강검진과 목적이 약간 다르다. 어른들의 건강검진은 질병을 조기 발견하는 것이 주된 목적이다.
반면 어린이 검진은 정상적으로 성장하고 있는 지 여부와 함께 앞으로 발생할 질병을 미리 파악해 예방하는데 중점을 두고 있다. 이 때문에 최근에는 만 4~7세 어린이를 대상으로 실시하는 '취학준비 검진'의 필요성도 제기되고 있다. 집이나 유치원에서는 별 문제가 없던 아이들이 학교에 가면서 적응을 못하는 경우가 늘면서 생긴 현상이다.
그래서 세브란스 어린이 건강검진클리닉에서는 화장실 가기, 옷 입기, 급식 등 '학교생활 능력', 자아 개념과 친구·교사와의 관계를 보는 '대인관계 능력', 아동행동 발달 척도와 글읽기 및 숫자 개념과 근육운동 검사를 통한 '학업관련 능력' 등도 평가한다. 이 평가를 바탕으로 어린이의 사회성, 정신적 성숙도 등을 파악할 수 있다. 이 검진은 소아과별 협진 시스템, 양육 상담과 함께 이곳의 특징이다.
어린이 건강검진은 부모들이 잘못 알고 있는 건강 정보를 바로 잡아주는 효과도 있다. 어린이 건강검진클리닉에서 양육상담과 성장기 건강정보 상담을 맡고 있는 연세대 가족건강관리학과 유일영 교수는 "부모들이 인터넷 등을 통해 건강 정보를 잘 안다고 자신하고 있으나 막상 물어보면 엉터리 정보만 가득하다. 건강검진을 통해 어린이들에게 해가 되는 부모의 정보를 바로잡아준다"고 말했다.
어린이 건강검진 항목은 성인 검진과 얼마나 다를까?
항목은 비슷하다. 기본검진은 혈액, 간염, 소변, 비만, 흉부X선, 척추측만증, 청력, 시력, 치과검진 등이고, 선택검진에는 복부초음파, 복부·척추 X선, 심전도, 부비동염 검사 등이 포함된다. 최근엔 뇌MRI, 수면내시경, 중금속 검사, 발달검진 등의 정밀검사도 한다. 이밖에 양육상담, 어린이 스트레스 관리법, 건강관리법 등을 부모에게 알려주는 프로그램도 있다. 어린이 건강검진도 어른과 마찬가지로 3~4시간쯤 걸린다. 이 클리닉은 매주 또는 격주 토요일 오전에만 운영하므로 일주일에 최대 8명만 예약 가능하다. 비용은 10만5000~99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