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수면시간 지금보다 더 늘려라"

입력 2008.02.26 16:10 | 수정 2008.02.26 16:53

美 스탠퍼드대 수면역학센터장 모리스 M. 오헤이온 교수
성인 수면시간 미국인 보다 45분 적어 잠 못자면 우울증·불안장애 위험 높아져

"한국인들은 잠자는 것을 비생산적이라고 보는 듯합니다. 수면 시간도 다른 나라보다 무척 짧습니다. 이는 건강에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최근 방한한 미 스탠퍼드대 수면역학센터장 모리스 M. 오헤이온 교수<사진>는 "수면부족이나 불면증은 다른 정신·육체적인 질환과 밀접히 연관돼 있다는 연구들이 많다. 그런 점에서 한국인의 너무 짧은 수면시간은 건강에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오헤이온 교수는 한국의 성빈센트병원 정신과 홍승철 교수와 함께 지난 2000년 한국인 3719명을 대상으로 수면연구를 한 바 있다. 그는 지난 1990년대 초부터 미국, 캐나다, 영국을 포함한 서부 유럽 등 세계 각국을 대상으로 수면 연구를 진행해오고 있으며, 연구 대상 총 인원이 6억 명에 이른다.

오헤이온·홍승철 교수 연구에 따르면 15세 이상 한국 성인의 평균 수면시간은 6시간15분. 이는 유럽에서 수면시간이 가장 짧은 것으로 알려진 영국(6시간45분)보다 30분, 수면을 중시하는 문화를 가진 미국(7시간)보다는 45분이나 적다.

한국인 수면의 품질에도 문제가 있다. 한국인의 약 3분의1이 불면증을 갖고 있다. 이들의 70%는 하루 밤 사이에 3회 이상 잠을 깨고, 다시 잠드는데 30분 이상 걸리는 '수면유지장애'를 겪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고 오헤이온 교수는 말했다. 불면증은 ▲잠 들기 힘들다 ▲잠을 유지하기 힘들다 ▲자고 나도 잔 것 같지 않다 등 3개 중 하나 이상이 1개월 이상 지속되고 이로 인해 정상적인 사회생활이 힘든 것을 말한다.

오헤이온 교수는 "현재 세계적으로 많은 사람들이 수면유지장애로 고통을 당하고 있어 앞으로 개정될 미국 정신과 진단기준(현재 DSM-IV)에 수면유지장애를 추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는 "최근 제약회사들이 수면제의 약효를 잠이 잘 들게 하는 것에서 수면을 적절히 유지시켜주는 쪽으로 바꿔 개발하고 있다"고 말했다. 오헤이온 교수는 "건강한 삶을 위해 잠은 적어도 밤에 7시간은 자야 한다"고 말했다.

불면증 증상 없이 하루 7시간 이상 잠을 자야 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연구결과들을 보면 불면증이 있으면 그렇지 않은 사람들보다 우울증 발병 위험 3배, 불안장애 위험은 2배 높다. 또 수면시간이 부족한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주간졸림증(EDS)이 나타날 확률이 3배 높다. 주간졸림증은 낮에 주체할 수 없이 졸음이 몰려오는 증상이다.

불면증도 조기 치료가 중요하다. 오헤이온 교수는 "초기에 치료 받지 않은 불면증 환자의 75%가 5년 이상 불면증 증상이 계속됐고, 심지어 15년 이상 치료가 안 되는 환자도 있었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한국인 불면증 환자 중에서 전문의의 진료를 받은 사람은 5%에 불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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