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완·대체 요법]암 '보완·대체 요법', 이대로 좋은가①

입력 2007.03.21 09:24

치료 중단, 상황버섯만 복용한 환자…그 후

건강식품 대부분 과학적 검증 안 돼
보완·대체 요법 처방 의사에 맞겨야
美 명상·요가 등으로 삶의 질 개선


2004년 서울의 한 대학병원에서 경북에 사는 60대 남성이 폐암 2기 진단을 받았다. 의료진은 “수술하면 완치 가능성이 70%를 넘는다”고 했다.

이 남성은 그러나 수술에 앞서 암 크기를 줄이는 항암 치료를 받는 도중 의사 몰래 1500만원을 주고 상황버섯을 구입해 복용하기 시작했다. 복용 과정에서 시커먼 가래가 나오자 ‘버섯이 효과를 보기 시작했다’고 오판하고 아예 병원치료를 중단하고 고향으로 내려갔다.

9개월 뒤, 증상이 악화된 그가 다시 병원에서 CT검사를 했을 때는 이미 암이 폐 전체에 퍼져 있었다. 그로부터 1년 반 뒤 그는 사망했다. 대학병원 암 전문의에게 가면 이런 사연을 끝도 없이 들을 수 있다.


5년 이상 살아남는 암 환자는 10명 중 4명.

이들은 대개 수술, 방사선, 항암치료 등 현대 의학의 수혜자다. 나머지 6명은 호스피스에서 삶을 마무리하는 일부를 제외하면 대부분“의사는 포기해도 나는 포기 못한다”며 병원 밖으로 눈을 돌린다. 이들을 기다리는 것이 '먹어서 암을 완치하는 비법'이다. 현대 의학의 암 치료를 대신하겠다며, '대체의학'이란 이름을 단 마케팅을 펼치며 암 환자들의 약점을 파고든다.

인터넷 검색창에 '암'을 입력하면 '면역력 강화' '암 세포 자살' '자연요법' 등 제대로 검증 안된 업체들의 정보가 넘친다.

영지·상황·차가버섯 등 버섯류는 단골이고, 스쿠알렌도 여전하다.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대부분의 암 환자는 병원 치료비보다 훨씬 비싼 비용을 대체요법에 '허망하게' 쏟고 있다.

물론 보완·대체 요법이 모두 효과가 없는 것은 아니다. 미국과 유럽 등 선진국에서는 '보완·대체 의학(CAM?complementary and alternative medicine)' 이란 이름으로 환자들에게 적용되고 있으며, 일부는 보험적용도 된다. 그러나 암 센터 등과 같은 공식 의료기관에서 암 환자의 삶의 질 개선과 치료 효과를 높이기 위해 연구·시도되고 있다는 점이 우리나라와 차이점이다. 또 이런 모든 과정은 의사들이 주도한다.

우리나라의 보완·대체 요법은 대부분 건강식품 위주이지만, 외국에서는 명상, 미술?음악치료, 요가?기공, 식물성 약재 사용 등 다양하다는 점도 차이점이다. 보완요법의 필요성은 의사들도 인정한다.

다만 과학적으로 검증된 요법을 환자의 실정에 맞게 적용하되, 그 결정 권한을 의료진이 가져야 한다고 의사들은 말한다.

삼성서울병원 혈액종양내과 박근칠 교수는“말기 암 환자를 치료하는 의사로서 뭐라도 도와주고 싶은 심정”이라며“하지만 최소한 몸에 나쁘지 않다는 것이 증명돼야 복용해 보라고 할 수 있는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의사들이 건강보조식품, 기도원 치료 등 보완요법을 무조건 안 된다고만 하는 것이 불만이라는 환자들의 주장에 대해 박 교수는“해를 끼칠지도 모르는 요법을 허용하는 것보다 차라리 안 된다고 하는 게 더 낫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문제의 원인은 일차적으로 환자의 약점을 이용하는 장삿속이지만, 의사들의 무관심도 상당한 원인으로 지적된다. 암퇴치운동본부 공동대표인 고려대 조무성 교수는“의사는 보완·대체 요법의 효과와 위험성에 대해 별다른 연구 없이 무조건 나쁘다고만 얘기하고, 환자는 믿을 만한 정보가 없는 상태에서 장사꾼의 농간에 놀아나고 있다”고 말했다.

때문에 보완·대체 요법에 대한 결정을 환자 등 비 전문가들에게 맡겨놓지 말고 의사가 해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대한의사협회가 최근 개최한 '암-보완통합의학이 할 수 있는 것은?'이란 심포지엄도 이런 맥락에서 마련됐다.

고려대 의대 통합의학교실 이성재교수는“보완요법이 효과가 있는지 없는지를 검증할 수 있는 사람은 결국 의사”라며“보완·대체요법과 관련, 의사에 대한 교육부터 법적·제도적 장치 마련, 과학적 근거가 입증된 치료법을 도입하는 것 등을 주관할 기구 설립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 임형균 헬스조선 기자 hyim@chosun.com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