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버릇으로 가늠하는 알코올 의존증

    입력 : 2006.12.12 17:11 | 수정 : 2006.12.12 17:12

    '기분파' 일수록 위험

    술버릇은 사람마다 천차만별이다. 애교로 보아 줄 수도 있지만 어떤 주사(酒邪)는 알코올 의존증의 전조증상이 되기도 한다. 따라서 술 마신 뒤 보이는 행동을 보면 알코올 의존증 가능성을 어느 정도 짐작할 수 있다.

    ◇술을 마시면 잔다 =알코올을 분해하기 위해선 혈중 산소가 평소의 2배 이상 필요하다. 이 때문에 두뇌에 공급되는 산소 양이 점점 적어지므로 졸음이 오게 된다. 졸음이 쏟아지는 사람뿐 아니라 술 마시면 얼굴이 붉어지는 사람도 알코올 분해효소가 적어 남들보다 ‘알코올 경보장치’가 잘 작동하는 사람들이다. 이런 사람들은 알코올 의존증에 걸릴 확률이 낮은 편이나 술을 강권하는 분위기에 자주 노출되면 안심할 수 없다.

    ◇필름이 끊긴다 =알코올이 대뇌의 해마와 측두엽에서 일어나는 새로운 기억의 화학적 저장을 방해하기 때문에 생긴다. 필름이 끊긴 적이 6개월에 2회 이상인 경우엔 알코올 의존증의 초기 현상으로 간주한다. 진찰이 필요하다.

    ◇기분파가 된다 =알코올이 기분을 좋게 하는 엔도르핀과 마음을 안정시켜 주는 세로토닌 분비를 촉진시키기 때문에 기분이 좋아진다. 이런 사람은 술이 대뇌의 도파민계와 오피오이드계를 활성화시켜 쾌락을 부르게 되므로 음주 동기가 더욱 강화될 위험이 높다. 따라서 술 마시면 지나치게 기분이 좋아지는 사람은 알코올 의존증에 걸릴 위험이 높다.

    ◇혀가 꼬이고 횡설수설한다 =술을 많이 마시면 누구나 이렇게 된다. 그러나 술을 자주 마시던 사람이 언젠가부터 평소 양보다 적게 마셨는데도 혀가 꼬인다면 알코올 의존증이 상당히 진행된 상태로 간주해야 한다. 알코올 의존증의 초기와 중기에는 음주량이 늘어나서 많이 마셔도 취하지 않는다. 간이 크게 상하지 않아 알코올을 분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말기로 넘어가면 간의 기능이 현저히 떨어져 평소 마시는 양보다 적게 마시고도 반응이 빨리 오고 심하게 취하게 된다.

    ◇술만 취하면 운다 =뇌 부위 중 정서를 관장하는 ‘아미그달라’를 포함한 변연계가 술의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가까운 사람에게 스트레스를 털어놓고 노출을 시키는 훈련을 통해 억눌린 감정을 적절하게 분출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특히 우울증이 있는 사람은 우는 경향이 있고, 더 술을 과하게 마시므로 습관성이 되지 않도록 한다.

    ◇옷을 벗거나 싸움을 한다 =열등감이 심해 술로서 자아(自我)를 팽창시키는 사람들로 대뇌의 공격성을 억제하는 부위가 술에 취약해 난폭해진다. 이런 사람들은 알코올 의존증이 아니라 ‘알코올 남용증’을 가진 경우다. 하지만 세로토닌에 문제가 있는 경우 알코올 남용 단계를 넘어서 공격적인 알코올 의존증 환자가 될 수 있다.


    /이현주 헬스조선 기자 jooya@chosun.com

    <도움말=김대진·부천성가병원 정신과 교수, 이종섭·다사랑병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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