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맨 3편 ‘최후의 전쟁’은 1, 2편과 액션의 스케일 면에서 차원이 다르다. 1, 2편에서는 인간 대 엑스맨의 충돌이 부각됐지만 3편은 그야말로 신적인 능력을 가진 돌연변이들간의 무지막지한 대결이 스크린을 휘젓는다.
한쪽에선 새로운 치료제가 인간과의 이질성을 극복케 하는 신의 선물로 생각하고, 다른 쪽에선 자신들의 특출한 능력을 포기케 하려는 인간의 기만술로 보는 시각이 대립하면서 갈등은 전면적인 대립으로 치닫는다.
큐어는 ‘치료’ 또는 ‘질병에서의 회복’을 뜻한다. 그렇다면 엑스맨은 환자일까? 아마 관객은 그들을 환자로 보지 않을 것이다. 오히려 “나도 저런 능력이 있었으면”하는 환상을 가질지도 모른다.
그런데 왜 큐어라는 단어를 썼을까. 이에 대한 답은 큐어의 사전적 의미에서 찾을 수 있다. 큐어는 ‘육체의 질환’뿐 아니라 ‘마음의 병’까지도 치료한다는 복합적 의미를 내포하고 있기 때문이다.
영화에서 큐어는 돌연변이가 온전한 인간으로 변할 수 있다는 육체적 변화뿐 아니라, 통제되지 않는 초능력으로 인해 인간을 괴롭힐지도 모른다는 불안한 심리를 치유한다는 의미를 동시에 갖고 있다.
영화와는 반대의 기능을 지닌 큐어가 현실에 존재하면 어떨까. 인간을 특별한 재능을 지닌 돌연변이로 바꾸는 큐어 말이다. 그렇게 되면 울버린처럼 상처를 입어도 곧 회복되거나 저거노트처럼 무엇이든 뚫고 들어갈 수 있는 능력을 지니게 될 것이다. 그러나 현실적으로는 불가능하다. 현실에서도 돌연변이가 발생하긴 하지만 영화에서처럼 초능력을 발휘하지는 못한다. 대부분 좋지 않은 쪽으로 나타날 뿐이다.
유전학에서는 돌연변이(mutation)를 3가지 범주로 나눈다.
첫째, 인간이 지닌 23쌍의 염색체 수에 문제가 생겨 일어나는 ‘유전체 돌연변이’다.
둘째, 염색체가 세포복제를 위해 분열하는 과정에서 오류가 나타나 염색체 일부에 문제가 생기는 ‘염색체 돌연변이’다.
셋째, DNA상에 존재하는 유전자에 문제가 발생하는 ‘유전자 돌연변이’다. 이상 세 가지 돌연변이는 기능면에서 정상 유전자에 비해 비정상일 뿐, 생명에는 지장이 없다.
돌연변이를 가진 인간이 엑스맨처럼 특별한 능력을 가지면 좋을 텐데, 유전학적으로는 그렇지 못한 것이 유감이다.
/박지영 - 고대의대 약리학교실 교수